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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한국시각) 이란 테헤란에 위치한 에스테그랄 호텔. 슈틸리케호가 중동 원정 두 번째 경기를 치르기 위해 여장을 풀었다. 짐 정리를 마친 태극전사들은 저녁식사를 위해 식당으로 향했다. 식사를 마쳤을 때 즈음 깜짝 이벤트가 펼쳐졌다. 갑자기 식당의 불이 꺼졌다. 주방에서 한 줄기의 불빛이 피어올랐다. 그리고 미리 준비된 케이크가 등장했다. 60번째 생일을 맞은 울리 슈틸리케 감독(60)을 위해 선수들이 준비한 이벤트였다. 선수들은 한국어로 생일축하 노래를 불렀다. 대표팀 관계자에 따르면, 놀란 표정을 짓던 슈틸리케 감독은 케이크에 '60' 모양의 초를 보고 그제서야 분위기를 파악한 듯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슈틸리케 감독은 "여러분이 나에게 준 고마운 선물은 요르단전 승리였다"고 말하며 힘차게 촛불을 불어 껐다.
잠재력이 슈틸리케호에서도 폭발했다. 한교원의 슈틸리케 감독이 원하는 전술적 움직임을 잘 소화했다. 조영철 박주영 김민우 등 2선 공격수들과 함께 활발한 포지션 체인지를 펼쳐 상대 수비진을 교란시켰다. 한교원의 맹활약은 또 다른 의미를 갖는다. 우측 측면 공격수의 주전 경쟁에 불을 지폈다. 그 동안 오른쪽 측면은 이청용(볼턴)의 세상이었다. 붙박이었다. 그러나 한교원이라는 새 얼굴이 등장하면서 이청용도 주전을 쉽게 장담할 수 없게 됐다. 슈틸리케 감독은 선수 구성을 제로 베이스에서 출발했기 때문이다.
차두리와 한교원의 활약으로 대표팀 내 K-리거의 위상은 더 높아졌다. K-리거들의 경쟁력은 이미 브라질월드컵에서 잘 나타났다. 이근호(상주) 김신욱(울산) 김승규 등 K-리거들이 유럽에서 뛰는 선수들보다 더 높은 평가를 받았다. 더 이상 K-리거들은 A대표팀 내 백업이 아니다.
김진회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