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전 전승에도 최용수 감독 "우승 후보 아니다", 왜?

김성원 기자

기사입력 2015-02-10 07:00


17일 오GN 괌 레오팰리스 리조트 훈련장에서 FC서울 선수들이 훈련을 했다. 최용수 감독이 선수들의 훈련을 지켜보며 웃고 있다.

지난 3일 괌으로 출발해 레오팰리스 리조트에 캠프를 차린 서울은 2월 17일 올시즌 첫 경기를 치른다.
지난해 정규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극적으로 포항을 제치며 3위를 차지한 서울은 0.5장의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출전 티켓을 획득, 2월 17일 홈에서 하노이(베트남)-반둥(인도네시아) 승자와 단판 플레이오프를 치른다. 서울이 예년보다 4~5일 빨리 캠프를 차린 이유다.
괌에서 22일까지 20일간 1차 전훈을 마친 FC서울은 25일부터 2월 8일까지 일본 가고시마에서 2차 전훈을 할 예정이다. 괌=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5.01.17/

"우리는 우승 후보가 아니다." 최용수 FC서울 감독(44)의 메시지는 간결하고도 엄숙했다.

서울이 괌에 이은 일본 가고시마 동계전지훈련을 모두 마치고 8일 귀국했다. 이틀간 휴식에 들어간 선수단은 11일 경기도 구리 GS챔피언스파크에서 마지막 준비에 들어간다. 서울은 일찌감치 첫 발을 뗀다. 설날 연휴를 앞둔 17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플레이오프를 치른다. 단판 대결에서 승리해야 본선(조별리그)에 오를 수 있다.

어느 해보다 겨울이 뜨거웠다. 채찍 또 채찍이었다. 괌에서는 '지옥 훈련'으로 선수들의 체력과 컨디션을 끌어올렸다. 정조국은 "서울에 입단하고 치른 훈련 중 개인적으로는 가장 힘들었던 것 같다"며 혀를 내둘렀다. 가고시마에서는 실전 훈련이었다. 1월 28일 일본 혼다 락과의 연습경기를 필두로 8일 오전 산프레체 히로시마전까지 총 6차례 연습경기를 치렀다. 전승이었다. 칼끝이 대단했다. 6경기에서 무려 23골을 터트렸다. 후방도 튼튼했다. 단 2실점 밖에 허용하지 않았다.

그러나 최 감독은 웃지 않았다. 발톱을 숨겼다. 우승 후보가 아니라고 한 후 구체적인 순위까지 이야기했다. 그는 "전북, 포항, 수원이 우승 경쟁을 할 것이고 서울은 4위권이다. ACL 진출권을 노리겠다"고 강조했다. 이유는 명확했다. 성적지상주의에서 탈피하겠다는 것이다. 2011년 서울의 지휘봉을 잡은 최 감독은 오로지 성적을 위해 달려왔다. 2012년 K리그 정상의 환희를 누렸다. 2013년 ACL에서 준우승했다. 지난해에는 ACL 4강, FA컵 준우승, 정규리그 3위를 차지했다.

전술적으로도 매 시즌 변신에 변신을 거듭했다. 2012년 우승의 근간은 4-3-3 시스템이었다. 2013년에는 '무공해(무조건 공격) 축구'로 꽃을 피웠다. 4-4-2, 4-2-3-1 시스템으로 변화무쌍한 전술을 펼쳤다. 2014년에는 스리백으로 옷을 갈아입었다. 수비축구에 대한 논란도 있었지만 새로운 축구를 펼쳐보이고 싶다는 그의 열망이 그라운드에 투영됐다.

하지만 성에 차지 않았다. 팬들의 눈높이는 역시 화끈한 공격축구였다. 초심으로 돌아간다. 올해 다시 포백으로 회귀한다. 성적보다는 공격 축구가 우선이다. "매번 우승할 수는 없다. 4년 전 처음 감독 대행을 할 때부터 던진 메시지를 5년째 접어드는 이제야 실천하고 싶다. 우린 성적보다는 성장을 지향하면서 시즌을 치르겠다." 눈앞의 이익을 버리기 위해 선수들의 이름값은 버렸다. 무한경쟁체제를 선언했다.

최 감독은 "지난 시즌엔 선제골이 거의 없었다. 골을 못 넣다보니 잡아야 할 경기를 많이 놓쳤다. 올시즌엔 공격적으로 나서 90분 안에 보여줄 수 있는 경기를 하는게 기본 목표"라며 "3골을 먹더라도 5골을 넣고 이기는 경기를 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은 매 시즌 '공공의 적'이었다. 올시즌 토양은 또 바뀌었다. 최 감독은 막내 사령탑에서 탈출한다. 조진호 대전 감독은 동기고, 윤정환 울산 감독(42)과 남기일 광주 감독(41)은 후배다. 중심을 잡아야 하는 서열이다. 그는 "올시즌에는 젊은 감독들이 많이 등장한다. 그 동안 난 도전하던 막내 입장이었는데, 젊은 지도자들이 막 나타나면서 중고참이 됐다. 젊은 지도자들의 열정과 패기가 가장 두렵다"며 "그들을 존중하면서 그에 맞서는 5년차 감독으로서 그간 쌓은 노하우를 보여주겠다"고 당당하게 이야기했다.

시즌 개막이 임박했다. 2015년 '서울의 봄', 그 막이 오른다. "우승을 해야하겠다는 의욕이 앞서면 절대 안된다. 힘의 분배, 에너지의 분배가 필요하다. 뜨거운 감동을 줄 수 있는 팬들을 위한 서비스 정신, 어떤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할지를 깊이 고민할 것이다." 최 감독의 실전모드, 예년과는 분명 달랐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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