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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아시안컵은 이정협(24·상주)으로 시작해 이정협으로 끝났다. 대회가 열리기 전 원톱 부재 상황에서 박주영(30·알샤밥)이 대안으로 떠올랐다. 그러나 슈틸리케 감독의 선택은 '무명' 이정협이었다. 여론의 비난을 감수하면서까지 이정협을 발탁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슈틸리케 감독은 "이정협이 박주영보다 좀 더 직선적인(공격적인) 플레이가 가능했다"고 밝혔다.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은 베테랑 감독의 안목은 틀리지 않았다. 이정협은 호주와의 조별리그 최종전, 이라크와의 준결승전에서 각각 결승골을 폭발시켰다. 믿음에 보답했다. "시작부터 잘했고, 점점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경기력 뿐만 아니라 정신력도 최고였다." 슈틸리케 감독의 입에선 칭찬이 마르지 않았다. 또 "이정협은 모든 지도자가 함께 하고 싶은 선수다. 항상 요구하는 점을 잘 이해한다. 그라운드 위에서 잘 적용시킨다. 무엇보다 끊임없이 연구한다"고 설명했다. 이정협은 대회 기간 대표팀 분석관에게 자신의 플레이가 담긴 영상 제작을 따로 요구하며 부족한 점을 극복하려고 애썼다. 사실 슈틸리케 감독의 타깃형 스트라이커 플랜 A는 부상으로 낙마한 김신욱(27·울산)과 이동국(36·전북)이었다. 이정협은 이들과의 격차를 얼마나 줄였을까. 슈틸리케 감독은 채찍을 꺼냈다. "'군데렐라' 얘기가 나오고 있지만, 스타가 되기 위해선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이정협에게 밀린 박주영의 미래는 어둠 뿐일까. 아니다. 가능성은 열려있다. 슈틸리케 감독은 "(박주영을) 굳이 주목하지 않을 이유는 없다. 나이와 경험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상황에 맞게 선수단을 꾸려갈 것"이라고 전했다. 김진회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