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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심이 종료 휘슬을 불었다. 선수들 모두 얼싸안으며 기뻐했다. 원정팀 응원석으로 향했다. 손을 맞잡은 채 일렬로 섰다. 서포터들과 마주한 뒤 만세삼창을 했다. 서포터들과 함께 승리의 기념사진도 찍었다. 1일 울산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울산과의 K-리그 클래식 스플릿 그룹A 1라운드에서 3대0으로 승리한 수원의 세리머니는 기쁨의 에너지가 넘쳤다. 승리를 거두고 집으로 돌아가는 모습은 어떨까. 우연히 수원의 '귀향길'에 동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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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앞쪽 2인석에는 다리가 긴 정성룡과 노동건이 나란히 앉았다. 선수들은 1m90의 정성룡과 1m91인 노동건을 위해 조금이라도 더 넓은 맨 앞 좌석을 양보했다. 다들 조용히 휴식을 취했다. 치열한 경기 때문에 다들 녹초가 되어 있었다. 휴식의 방법은 제각각이었다. 잠을 청하는 선수들도 있고 소리 낮추어 대화하는 선수들도 있었다. 헤드폰을 쓴 채 스파트폰을 꺼낸 선수들도 있었다. 게임을 하거나 영화, 예능 프로그램등을 보며 휴식을 취했다. 틈틈이 셀카를 찍는 선수들도 있었다. 전화를 쓸 일이 있으면 객차에서 나가 통화했다. 수원 관계자는 "아무래도 대중 교통이다보니 일반 승객분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데 중점을 둔다. 선수들도 알아서 잘 지킨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흥에 겨운 선수도 있었다. 이날 13호골을 넣은 산토스였다. 산토스는 자리에 앉아있었지만 가만히 있지 못했다. 헤드폰에서 나오는 음악소리에 맞춰 몸을 들썩였다. 다른 승객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 기쁨을 마음껏 표현했다.
오후 9시 27분 172열차는 광명역에 섰다. 선수단은 모두 가방을 들고 일사분란하게 기차에서 내렸다. 그제서야 다시 왁자지껄해졌다. 얼굴에 웃음꽃을 피웠다. 서로 어깨동무도 하고 대화도 나누었다. 그 어느 때보다도 기분좋은 '집으로 가는 길'이었다.
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