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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지함'으로 무장한 신태용 감독, 그가 변신한 이유는

하성룡 기자

기사입력 2015-02-09 17:35


9일 축구협회에서 올림픽 축구대표팀 신태용 신임 감독의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광종 전임감독은 급성백혈병 진단으로 올림픽대표팀 사령탑을 사임했다. 신태용 신임 감독은 2009년 성남 일화(현 성남 FC)의 지휘봉을 잡아 그 해 K리그 및 FA컵 준우승을 지도했다. 기자회견에서 포부를 밝히고 있는 신태용 감독.
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5.02.09

"난 난 놈이다.", "'신공(신나게 공격)' 축구를 하겠다."

신태용 감독의 언변은 늘 화제를 몰고 다녔다. 축구팬들의 웃음을 자아낸 잊지못할 이벤트 경력도 있다. 2009년 성남의 사령탑에 올라 홈경기 첫승을 수확한 뒤 약속대로 빨간색 레슬링복을 입고 세리머니를 했다. 그러나 신 감독 특유의 '웃음기'는 올림픽대표팀에서 당분간 보기 힘들 것 같다.

2015년, 병마와 싸우고 있는 이광종 전 감독을 대신해 올림픽대표팀의 지휘봉을 잡은 신 감독이 이번에는 '진지함'으로 세상과 맞선다. 신 감독은 9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열린 올림픽대표팀 감독 취임 기자회견에서 '세리머니'에 대한 질문을 받자 "그때는 내가 어렸다. 철 없었을 때 한 것이다. 만약 올림픽에서 동메달 이상의 성적을 거두면 깜짝쇼를 할 수도 있지만 그전에 특별한 이벤트는 없을 것이다"라고 했다.

웃음기를 지웠다. 진지했다. 이유있는 변신이었다. "요즘 (대표팀)코치를 하면서 많이 '팔푼이'가 됐다.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선수들에게 먼저 다가갔다. 선수 눈높이보다 낮은 곳에서 행동을 하며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했다. 이제 감독이기 때문에 위엄을 갖고 강한 카리스마를 보여줘야 한다." 그는 더이상 프로팀 감독도, 슈틸리케 A대표팀 감독을 보좌하는 코치도 아니었다. 맏형처럼 팀을 이끌던 '형님 리더십' 대신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을 준비하는 올림픽호의 선장으로 '아버지' 역할을 자처했다. 그렇다고 '권위'만을 내세우지 않는다. 그는 "선수들을 휘어잡는게 아니라 필요할 때는 선수들에게 힘을 실어주면서 선수단을 끌고 가겠다"고 덧붙였다.

올림픽호가 놓인 상황도 그의 변신과 맞닿아 있다. 갑작스럽게 '소방수'로 투입된 신 감독에게 올림픽까지 주어진 시간은 약 1년 4개월, 팀을 새롭게 만들 시간이 부족하다. 이에 신 감독은 '카리스마'를 바탕으로 긴장감 있게 팀을 이끌기로 했다. 더불어 최문식 김기동 이운재 코치 등 기존 코칭스태프 체제를 유지하며 빠른 시일 내에 '신태용호'의 연착륙을 도모할 예정이다. 신 감독은 "기존 코치진들과 함께 할 것이다. 내가 (감독이 됐다고 해서) 모든 걸 바꾸는 것이 아니라 현재 코치들에게 많은 도움을 받아야 한다. 함께 팀을 만들어가야 한다. 이광종 감독님이 올림픽을 위해 몇년 계획을 다 세워놨다. 그 계획과 더불어 선수들에게 내 색깔을 입히겠다"고 강조했다.

앞길이 순탄치 않다. 올림픽 본선행의 길이 더 좁아졌다. 홈앤드어웨이로 진행되던 기존 아시아지역 예선 방식이 바뀌었다. 3월에 인도네시아에서 열릴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 챔피언십 예선이 1차 관문이다. 조별리그 1위 10개팀과 2위 5개팀이 2016년 카타르에서 열리는 AFC U-23 챔피언십 본선에 진출한다. 이 대회에서 3위 이상의 성적을 내야 올림픽행 티켓을 거머쥘 수 있다. 그는 "예전보다 훨씬 힘든 과정을 거쳐야 한다. 3월에 있을 1차 관문 통과가 우선이다. AFC 챔피언십 본선에 오르면 한국, 일본, 중국, 북한, 우즈베키스탄, 이라크, 아랍에미리트, 이란 등 8개팀이 3장의 올림픽 티켓을 두고 힘들게 경쟁할 것이다. 아시안컵 경험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우승은 장담하지 못하지만 3위 안에 들어서 꼭 올림픽에 나가야 한다. 준비를 잘 하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쉴 틈이 없다. 태국 킹스컵을 현지에서 관전하며 선수단과 첫 인사를 마친 그는 10일부터 경남 통영에서 열리는 춘계대학축구연맹전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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