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견된 불복, 더 이상 '솜방망이' 처분 안된다

박상경 기자

기사입력 2014-12-12 07:15


◇성남FC 구단주인 이재명 성남시장이 지난 5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열린 한국프로축구연맹 상벌위원회에 출석하기 위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

예상했던 시나리오였다.

성남FC와 구단주인 이재명 성남시장이 한국프로축구연맹 상벌위원회의 경고 징계 처분에 대해 재심을 청구했다. 결국 프로연맹은 이사회에서 성남의 재심 청구가 적절한 지를 판단하게 됐다. 이 시장이 이사회 결정마저 불복한다면 공은 대한축구협회 상벌위원회로 넘어가게 된다.

프로연맹 상벌위는 "불이익보다는 리그 발전이 상벌위의 운영 목표인 만큼 경고 징계 결정을 했다"며 처분의 당위성을 설명했다. 그러나 "이 시장은 부정부패와 불공정이 나라를 망친다고 주장하고, 곧이어 승부조작을 거론한 것은 일반인이 심판판정을 지칭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결국 이 시장의 주장은 일반인에게 K-리그가 불공정하다는 인식을 심어 심각한 신뢰 저하를 야기했다는 점에서 비판이 아닌 비방이자 리그 명예 실축"이라고 못박으면서 최소 징계인 경고를 내렸다. '솜방망이 처분'으로 볼 수 있지만 구단주에 대한 '최대한 예의'를 지킨 결정이었다.

그러나 이 시장은 불복했다. 상벌위 징계 발표가 나오자 '단순경고조차도 받아들일 수 없다'며 법정투쟁까지 불사하겠다는 뜻을 드러냈다. 결국 성남 구단의 재심 청구로 이어졌다. 더 이상 관용이 필요할까라는 의문부호가 달린다. 축구판에서 '정치 생명'을 건 듯해 보이는 이 시장은 재심 결정이 나와도 어떻게든 '정치 행보'를 계속할 것으로 전망된다.

프로연맹 규정(정관)은 K-리그에 참가 중인 22팀의 의견을 종합해 조직·활동을 정한 근본규칙이다. 회원사는 연맹의 잘못을 지적할 권리가 있지만, 이미 정해진 약속을 준수할 의무도 있다. 약속에 의해 이뤄진 공동체의 규정을 지키지 못하겠다는 것은 결국 '불복'이라는 단어 밖에 설명할 길이 없다. '프로축구의 악습을 끊겠다'며 투쟁을 선언한 이 시장 스스로 악습을 개척하고 있는 셈이다.

현 상황에선 이사회가 이 시장의 재심 청구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낮다. 최소 징계이기 때문에 수위를 낮출 수 없다. 재심이 기각되면 이 시장은 상급기관으로 문제를 끌고 갈 것으로 보인다. 결과적으로 'K-리그 발전'이라는 애초의 목적과 점점 동떨어진 길로 갈 수밖에 없는 '진흙탕 싸움'이다. 정해진 틀 안에서만 주장을 펼치고 말바꾸기, 물타기 등으로 논점을 흐려 애초 목적이 무엇이었는지 잊게 되는 정치판 싸움과 다를 바가 없다. 그런 만큼 이번에는 어정쩡하게 넘어가서는 안된다.

축구 팬들이 바라는 것은 구태정치의 답습이 아닌 순수한 축구 발전이다. 정확한 판단과 명확한 처분으로 종결을 짓는 것만이 이 논란의 유일한 해결책이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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