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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우즈베키스탄] 이청용-구자철 공백 메운 '캡틴' 기성용의 헌신

기사입력 2015-01-22 19:09 | 최종수정 2015-01-22 19:19

기성용

지치고 또 지쳤다. 2015년 호주아시안컵 조별리그 3경기, 그는 풀타임 270분을 모두 소화했다. 이미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박싱데이' 주간을 보내며 체력은 바닥이 났다. 그러나 그는 뛰고 또 뛰었다. 왼팔에 찬 주장 완장의 무게감에 그는 쉴 수가 없었다. 이미 대회 전부터 그의 눈빛은 바뀌었다. "브라질 부진을 털겠다"는 의지가 강했다. 그의 시선은 오직 55년만의 아시안컵 정상 탈환에만 꽂혀 있었다.

슈틸리케호의 '캡틴' 기성용(스완지시티)이 '명불허전' 활약으로 한국의 4강 진출을 이끌었다. 기성용이 우즈베키스탄과의 8강전에서 연장전까지 120분간 활약했다. 기성용은 이미 연장 후반에 허벅지에 쥐가나 쓰러졌어도, 풀타임을 뛰며 '캡틴'의 임무를 완수했다.

책임감과 '탈아시아급' 실력으로 위기를 넘어섰다. 사실 우즈벡전 이전부터 몸만큼 마음이 무거웠다. 기성용과 함께 대표팀을 이끌어야 할 '부주장' 이청용(볼턴)은 이미 조별리그 1차전 오만전에서 정강이 부상을 해 대표팀에서 낙마했다. 설상가상이었다. '절친' 구자철(마인츠)마저 호주전에서 팔꿈치 인대 파열 부상을 했다. 수년간 대표팀을 지탱해온 이청용과 구자철의 공백에 '캡틴' 기성용의 어깨는 더욱 무거웠다.

그러나 슈틸리케호에 이청용과 구자철의 공백은 없었다. 기성용이 홀로 이들의 공백을 모두 메웠다. 기성용은 슈틸리케호의 '중원 사령관'으로 박주호(마인츠)와 함께 '더블 볼란치(두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로 출격했다. 모든 공격은 그의 발에서 시작됐다. 거리, 방향 모두 완벽했다. 좌우 측면 공격수 손흥민(레버쿠젠)과 이근호(엘 자이시)를 향해 공간을 벌려주는 롱패스는 발끝으로 배달됐다. 상대 수비 2~3명을 따돌리는 노련한 볼 키핑으로 슈틸리케호의 중원에 힘을 불어 불어 넣었다. 패스 성공률이 90%가 넘었다.

그러나 슈틸리케호는 좀처럼 우즈벡의 골문을 열지 못했다. 지친 손흥민이 드리블 미스를 연발했다. 이정협(상주)의 결정적인 헤딩 슈팅은 상대 골키퍼의 선방에 막혔다. 잇따른 공격에도 득점이 터지지 않자, 울리 슈틸리케 A대표팀 감독은 전술에 변화를 줬다. '기성용 시프트'였다. 볼을 가지고 상대의 중원을 허무는 구자철의 역할을 원했다. 후반 37분 한국영(카타르SC)이 투입되자 기성용은 섀도 공격수로 변신, 공격에 무게감을 더했다. 페널티 박스 근처에서 줄기차게 볼을 소유했다. 연장전에 돌입하자 기성용은 또 변신했다. 이번에는 이청용의 역할을 소화했다. 왼측면에 배치됐다. 포지션을 가리지 않았다. 기성용은 어디에서도 자신의 역할을 해냈다. 측면에서 매끄러운 패스로 김진수(호펜하임)의 오버래핑을 도왔다. 드리블 돌파에 이어 오른발 슈팅으로 상대의 골문을 노렸다. 한 경기에서 세 가지 포지션을 소화한 기성용은 손흥민의 결승골이 터지자, 결국 쓰러졌다. 연장 후반 8분 왼쪽 허벅지에 쥐가 났다. 바닥난 체력에 발목을 잡혔다. 그럼에도 그는 다시 일어섰다. 기성용은 끝까지 그라운드를 지켰고 슈틸리케호의 승리를 이끌어냈다. 홀로 이청용과 구자철의 공백까지 메운 기성용의 활약이 있었기에 한국의 3회 연속 아시안컵 4강 진출도 가능했다.
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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