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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호야, 아까 두번째 골 누가 넣은 거야? (현)영민이야? 너야?"
11일 오후 2시 제주 서귀포 효돈구장에서 전남드래곤즈와 부천FC의 연습경기, 후반 15분 교체돼 나온 '광양루니' 이종호를 향해 '병지삼촌' 김병지가 질문했다. 전반 20분 안용우의 왼발 코너킥에 이어 방대종의 헤딩골이 터졌다. 전반 33분 전남의 두번째 골 득점자를 놓고 설왕설래했다. 두번째 골은 현영민의 오른발 코너킥에서 시작됐다. 이날 그라운드엔 바람이 유난히 거셌다. 현영민의 예리한 킥은 일견 골망으로 빨려든 것처럼도 보였다. 문전에서 잔뜩 노리고 서있던 이종호의 머리를 스친 것으로 최종확인됐다. "에이, 병지삼촌, 저라니까요. 제 머리 안닿았으면 안들어갔죠! 하하." '1992년생 광양루니' 이종호의 의기양양한 한마디에 '1970년생 병지삼촌' 김병지가 호쾌하게 화답했다. "오케이, 1포인트 인정!"
하프타임 노상래 감독과 김태영 수석코치의 따뜻한 화법은 인상적이었다. 전반 막판 상대 세트피스 실점 상황에서 수비 실수를 지적했다. 실수를 정확하게 언급하면서도 마음을 다치지 않게 하려는 '배려 화법'이 인상적이었다. 김 코치가 해당 상황을 복기하며, 이해하기 쉽게 수비수들의 움직임을 조언했다. 노 감독은 미드필더, 공격라인의 움직임에 대해 콕 집어 지시하면서도 "내가 지금 말하는 것은 누가 잘했냐, 잘못했느냐가 아니라, 좋은 플레이와 나쁜 플레이에 대한 것일 뿐"이라고 명시했다. 전남 레전드 선배 출신 코칭스태프의 인간적인 화법에 선수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조언을 감사히 받아들였다.
후반 중반 이후에는 안수현, 정재혁, 이지민 등 신인들이 고루 그라운드를 밟았다. 후반 교체아웃된 이종호, 안용우는 '병지삼촌'과 나란히 동료들의 경기를 지켜보며 스트레칭 등 정리운동을 했다. 분위기가 더없이 좋았다.
경기 후 소감을 묻는 질문에 최효진은 "제주도에서 첫 연습경기였고, 바람이 많이 불어 집중력이 떨어진 부분이 있다. '스텝 바이 스텝(step by step)' 서서히 올려가고 있다. 오른쪽에서 함께 뛴 오리시치는 빠르고 잘 파고드는 스타일이라 상대 수비를 충분히 괴롭힐 수 있는 선수다. 뒤에서 잘 서포트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눈을 빛냈다. 누구보다 많이 뛰더라는 말에 "선배가 당연히 더 많이 뛰어야죠"라며 활짝 웃었다.
노 감독 역시 현영민, 최효진 등 고참들의 헌신과 이창민, 김영욱 등 후배들의 자발적인 노력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고참선수들이 뒤에서 라인을 지켜주고, 후배들에게 적극적으로 지시하면서 팀이 점점 좋아지고 있다. 선배들이 컨디션을 끌어올리고, 후배들이 자신감을 끌어올린다면 더욱 강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며 기대감을 표했다.
제주=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