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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문부호는 34분이면 족했다.
박주영은 6월 23일 알제리와의 2014년 브라질월드컵 본선 조별리그 2차전(2대4패) 이후 공식전에 출전하지 못했다. 친정팀 FC서울의 훈련장인 구리챔피언스파크에서 몸을 만들며 몇 차례 연습경기에 나서 골을 기록한 게 전부였다. 훈련과 실전의 감각 차이 탓에 알힐랄전은 몸을 푸는 단계로 여겨졌다. 최근 알샤밥 지휘봉을 잡은 독일 출신의 라인하르트 스텀프 감독 역시 "박주영이 훈련에서 좋은 모습을 보인 만큼, 앞으로 (컨디션을 끌어 올려) 좋은 플레이를 보여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박주영은 모두의 예상을 뛰어 넘는 득점으로 존재감을 과시했다. 가장 큰 소득은 자신감 회복이다. 브라질월드컵 부진으로 컸던 부담을 단숨에 털었다. 그간 국내서 절치부심하며 끌어올린 컨디션이 실전에서도 통한다는 점이 입증됐다. 동료들과 빠르게 융화되어 특유의 뒷공간 침투 능력을 살린 점도 향후 활약을 기대해 볼 만한 대목이다.
박주영의 득점 소식은 슈틸리케호에도 희소식이다. 10월 A매치 2연전에서 출범한 슈틸리케호는 개개인의 장점을 극대화 하는 공격 전술로 재미를 봤다. 하지만 원톱 활약에는 물음표가 달렸다. 시험대에 올랐던 이동국(35·전북)은 코스타리카전에서 골맛을 봤지만, 공격 템포를 제대로 따라가지 못했다.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에서 투혼의 금메달을 목에 건 김신욱(26·울산)은 부상으로 사실상 시즌을 접었다. 이청용(26·볼턴) 손흥민(22·레버쿠젠) 남태희(23·레퀴야) 등 2선 자원은 넘쳐났지만, 최전방을 맡길 만한 선수가 보이지 않았다. 슈틸리케 감독은 첫 목표를 2015년 호주아시안컵으로 잡았다. 하지만 아시아 최강의 자리를 가리는 자리에서 공격수 부재는 치명타다. 요르단, 이란으로 이어지는 11월 중동 원정 A매치 2연전에서 해답을 찾아야 한다. 그 답은 박주영이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