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 실험마친 슈틸리케호는 몇 점일까, 소득과 과제

김성원 기자

기사입력 2014-11-20 06:55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이 14일 오후 서울 상암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코스타리카와 경기를 펼쳤다. 후반 코스타리카에 경기를 끌려가자 답답한 표정으로 경기를 지켜보고 있는 슈틸리케 감독.
상암=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4.10.14

2대0 승(파라과이), 1대3 패(코스타리카), 1대0 승(요르단), 0대1 패(이란).

슈틸리케호의 성적표다. 실험 또 실험이었다. 마침표를 찍었다. 한국 축구의 새로운 선장 울리 슈틸리케 감독(60)이 2015년 호주아시안컵을 앞두고 최종 실험을 마쳤다. 10월과 11월 4차례의 평가전을 치렀다. 안방 2연전에 이어 중동 원정에서 2연전을 치렀다. 아시안컵 최종엔트리는 12월 30일 마감된다.

슈틸리케 감독은 두 차례의 소집에서 30명을 시험대에 올려놓았다. 김승대(포항)를 제외하고 29명이 1분 이상을 소화했다. 2승2패, 과연 슈틸리케호는 몇 점일까. 소득도 있었지만, 과제도 공존했다.

박주영 시각은 달라졌지만…

"공격은 제로톱 전술과 타깃형 스트라이커를 활용한 두 가지 옵션이 있다. 하지만 두 번째 옵션을 쓸 수 없는 것이 더 큰 고민이다." 중동 원정을 앞두고 토로한 슈틸리케 감독의 고민이었다. 현실이었다. 전형적인 원톱의 실험은 두 차례였다. 1m87의 이동국(35·전북)은 지난달 파라과이전 후반 15분 교체 출전에 이어 코스타리카전에서 풀타임을 소화했다. 코스타리카전에서 한 골을 뽑아냈다. 그러나 리그 경기 중 부상으로 중동 원정에서 제외됐다. 다음달 회복이 가능하지만 문제는 경기 감각이다.

조영철(25·카타르SC) 박주영(29·알 샤밥) 이근호(29·엘 자이시)가 제로톱으로 최전방에 섰다. 눈길을 끌지 못한 조영철은 측면으로 밀렸다. 박주영과 이근호가 중동에서 슈틸리케 감독과 처음 만났다. 슈틸리케 감독은 박주영에 대해선 반신반의했다. 요르단전 후 시각이 달라졌다. "공격수는 슈팅수와 골로 평가하게 마련이지만 박주영은 전반적으로 나쁘지 않은 경기를 치렀다. 동료의 마지막 패스에서 실수들이 자주 나오면서 박주영이 제대로 된 지원을 많이 못 받은 측면이 있다. 칭찬할 부분은 다른 선수들보다 침착했고 볼 간수도 잘했을 뿐만 아니라 체력에서도 밀리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근호는 이란전에서 선발 출전했지만 후반 27분 박주영과 교체됐다. 움직임은 활발했지만 개인기에서 허점을 보였다.

결국 최전방의 첫 번째 임무는 골이다. 타깃형 스트라이커의 또 다른 축인 1m98의 김신욱(26·울산)은 골절로 아시안컵에 뛸 수 없다. 박주영과 이근호가 골이 없는 점은 부담이다. 그러나 대안은 많지 않아 보인다. 둘 중에서 해법을 찾아야 하는 점이 슈틸리케 감독의 운명이다.

역대 최강의 중원, 밝은 미래다


가장 큰 소득은 중원의 재발견이다. 슈틸리케 감독은 4-2-3-1과 4-1-4-1, 두 가지의 시스템을 실험했다. 4-2-3-1은 강호, 4-1-4-1은 약체에 대비한 전술이다.

한국 축구의 강점이 부활했다. 측면이 살아났다. 자원도 풍성하다. 이청용(26·볼턴) 손흥민(22·레버쿠젠) 한교원(24·전북) 김민우(24·사간 도스)에다 조영철도 가세했다. 빠른 스피드를 앞세운 돌파, 측면과 중앙을 넘나드는 쉴새없는 포지션 이동으로 첫 번째 공격 옵션으로 자리잡았다.

2선의 중심인 섀도 스트라이커에서는 남태희(23·레퀴야)를 얻었다. 파라과이전에서 A매치 데뷔골을 터트리며 슈틸리케호의 황태자로 떠올랐다. 구자철(25·마인츠)이 주전 경쟁에서 위협을 받고 있다. 기성용(25·스완지시티)이 전진 배치될 경우 역삼각형의 모형도 형성될 수 있다.

'더블볼란치(두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의 구도에선 기성용의 짝이 될 파트너도 더 풍성해 졌다. 한국영(24·카타르SC)에다 멀티플레이어 장현수(23·광저우 부리) 박주호(27·마인츠)가 호평을 받았다. 중동 원정에서 제외된 박종우(25·광저우 부리) 이명주(24·알 아인)도 그 자리를 노리고 있다. 두터워진 중원은 한국 축구의 밝은 미래다.

흔들리는 중앙 수비, 결국…

중앙 수비 불안이 과제로 떠올랐다. 요르단전에서 김영권(24·광저우 헝다)이 흔들리면서 홍정호(25·아우크스부르크)와의 조합은 낙제점이었다. 이란전의 곽태휘(33·알 힐랄)-장현수 조합은 선전했지만 확실한 눈도장을 받지 못했다. 여전히 무주공산이다. 중동 원정에서 부상으로 제외된 김주영(26·서울)이 가세하면 또 다른 그림이 그려질 수 있다. 런던올림픽 동메달로 병역혜택을 받은 김기희(25·전북)는 훈련소 입소로 아시안컵에 뛸 수 없다. 중앙 수비가 흔들리면 답이 없다. 가혹한 운명이지만 치명적인 실수는 실점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한 순간도 긴장의 끈을 놓아서는 안된다. 슈틸리케 감독은 하루빨리 최적의 조합을 찾아야 하는 과제를 떠안았다.

양쪽 윙백은 큰 문제가 없어 보인다. 차두리(34·서울)가 포진한 오른쪽은 김창수(29·가시와)와 이 용(28·울산) 등 백업도 충분하다. 왼쪽은 윤석영(24·QPR) 박주호 홍 철(24·수원) 김진수(22·호펜하임) 등이 설 수 있다.

골키퍼는 새로운 대어를 낚았다. 김진현(27·세레소 오사카)이 슈틸리케 감독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기존의 정성룡(29·수원) 김승규(24·울산)와의 경쟁이 흥미롭다.

한국은 아시안컵에서 개최국 호주를 비롯해 쿠웨이트, 오만과 함께 A조에 속했다. 내년 1월 10일 오만과 조별리그 1차전을 치른다. 슈틸리케호는 아시안컵 직전 한 차례 평가전을 더 치를 계획이다.

슈틸리케 감독의 아시안컵 청사진은 우승이다. 4차례의 평가전을 통해 장단점은 더욱 명확해졌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