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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여행이 시작됐다고 했다. 팬들의 가슴에 와 닿는 축구, 이기는 경기를 해야한다고 했다.
출발이 상큼했다. 슈틸리케 감독이 첫 A매치를 2대0으로 승리로 이끌었다. 파격에 가까운 실험이었다. 1m82 조영철(카타르SC)과 1m75 남태희(레퀴야), 두 '소총수'가 중앙 공격의 선봉이었다. 조영철이 원톱, 남태희가 섀도 스트라이커에 포진했다. 이동국(전북)과 손흥민(레버쿠젠)은 벤치에서 대기했다. 좌우 측면에는 김민우(사간도스)와 이청용(볼턴)이 섰고, '더블 볼란치(두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에는 기성용과 한국영(카타르SC)이 포진했다. 포백라인에는 홍 철(수원) 김기희(전북) 곽태휘(알 힐랄) 이 용(울산), 골문은 김진현(세레소 오사카)이 지켰다.
선수들의 눈빛이 달랐다. 전반 27분 김민우, 전반 32분 남태희가 릴레이골을 터트렸다. 교체카드도 6장을 모두 활용했다. 손흥민과 이동국은 후반 교체투입됐다.
설렘 반 기대 반이다. 현역 시절의 슈틸리케는 화려했다. 스페인 프라메라리가 레알 마드리드에서 활약했다. 미드필더와 수비를 넘나들었다. 외국인 선수상을 무려 4차례나 수상했다. 베켄바워의 후계자로 주목받았고, 10년간 독일 대표선수로 활약했다. A매치 42경기에 출전했다.
하지만 지도자로는 빛을 보지 못했다. 1988년 은퇴 이후 스위스 국가대표팀 감독에 선임됐다. 이후 스위스와 독일 등에서 클럽 감독으로 지도자 경력을 쌓았다. 독일대표팀 수석코치와 코트디부아르 감독도 역임했다. 2008년부터 최근까지는 카타르리그의 알 사일리아와 알 아라비 감독을 지냈다. 어느덧 한국 나이로 환갑을 맞았다.
그는 지도자 인생에서 마지막 도전이라고 했다. 제로베이스에서 출발한다는 약속을 지켰다. 슈틸리케 감독은 실험에 대해 "많은 상황을 고려했고 특히 피로도에 영향을 많이 받았다. 손흥민의 경우 장시간 비행과 유럽챔피언스리그와 분데스리가 등 많은 경기에 출전해 90분간 뛸 체력이 안됐다. 그래서 쉴 수 있는 시간을 줬다. 훈련 기간 선수들을 봤을 때 어떤 위치에 어떤 선수를 넣어도 승리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이 있었다"고 강조했다.
슈틸리케 감독의 단골 멘트인 '이기는 축구'도 관심이었다. 전술 포인트를 수비라인에 두고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한 것도 기초공사가 잘 돼야 튼튼한 건물을 지을 수 있다는 철학이 깔려 있었다. '무실점 승리', 성과를 거뒀다. 그는 "공격적인 팀은 역습을 당할 우려가 있다. 실점 우려도 있었지만 오늘 경기에선 골키퍼가 특히 잘했다"며 웃었다. 골키퍼 김진현은 후반 몇 차례의 선방으로 대표팀의 발걸음을 가볍게 했다. 그리고 "최근 훈련에서 정신력과 의지를 높이는데 중점을 뒀다. 지난달 우루과이전을 본 결과 볼을 소유하고 있다가 뺐기는 일이 너무 많았다. 당시와 오늘 경기의 차이점은 볼을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방향 전환 등 다양하게 플레이를 전개한 점이다. 볼 소유시간도 길었다"며 "후반 들어 선수들의 체력이 떨어지면서 창의성이 다소 떨어지면서 실점할 수 있는 상황을 연출했지만 모두가 잘해줬기에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덧붙였다.
슈틸리케 감독은 14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코스타리카와 두 번째 경기를 치른다. 첫 단추는 무난했다. 슈틸리케 감독의 '코리아 드림'도 힘찬 첫 발을 내디뎠다.
천안=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