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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우승 후보가 아니다." 최용수 FC서울 감독(44)의 메시지는 간결하고도 엄숙했다.
어느 해보다 겨울이 뜨거웠다. 채찍 또 채찍이었다. 괌에서는 '지옥 훈련'으로 선수들의 체력과 컨디션을 끌어올렸다. 정조국은 "서울에 입단하고 치른 훈련 중 개인적으로는 가장 힘들었던 것 같다"며 혀를 내둘렀다. 가고시마에서는 실전 훈련이었다. 1월 28일 일본 혼다 락과의 연습경기를 필두로 8일 오전 산프레체 히로시마전까지 총 6차례 연습경기를 치렀다. 전승이었다. 칼끝이 대단했다. 6경기에서 무려 23골을 터트렸다. 후방도 튼튼했다. 단 2실점 밖에 허용하지 않았다.
그러나 최 감독은 웃지 않았다. 발톱을 숨겼다. 우승 후보가 아니라고 한 후 구체적인 순위까지 이야기했다. 그는 "전북, 포항, 수원이 우승 경쟁을 할 것이고 서울은 4위권이다. ACL 진출권을 노리겠다"고 강조했다. 이유는 명확했다. 성적지상주의에서 탈피하겠다는 것이다. 2011년 서울의 지휘봉을 잡은 최 감독은 오로지 성적을 위해 달려왔다. 2012년 K리그 정상의 환희를 누렸다. 2013년 ACL에서 준우승했다. 지난해에는 ACL 4강, FA컵 준우승, 정규리그 3위를 차지했다.
전술적으로도 매 시즌 변신에 변신을 거듭했다. 2012년 우승의 근간은 4-3-3 시스템이었다. 2013년에는 '무공해(무조건 공격) 축구'로 꽃을 피웠다. 4-4-2, 4-2-3-1 시스템으로 변화무쌍한 전술을 펼쳤다. 2014년에는 스리백으로 옷을 갈아입었다. 수비축구에 대한 논란도 있었지만 새로운 축구를 펼쳐보이고 싶다는 그의 열망이 그라운드에 투영됐다.
최 감독은 "지난 시즌엔 선제골이 거의 없었다. 골을 못 넣다보니 잡아야 할 경기를 많이 놓쳤다. 올시즌엔 공격적으로 나서 90분 안에 보여줄 수 있는 경기를 하는게 기본 목표"라며 "3골을 먹더라도 5골을 넣고 이기는 경기를 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은 매 시즌 '공공의 적'이었다. 올시즌 토양은 또 바뀌었다. 최 감독은 막내 사령탑에서 탈출한다. 조진호 대전 감독은 동기고, 윤정환 울산 감독(42)과 남기일 광주 감독(41)은 후배다. 중심을 잡아야 하는 서열이다. 그는 "올시즌에는 젊은 감독들이 많이 등장한다. 그 동안 난 도전하던 막내 입장이었는데, 젊은 지도자들이 막 나타나면서 중고참이 됐다. 젊은 지도자들의 열정과 패기가 가장 두렵다"며 "그들을 존중하면서 그에 맞서는 5년차 감독으로서 그간 쌓은 노하우를 보여주겠다"고 당당하게 이야기했다.
시즌 개막이 임박했다. 2015년 '서울의 봄', 그 막이 오른다. "우승을 해야하겠다는 의욕이 앞서면 절대 안된다. 힘의 분배, 에너지의 분배가 필요하다. 뜨거운 감동을 줄 수 있는 팬들을 위한 서비스 정신, 어떤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할지를 깊이 고민할 것이다." 최 감독의 실전모드, 예년과는 분명 달랐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