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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부주장 하성민, '하대성 동생' 타이틀 지운다

박상경 기자

기사입력 2015-02-03 01:04 | 최종수정 2015-02-03 07:07



언제나 형의 그늘 속이었다.

2년 먼저 시작한 형도 시작은 초라했다. 하지만 절치부심하며 쌓아 올린 기량은 어느덧 FC서울의 주장 완장까지 차며 K리그 간판 미드필더로 도약했다. 절치부심하며 기회를 노렸지만, 좀처럼 닿지 않았다. '하대성(30·베이징 궈안) 동생'으로 기억되어 왔던 하성민(28·울산)의 이야기다.

하성민도 올 시즌 형의 뒤를 따라 '하주장'의 길을 걷는다. 윤정환 울산 신임 감독은 주장 김치곤(32)을 보좌할 부주장으로 하성민을 꼽았다. 지난해 카타르리그 무아이다르를 떠나 울산에 입단해 17경기를 뛰며 알토란 같은 역할을 해준 것 뿐만 아니라 시원시원한 성격으로 선후배를 아우르는 리더십에 높은 평가를 내렸다. 이에 대해 하성민이 내놓은 답은 의외였다. "사실 고사할 생각이었다. 내겐 너무 과분한 직책이라고 생각했다." 축구 인생을 하면서 단 한 번도 맡지 못했던 임무에 대한 부담감이 컸다. 하성민은 "울산은 K리그의 명문팀이자 만년 우승후보다. 자부심이 있지만 아직 내가 맡을 시기는 아니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그는 "선배들에게 털어놓으니 "너무 걱정할 필요가 없다"며 격려해주더라. 생각해보니 내가 사서 고민한다는 생각도 들더라. 추천해주신 감독님에 대한 예의도 아니었다"고 미소를 지었다.

윤 감독의 믿음에 부응하기 위해선 경쟁을 이겨내야 한다. 울산에는 하성민 뿐만 아니라 마스다를 비롯해 이창용 구본상 등 언제 주전으로 내놓아도 손색이 없는 자원이 즐비하다. 하성민은 "감독님이 미팅 때 내 포지션에 대한 주문이 많다. 근데 임무는 간단하고 명확하다. 내 포지션(수비형 미드필더) 임무를 제대로 수행하면 되는 것"이라며 "훈련도 처음엔 힘들었지만 몸이 적응하기 시작하니 괜찮아지더라"고 말했다.

강한 자만 살아남는 승부의 세계다. 윤 감독은 내용보다 결과를 추구하는 실리에 방점을 찍고 있다. 4주 동안 윤 감독의 축구를 경험해 본 하성민은 고개를 끄덕였다. 하성민은 "감독님은 이기는 축구에 대해 잘 아시는 것 같다. 이기는 축구가 즐거운 축구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맞는 말이다"며 "사실 전북의 축구도 다른 팀과 크게 다르지 않다. 좀 더 효율적인 축구를 하며 더 많이 이기는 것 뿐이다. 올 시즌 전력이나 경기력을 놓고 비교해보면 전북과 울산은 큰 차이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동계 훈련을 거치고 나면 울산은 무서운 팀이 되어 있을 것이다. 우승의 목표가 꿈만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겠다"고 다짐했다. 형 하대성 처럼 하성민에게도 '캡틴의 향기'가 넘쳐 흘렀다.


미야자키(일본)=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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