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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대표' 차두리(35·FC서울)의 시계는 멈췄다.
11일 FC서울 클럽하우스인 구리챔피언스파크. 호주아시안컵을 마치고 휴가를 보낸 차두리가 복귀하는 날이었다. 클럽하우스에 모습을 드러낸 차두리는 해맑았다. 산전수전 다 겪은 동료들과의 재회, 새 시즌에 대한 기대감이 미소에 가득했다. 휴식의 달콤함은 오래가지 않았다. 최 감독이 주재한 30분 간의 팀 미팅을 통해 'FC서울 차두리'로 옷을 갈아 입었다. 푸근한 장난끼 까지 다 지우진 않았다. 동료들과 농담을 주고 받으며 훈련장으로 옮기는 발걸음이 가벼웠다. 추운 날씨에 아랑곳 않고 클럽하우스를 찾은 팬들과 일일이 사진을 찍고 사인을 해주는 배려도 빠지지 않았다. 차두리는 "오랜만에 동료들을 만나니 기분이 좋다. 작년과 똑같이 올해도 함께 고생하고 즐거워할 생각을 하니 신이 난다"고 웃었다.
호주아시안컵에서 차두리는 황혼기가 무색한 활약으로 찬사를 받았다. 후배들의 '두리형 앓이'가 계속되고 있다. 차두리도 미소로 뿌듯함을 대신했다. "고참으로서 역할을 잘했다는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선배가 후배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배울 점이 있었다면 대표팀 전체가 발전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 축구가 좋은 방향으로 가는 것이다."
슈틸리케호의 맏형이었던 차두리는 이제 FC서울의 핵심이다. '챔피언의 꿈'을 꾸고 있다. 차두리는 "올해는 내가 축구선수로 뛰는 마지막 시즌이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품은 소망은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며 좋은 선수로 기억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FC서울에서 2시즌간 매년 결승에 갔지만, 우승까지 도달하진 못했다. 아쉬움이 남아 있다"며 "결승까지 가는 과정에서 배우는 점이 많았지만, 패배를 통해 느낀 점도 컸다. 축구는 배움의 연속이다. 올 시즌에도 도전은 계속된다. 후배들과 좋은 경기력으로 마지막을 장식하고 싶다. 그러기 위해 온힘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최 감독은 "차두리는 네임밸류 만큼의 가치를 보여주고 있다. 우리 팀에서는 대표팀에서보다 더 많은 공격 기회를 만들어낼 것"이라며 제자가 꽃피울 마지막 시즌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K리그를 넘어 한국 축구의 비타민인 '축구선수 차두리'가 마지막 질주의 출발점에 섰다. 투혼으로 수놓는 유쾌한 도전의 발걸음이 시작된다.
구리=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