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차한 스리백과 포백, 황 감독의 웃음이 더컸다

김성원 기자

기사입력 2014-11-26 21:56


FC서울과 포항 스틸러스의 K리그 클래식 37라운드 경기가 2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렸다. 양팀이 0-0 무승부를 기록한 가운데 서울 김치우와 포항 김준수가 허리를 숙인 채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다.
올시즌 양팀은 1승 4무 1패로 팽팽한 접전을 벌였다. 3위 포항과 4위 서울의 승점차는 3점. 3위 팀에게는 ACL 플레이오프 진출권이 주어진다.
서울월드컵경기장=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4.11.26/

"한 번에 갚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전쟁같은 경기가 될 것이다. 흥미롭다. 최 감독과는 승부를 내고 싶다. 승부차기까지 있었으면 좋겠다." 황선홍 포항 감독이 포문을 열었다.

"후유증이 없다면 거짓말이다. 황 감독에게는 절대로 지고 싶지 않다. 나도 승부차기까지 가고 싶다. 오늘 승부를 가릴 것이다. 마지막까지 ACL(아시아챔피언스리그) 티켓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최용수 FC서울 감독의 맞불이었다.

올시즌 7번째 만남, 말의 홍수였지만 희비는 엇갈리지 않았다. 골망은 끝내 침묵했다. 2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2014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스플릿 그룹A 4라운드에서 서울과 포항이 득점없이 비겼다.

최 감독은 과감하게 스리백을 접었다. 23일 우승컵을 놓친 FA컵 결승전이 거울이었다. "팬들을 위해 변칙적으로 붙었어야 했는데 후회가 된다." 포백 카드를 꺼내들었다. 반면 황 감독은 스리백을 내세웠다. 겉과 속이 또 달랐다. "결승전같이 임해야 한다"고 했지만 사실 서두를 것이 없었다. 무승부만 해도 문제는 없었다. 두 팀의 격돌, 0.5장의 ACL 티켓이 걸린 일전이었다. 포항은 승점 3점 앞서 있어 비기기만해도 나쁘지 않은 결과였다. 황 감독은 "비긴다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지만 상대의 조급함을 역이용할 필요는 있다"고 했다.

포항은 잠궜다. 수비를 두텁게 하면서 틈새를 노렸다. 서울이 공격을 주도했다. 전반 8분 에벨톤의 오버헤드 슛이 크로스바를 강타하며 아쉬움을 삼켰다. 후반 8분에는 김치우의 패스를 받은 에스쿠데로가 완벽한 기회를 잡았다. 하지만 그의 발을 떠난 볼은 골문을 외면했다. 포항도 역습으로 두 차례 결정적인 찬스를 만들었다. 후반 22분 강수일, 36분 김승대가 골키퍼와 1대1 기회를 맞았지만 골문을 열지 못했다. 최 감독은 후반 35분 후 오스마르를 최전방에 투입하는 승부수를 띄웠지만 끝내 골과는 인연이 없었다.

포항과 서울은 올시즌 단 한경기를 남겨두고 있다. 포항은 30일 안방에서 수원, 서울은 원정에서 제주와 격돌한다. ACL 티켓의 열쇠는 포항이 거머쥐었다. 이날 승점 1점을 추가한 포항은 승점 58점으로 3위, 서울은 승점 55점으로 4위를 유지했다. 포항은 수원전에서 승점 1점만 보태면 내년 시즌 ACL 진출이 확정된다. 반면 서울은 제주에 승리하는 것은 기본이고, 수원이 포항을 꺾어줘야 한다.

포항은 올시즌 FA컵 16강전과 ACL 8강전에서 서울에 덜미를 잡혔다. 통쾌한 복수는 못했지만 최 감독보다 황 감독의 웃음이 더 컸다. 황 감독은 "1골 승부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균형이 깨지면 변화를 주고, 그렇지 않으면 흐름을 가져가려 했다"며 "나쁘지 않은 결과다. 마지막 경기를 잘 치러 ACL 출전권을 가져가겠다"고 말했다.

최 감독은 아쉬움이 컸다. 그는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드리겠다. 원했던 결과는 아니었다. 홈 팬들 앞에서 유종의 미를 거두지 못해 죄송하다"고 했다. 물론 포기는 없었다. "포항보다 불리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축구에서는 많은 기적이 일어난다. 마지막에 하늘이 우리를 버릴 것인지 지켜봐야 할 것이다. 제주 원정에서 마지막까지 잘 준비하겠다."

2014년 K-리그도 종착역이 목전이다.
상암=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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