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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짝 발탁→깜짝 스타' 이정협, 구름 위를 걷다

하성룡 기자

기사입력 2015-01-04 21:31 | 최종수정 2015-01-05 06:25


이정협.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대표팀에서 '대선배' 차두리(35·서울)와 대화를 나누는게 신기했다. 대표팀 조리장이 만드는 '국가대표급 식사'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국군체육부대와 다른 환경, 그에게 모든 것이 꿈이었다. "기회가 주어지면 1분이라도 최선을 다하겠다."

꿈이 이루어졌다. 슈틸리케호의 '신데렐라' 이정협(상주)이 A매치 데뷔골을 터트렸다. 이정협은 4일 호주 시드니 퍼텍스스타디움에서 열린 사우디아라비아와의 평가전에서 1-0으로 앞선 후반 46분 추가골을 넣었다. 남태희(레퀴야)가 왼측면을 돌파한 후 크로스를 올려주자 김창수(가시와)가 문전으로 패스를 넣어줬고 이정협이 다이빙 슈팅을 연결해 득점에 성공했다. 슈틸리케호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자책골과 이정협의 한 골을 더해 최종평가전을 2대0으로 마쳤다. 경기를 마친 이정협은 "운이 좋았다"며 득점 장면을 설명했다.

구름 위를 걷는 기분은 여전했다. 꿈같은 날들의 연속이다. 이정협은 생애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달고 제주 서귀포 전지훈련에 참가했다. 대표팀이 익숙하지 않는 그는 모든것이 신기했다. 제주 전훈에서도 깜짝 활약을 펼쳤다. 자체 평가전에서 운을 동반한 득점으로 슈틸리케 감독의 웃음을 자아냈다. 다이빙 헤딩 슈팅을 골키퍼 김진현이 쳐냈지만 넘어져있는 이정협의 몸에 맞고 득점이 됐다. 득점포가 반전 드라마의 시발점이 됐다. 이정협은 지난달 22일 발표된 아시안컵 최종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소속팀 상주에서도 백업이고, 출전 시간도 적은 그는 청소년 대표팀까지 포함해 태극마크 경력이 전무하다. 그의 최종엔트리 발탁 자체가 한국 축구에 신선한 충격이었다. 울리 슈틸리케 A대표팀 감독은 이동국(전북)과 김신욱(울산)이 부상으로, 박주영(알 샤밥)이 부진으로 아시안컵에 출전하지 못하자 이정협을 전격 발탁했다. 상주의 5경기를 지켜본 뒤 내린 깜짝 결정이었다.

12월 초까지, 축구팬들에게 생소했던 '무명' 이정협은 순식간에 '신데렐라 스토리'의 주인공이 돼 아시안컵에 출전하게 됐다. 기대 이상의 활약이 이어지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와의 최종 평가전에서 본인의 첫 A매치 출전에 데뷔골을 기록하는 드라마를 작성했다. 사우디전 득점으로 새로운 꿈을 향한 출발점에 섰다. 이정협은 경기를 마친 뒤 "주전 공격수로 발탁된게 아니다. 동국이형과 신욱이형이 다치는 바람에 기회를 잡았을 뿐이다. 정말 열심히 뛰기는 했다. 골을 넣었지만 아직 부족한 점이 더 많다"며 몸을 낮췄다. 그러나 "이 기회를 살려 앞으로 형들이 대표팀에 복귀했을 때 주전경쟁까지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당당하게 포부를 밝혔다.
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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