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인터뷰]'영혼의 형제'스테보-이종호,'영혼의 투톱'요크-콜처럼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15-02-12 16:34



"(이)종호와 나는 한마음(same mind), 한심장(same heart)이다." '테보형' 스테보(33)의 말에 이종호(23·이상 전남 드래곤즈)가 기다렸다는 듯 화답했다. "스테보와 나는 전생에 형제였던 것같다."

동료애를 뛰어넘는 끈끈한 형제애다. 말이 아닌 눈빛으로 통한다. 질문을 던질 때마다 이종호의 한국어 답변과 스테보의 영어 답변은 데칼코마니처럼 같았다. 스테보가 전남 유니폼을 입은 후 지난시즌 이후 둘은 줄곧 룸메이트다. 10살의 나이차를 뛰어넘는 '소울메이트'다. 그라운드 안팎에서 최고의 절친이자 최강의 파트너다. 전남의 최전방을 이끄는 '영혼의 형제' 스테보와 이종호를 12일 오전 제주 서귀포 전훈 캠프에서 함께 만났다.

룸메이트, 소울메이트, 영혼의 형제

스테보와 이종호는 1년반째 한방을 쓴다. 한 외국인선수와 방을 쓰던 스테보가 파트너 교체를 요청했다. 심각한 코골이 때문이었다. "테보형이 좀 예민해요. 저는 코를 전혀 안골거든요." 스테보가 싱긋 웃었다. "맞다. 종호는 아기처럼 잔다(sleep like baby)." 그렇게 한방을 쓰게 된 두 공격수는 이후 '형제'가 됐다.

스테보는 "우리는 하루종일 붙어다닌다. 아내보다 더 많은 시간을 종호와 함께하는 것같다. 우리는 다른 엄마에게서 나온 형제"라며 웃었다. 함께 뛰고, 함께 연구하고, 함께 자고, 함께 논다. 운동장에서, 라커룸에서, 사우나에서, 방에서 '형제'는 끊임없이 축구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11일 제주 서귀포에서 가진 부천FC와의 연습경기(2대1 승)를 앞두고 스테보는 이종호에게 비디오 한편을 보여줬다. 맨유 역사상 최강 투톱으로 회자되는 드와이트 요크와 앤디 콜의 동영상이었다. "요크와 콜을 보면서 함께 연구하고 연습한 장면이 어제 연습경기에서도 나왔어요."

휴식시간이면 함께 플레이스테이션 축구게임도 즐긴다. 형제가 라이벌이 되는 유일한 시간이다. 스테보는 레알마드리드, 이종호는 맨시티다. 스테보는 벤제마로, 이종호는 아구에로로 '빙의(?)'한다. 승률은 이종호가 단연 높다. "찬스는 스테보가 더 많은데, 골은 제가 더 많이 넣어요" 한다. 지고는 못사는 승부사 스테보가 패배를 자인한다. "나는 찬스가 10번인데 2골을 넣고, 종호는 찬스가 2번인데 3골을 넣는다. 그래서 2대3으로 늘 내가 진다"며 하하 웃었다.

'모두의 멘토' 스테보

이종호는 "수비라인의 (현)영민이형이 팀의 정신적 지주라면 공격라인의 멘토는 스테보"라고 했다. "스테보는 후배들이 배울 점을 개개인의 특성에 맞게 알려준다. 나와 안용우는 물론이고, 신인 안수현에게도 플레이 스타일에 맞춰 맞춤형 조언을 해준다"고 했다. "스테보는 K리그 선수들의 다양한 스타일을 꿰고 있다. 어떤 스타일이든 자신을 편안하게 맞출 줄 아는 선수"라고 설명했다.


스테보는 새로 온 외국인선수는 물론 '신입' 한국선수에게도 '멘토'겸 '가이드'를 자청한다. 오리시치 등 후배 외국인선수들에게는 무한 헌신을 주문한다. "한국축구는 많이 뛴다. 100% 이상을 쏟아야 한다고 늘 이야기한다. 태국, 말레이시아리그라면 쉬울지도 모른다. 그러나 여기는 한국이다. K리그에서 대충 뛴다는 것은 절대 불가능하다. K리그 선수들은 모두 피지컬적으로 강하고, 터프하다. 모두가 열심히 뛴다. 100% 이상을 쏟아야 적응할 수 있는 곳"이라는 말을 밥먹듯 한다.

친절한 '테보형'은 제주 전훈캠프에 가장 마지막으로 합류한 성남 출신 미드필더 김평래에게도 먼저 다가섰다. "새 선수가 왔으니 도와줘야 한다. 이현승, 이승희가 빠진 상황에서 매우 중요한 포지션이다. 어제 함께 처음 뛰어봤는데 좋은 하드웨어를 가졌더라. 첫 플레이도 좋았다." 기대와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영혼의 투톱' 시즌2

지난해 처음 발을 맞춘 스테보와 이종호는 윈-윈했다. 스테보는 13골 4도움을 기록했다. 득점왕 산토스(14골)와 마지막까지 경합했다. 2007년 포항(15골5도움) 이후 최고 성적이었다. 이종호는 10골 2도움을 기록했다. 2011년 데뷔 이후 첫 두자릿수 득점이었다. 형제는 전남의 약진을 쌍끌이했다.

새시즌을 앞두고 서로에 대한 기대감도 감추지 않았다. 올해 15골 5도움을 목표삼은 이종호는 스테보의 15골 이상을 호언했다. "포항에서 발을 맞춘 (최)효진이형이 가세했고, (현)영민이 형, 안용우의 크로스, 저까지 더 다양한 득점 루트가 생겼기 때문"이라고 했다. 스테보 역시 덕담을 이어갔다. "종호는 올해 국가대표팀에 갈 것이다. 최고의 스트라이커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종호는 '스테보 효과'를 인정했다. "스테보가 전남에 온 것은 복받은 것"이라고 했다. "스테보는 상대에게 경계대상 1호다. 스테보에게 마크가 집중되면서 나와 용우에게 기회가 왔다"며 웃었다. 스테보는 '이종호 효과'를 이야기했다. "시즌 초반 내가 골을 넣지 못할 때 종호가 해결해줬다. 중반기 이후 종호에게 수비가 몰리면서 내게 공간이 생겼다. 종호와 용우가 아시안게임에 갔을 때 서포트를 받지 못해 많이 힘들었다"고 했다. 이종호와의 득점왕 경쟁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스테보는 정색했다. "우리는 경쟁하지 않는다. 서로 돕고, 같은 길을 함께 갈 뿐"이라고 했다. '팀 승리'라는 공동의 목표만이 있을 뿐이다.

'영혼의 형제'는 새 시즌에도 '영혼의 투톱'을 꿈꾼다. 스테보는 "종호와 함께할 수 있어 행복하다. 그는 나를, 나는 그를 이해한다. 우리는 한마음, 한심장이다. 친구이고 형제이고 가족이다. 서로를 알기 때문에 그라운드에서도 함께, 더 잘할수 있다"고 했다. 스테보는 "여기에 머물러서는 안된다. 더 발전해야 한다"는 말을 반복했다. "기존의 스테보, 이종호로는 안된다. 우리는 새로운 방법, 상대를 더 괴롭힐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고 했다. "지난해 종호가 10골, 내가 15골을 넣었다. 상대는 우리를 막으려할 것이다. 우리는 함께 훈련하면서 더 좋은 컨디션, 기술, 호흡을 가져가려 노력한다. 작년보다 더 잘해야하고, 함께 해야하고, 함께 발전해야 한다. 누구도 우리를 막을 수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2015시즌, 전남은 3년 연속 제주와 홈개막전에서 맞붙게 됐다. 전남의 제주 징크스는 악명 높다. 2012년 5월 19일(1대0 승) 이후 8경기 무승(1무7패)이다. 스테보는 지난시즌 제주 원정에서의 2대6 대패를 떠올렸다. "경기에서 대패할 수는 있다. 레알마드리드도 질 수 있다. 하지만 6번째 골을 넣은 후 제주가 우리를 향해 했던 댄스 세리머니는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정말 화가 났다"고 했다. "그 기억 때문이라도 이번엔 반드시 되갚아줄 것"이라고 투지를 불태웠다. '동생' 이종호가 거들었다. "우리 '테보형'이 한번 이를 갈잖아요? 그럼 다 죽는 거예요. 두고 보세요."
제주=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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