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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리 슈틸리케 A대표팀 감독(61)은 공식 인터뷰 뿐만 아니라 가벼운 형식의 인터뷰를 중요하게 여긴다. 통역을 거쳐 나오지만, 영어로 대답할 때 그의 말을 자세히 들어보면 그 속에 답이 있다.
13일 쿠웨이트전을 이틀 앞두고 남태희(24·레퀴야)가 인터뷰 대상 선수로 선정됐다. 당시 슈틸리케 감독이 심한 고민에 빠져있을 때였다. 구자철(26·마인츠) 손흥민(23·레버쿠젠) 김진현(28·세레소 오사카)은 감기 환자였고, 이청용(27·볼턴) 김창수(30·가시와) 조영철(26·카타르SC)은 부상자였다. 대체자원이 나서야 하는 상황이었다. 슈틸리케 감독의 선택은 남태희였다. 결전을 하루 앞두고 기자회견에는 차두리(35·서울)가 등장했다. 김창수가 전력에 이탈해 오만전부터 뛴 차두리가 2차전도 뛰어줘야 했다. '베테랑' 차두리에게 더 강한 책임감을 불어넣어주려던 슈틸리케 감독이었다.
슈틸리케 감독의 예상이 적중했다. 남태희와 차두리는 결승골을 합작했다. 차두리는 슈틸리케 감독이 원하던 베테랑의 품격을 보여줬다.
22일 우즈벡전 이틀 전에는 훈련장 인터뷰 대상자로 김진현과 김영권(25·광저우 헝다)이 지정됐다. 기자회견에는 손흥민 나섰다. 김영권은 슈틸리케 감독 부임 이후 잊혀지던 수비수였다. 이번 대회에서도 우울했다. 오만전 결장 이후 김주영-장현수 조합으로 굳어지는 듯했다. 그러나 김주영의 부상으로 김영권이 자리를 꿰찼다. 쿠웨이트전을 포함해 3경기 연속 선발로 나서고 있다. 안정된 리그가 슈틸리케 감독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우즈벡전은 토너먼트였다. 패하면 곧바로 짐을 싸고 돌아가야 한다. 골이 필요했다. 손흥민의 부활이 절실했다. 슈틸리케 감독의 눈은 적중했다. 손흥민은 멀티골을 폭발시켰다. 슈틸리케 감독은 전반이 끝난 뒤 자신의 믿음이 약간 흔들렸다. 손흥민의 과도한 자신감이 조직력을 해치고 있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후반 교체도 생각했다. 그러나 믿었다. 또 다시 믿음에 불이 붙었다.
26일 이라크와의 4강전을 이틀 앞두고 훈련장 인터뷰에는 김진수(23·호펜하임)와 한국영(25·카타르SC)가 카메라 앞에 섰다. 김진수는 이번 대회 기성용 박주호와 함께 4경기 연속 선발 출전한 왼쪽 풀백이다. 김진수는 우즈벡전에서 상대 선수와 부딪혀 오른쪽 눈두덩이가 시퍼렇게 멍들고 부었지만, 이라크전에서도 그의 활약이 필요하다.
한국영은 지친 박주호를 대신해서다. 박주호는 4경기 동안 341분을 뛰면서 공수 연결고리 역할을 해줬다. 특히 공격에 올라간 풀백들이 커버 플레이를 해주면서 왕성한 활동량이 주목을 받았다. 한국영도 박주호 못지 않은 활동량을 가졌다. 다소 거칠긴 하지만, 슈틸리케 감독은 한국영에게 터프함을 강조한다. 이라크 중원의 조직력을 붕괴시키기 위해선 '중원의 파이터' 한국영이 필요했다. 이들의 활약을 지켜보는 재미도 쏠쏠할 전망이다.
시드니(호주)=김진회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