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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팬 야유 잠재우려고 거수 경례했죠."
이정협은 호주 골망을 흔들고 난 뒤 거수 경례 세리머니를 펼쳤다. 그런데 경례가 향한 곳이 한국 관중들이 몰려있던 스탠드 오른쪽이 아닌 호주 팬들을 향했다. 의아했다. 골을 넣고 너무 긴장한 나머지 팬들을 착각한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있었다. 그러나 의도된 세리머니였다. 태극전사들에게 야유를 보내던 4만여명의 호주 팬들을 향한 세리머니였다.
경기가 끝난 뒤 공동취재구역에서 만난 이정협은 "정신이 하나도 없다. 처음 A매치에 선발로 나섰는데 좋은 결과로 마무리돼 기분이 좋다"며 환한 웃음을 보였다. 이어 "골을 넣으면 군인 신분으로서 거수경례를 하는 게 당연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순간 카메라가 보였고, 호주 팬들이 야유해서 보란 듯이 거수경례 세리머니를 했다"고 덧붙였다.
잠을 설쳤다. 이정협은 "한국에서는 5천명 앞에서도 못 뛰어봤는데 경기장의 5만 석이 매진됐다는 소리를 듣고 어제 긴장해서 잠도 못잤다"고 설명했다. 이날 이정협의 역할은 구자철(마인츠) 도우미였다. 울리 슈틸리케 A대표팀 감독도 A매치에 첫 선발 출전한 선수에게 많은 것을 기대하진 않은 듯 했다. 그는 "슈틸리케 감독이 구자철 선배를 많이 도와주라고 지시했다. 구자철 선배가 있어서 경기하는데 편했다"고 말했다.
이정협은 "소속 팀에서도 풀타임을 뛰어보지 못했다. 그래서 투입될 때 끝까지 뛸 것이라는 생각을 안했다"며 "한계까지 뛰었는데도 다들 힘들어 보여서 힘든 기색을 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브리즈번(호주)=김진회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