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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현대고 김건웅, 일본까지 날아간 사연은

이건 기자

기사입력 2015-02-07 13:58


김건웅. 사진제공=공동취재단

지난 4일 밤. 일본 미야자키에 위치한 울산 현대의 숙소엔 앳된 얼굴의 고등학생이 등장했다. 울산 윤정환 감독은 반가운 얼굴로 그를 맞이했다. 김건웅(18·울산 현대고)이었다. 김건웅은 울산의 유소년 클럽인 현대고의 수비형 미드필더로, 3일 양산종합운동장에서 열린 MBC배 전국 고교축구대회에서 개성고(부산 아이파크 유소년팀)를 꺾고 우승하는데 큰 공을 세웠다. 공수 연결을 안정감 있게 하고 중거리 슛도 좋다는 평이다. 체격조건(1m85) 역시 우수하다. 윤 감독은 5일 감바 오사카와의 연습경기를 앞두고 김건웅을 호출했다.

현대고 동료들의 부러운 시선을 받으며 길을 나섰지만, 생애 첫 일본행은 좌충우돌의 연속이었다. 울산 관계자가 "영화 터미널(톰 행크스 주연)을 찍고 왔다"고 할 정도다. 오전 10시에 김해공항에서 떠날 예정이던 비행기는 계속 연착됐다. 결국 저녁 6시가 넘어서야 출발할 수 있었다. "이러다 정말 못가는 것은 아닌가 싶었어요." 공항에서 10시간 동안 머물며 별 생각이 다 들었다. 결국 오후 10시가 넘어서야 미야자키 숙소에 도착할 수 있었다.

울산은 5일 1·2진으로 나뉘어 감바 오사카와 두 경기를 치렀다. 김건웅은 부상 선수가 발생했을 때를 대비한 교체 자원이었다. 바꿔 말하면 출전을 못할 수도 있었다. 마침내 울산 2진과 감바 오사카 1진의 경기가 시작됐다. "역시 프로 형들은 다르네요." 김건웅은 호기심 어린 눈망울로 그라운드를 응시하며 감탄했다. 기회는 급작스럽게 찾아왔다. 전반 경기 도중 마상훈이 무릎을 붙잡고 쓰러졌다. 윤 감독은 다급하게 코칭스태프에게 지시했다. "빨리 몸 풀라고 해." 어리둥절한 표정의 김건웅은 두꺼운 점퍼를 벗어던지고 몸을 예열했다. 그리고 그라운드로 향했다. 형들의 틈바구니 속에서 고전하기도 했지만, 인상적인 패스를 하는 등 큰 무리 없이 경기를 치렀다. 결국 울산은 1대1로 비겼다. 윤 감독은 "재능이 있는 선수다. 역할을 잘 해냈다"며 칭찬했다. 이어 " 감바 오사카에도 고등학생 선수들이 뛰었다. 우리 유소년 선수들이 더 발전해야 한다"며 자극이 되는 조언도 잊지 않았다.

김건웅의 롤모델은 마스다(울산)다. 미드필더로서 폭넓은 움직임 등을 닮고 싶어 한다. 경기를 마친 그는 상기된 표정으로 마스다와도 몇 마디를 나눴다. 그렇게 꿈같은 하루가 저물었다. 그는 "너무 떨리고 설레였다 프로 선수들과 뛰다보니 역시 부족한 부분들을 많이 알게 됐다. 언젠가는 꼭 울산에서 주전으로 뛰고 싶다. 먼 훗날 내 이름 석자가 많은 이들에게 축구 선수로 기억됐으면 좋겠다"고 수줍게 말했다.
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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