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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년 만에 아시안컵 우승 사냥에 나서는 슈틸리케호의 공격진은 역대 최약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근 수년간 대표팀 공격을 이끌어 온 이동국(전북) 김신욱(울산) 박주영(알 샤밥)이 없다. 울리 슈틸리케 A대표팀 감독은 이근호(엘 자이시)와 조영철(카타르SC), 이정협(상주)으로 공격진을 꾸렸다.
2015년 호주아시안컵에서 공격진 맏형이자 '에이스'로 후배들을 이끌게 된 만큼 이근호의 어깨가 어느 대회보다 무겁다. 이근호는 '에이스'라는 평가에 대해 "나와 '에이스'라는 단어는 어울리지 않는다. 축구를 하면서 '에이스' 소리를 듣지 못했다"면서 "형들이 없다보니 내 어깨가 더 무거워진 게 사실이다. 걱정이 많이 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월드컵을 통해 얻은 자신감, 중동 축구에 대한 경험이 이근호에게 큰 힘이 되고 있다. 그는 "대표팀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많은데 우리가 잘 준비를 해야 한다. 우리(공격수 3명)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렸다"면서 "중동 축구를 경험해보니 좋은 선수들이 많지만 조직력은 좋지 않다. 대표팀이 조직력을 앞세워 승부하면 충분히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근호는 지난 9월까지 상주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이정협의 대표팀 깜짝 발탁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2007년 아시안컵 기억을 먼저 떠 올렸다. "2007년의 내가 딱 정협이의 상황이었다(웃음). A매치 데뷔전을 치르자마자 아시안컵에 출전했다. 박주영의 부상으로 대체 발탁됐다. 그 당시에는 아시안컵에 따라가기만 해도 고마운 상황이었다." 2005년 인천을 통해 프로에 데뷔한 이근호는 지금은 없어진 2군리그에서 득점왕에 등극하며 2007년 대구 이적에 성공했다. 대구에서 잠재력을 폭발시킨 그는 그 해 6월 A매치 데뷔전을 치른 2007년 7월, 아시안컵 최종엔트리에 이름을 올렸다. 이근호는 일본과의 3~4위전 출전으로 아시안컵과 첫 인연을 맺게 됐다. 제주 전지훈련을 통해 호주아시안컵 최종엔트리에 선발된 이정협의 상황과 비슷하다. '깜짝 발탁'을 먼저 겪었던 이근호는 이정협의 도우미를 자처했다. 그는 "(깜짝 발탁을) 경험해봐서 내가 기분을 잘 안다. 정협이는 가진게 많은 선수다. 경험을 쌓는게 중요하다"면서 "아무리 잘하는 선수도 대표팀에 적응하는게 가장 먼저다. 정협이는 대표팀이 어색할 것이다. 플레이에 대한 얘기는 정협이에게 부담이 될 것이다. 그냥 대표팀 내에서 잘 어울릴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내 일 같다"고 말했다.
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