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 없는 박주영, 여전히 위력적인 이유

박상경 기자

기사입력 2014-12-15 05:49


◇박주영이 13일(한국시각) 사우디 제다에서 펼쳐진 알 이티하드와의 2014~2015시즌 사우디리그 12라운드에서 1대0으로 승리한 뒤 결승골을 넣은 압둘마지드 알 술라이힘과 포옹하고 있다. 사진캡쳐=알 샤밥 트위터

박주영(29·알 샤밥)을 바라보는 시선은 여전히 차갑다.

골 소식이 없다는 게 이유다. 박주영은 사우디아라비아 무대 데뷔전이었던 지난 10월 18일(한국시각) 알 힐랄전에서 마수걸이포를 터뜨린 뒤 침묵 중이다. 걸프컵 휴식기를 마치고 재개된 사우디 리그 3경기에서 공격포인트가 없다. 때문에 2015년 호주아시안컵에서의 활약에 물음표를 달고 있다. 2014년 브라질월드컵 본선 부진의 기억은 여전히 박주영의 주위를 맴돌고 있다.

속을 들여다보면 박주영은 여전히 위력적이다. 박주영은 13일 사우디 제다의 킹 압둘라 스포츠시티 스타디움에서 펼쳐진 알 이티하드와의 2014~2015시즌 사우디리그 12라운드에 원톱으로 선발출전, 전후반 90분을 모두 소화했다. 알 샤밥은 후반 추가시간 종료 직전 터진 압둘마지드 알 술라이힘의 결승골에 힘입어 1대0으로 이겼다. 득점 상황이 인상적이었다. 박주영은 센터서클 부근에서 상대 수비진과의 경합을 이겨낸 뒤 오른쪽 측면으로 오버래핑하던 하산 무아스에게 정확한 패스를 연결했다. 박주영의 패스를 받은 무아스는 수비수 한 명을 제친 뒤 문전 쇄도하던 알 술라이힘에게 크로스를 연결해 오른발골을 만들어냈다. 지난 1일 알 타아운전에서 나온 하피냐의 선제골도 비슷한 상황에서 나왔다. 박주영은 지난 1일부터 알 샤밥이 치른 3경기서 나온 2골에 모두 관여했다. 넓은 활동반경과 시야, 연결 능력으로 결승골의 시발점 역할을 했다.

전술적인 움직임도 간과해서 안된다. 현재 알 샤밥의 공격 전술은 제로톱이다. 독일 출신의 라인하르트 스텀프 알 샤밥 감독은 주포 나이프 하자지가 4경기 출전정지 징계를 받으면서 빠진 뒤 박주영과 하피냐, 호제리뉴, 사에드 알 도사리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원톱인 박주영이 사실상의 플레이메이커 역할을 하고, 3명의 2선 공격수들이 침투하는 식이다. 현재 박주영의 주임무는 득점보다 안정적인 연계플레이다. 골 본능은 잃어버린 게 아니다. 몇 차례 슈팅 장면을 이끌어내는 등 시간이 흐를수록 오히려 자신감이 높아지는 모습이다.

슈틸리케호 원톱 자리는 무주공산이다. 이동국(35·전북) 김신욱(26·울산)은 부상으로 합류가 불투명 하다. 기량과 경험 면에서 이들을 대체할 자원은 박주영 뿐이다. 울리 슈틸리케 A대표팀 감독이 외면하기 힘든 현실이다.

침묵이 부진을 뜻하진 않는다. 박주영을 향한 평가는 좀 더 시간이 흐른 뒤 해도 늦지 않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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