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6년 만의 남북더비가 끝날 줄을 모르고 있다.
경기 초반 분위기는 한국이 주도했다. 전반 1분 김승대의 돌파, 2분 이종호의 오른발슛으로 분위기를 달궜다. 북한도 지지 않았다. 전반 9분 박광룡이 왼쪽 측면에서 올린 크로스를 서현욱이 헤딩슛으로 연결하는 등 만만치 않은 공격력을 선보였다.
전반 15분 이광종호가 흔들렸다. 김철범과 오른쪽 측면에서 볼 경합을 하던 중 왼쪽 어깨가 짓눌렸다. 이재성은 사이드라인 바깥에서 치료를 받은 뒤 다시 그라운드를 밟았으나, 더 이상 뛸 수 없다고 판단한 벤치에서 교체지시를 내렸다. 이재성을 빼고 김영욱(23·전남)을 투입했다.
후반전도 마찬가지였다. 후반 1분 김승대의 크로스를 문전 쇄도하며 헤딩슛으로 연결하려던 이종호가 리명국의 펀칭에 얼굴을 맞고 쓰러지자 또 험악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4분 뒤 북한 벤치 앞에서 이종호가 북한 윤일광에 밀려 넘어지자 이 감독이 달려가 주심에게 거칠게 항의하기도 했다.
가슴철렁한 순간도 있었다. 후반 29분 심현진이 오른쪽 측면에서 올린 코너킥을 문전 쇄도하던 박광룡이 헤딩슛으로 연결했다. 슛이 크로스바를 강타하고 나오면서 이광종호는 놀란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윤 감독은 윤일광, 리혁철을 빼고 림광혁, 조 광 등을 투입하면서 분위기 반전을 시도했다. 하지만 이미 한 장의 교체카드를 쓴 이 감독은 차분하게 승부를 지켜보면서 때를 기다렸다. 90분을 모두 돈 시계가 멈췄다.
연장전반도 헛심공방이었다. 연장전반 2분 김영욱이 북한 진영 왼쪽에서 올린 크로스는 리명국의 품에 안겼다. 1분 뒤 주심 판정에 항의하던 북한 코치가 퇴장 명령을 받고 관중석으로 올라갔으나, 북한은 흔들림이 없었다. 윤 감독은 후반 교체로 투입했던 림광혁을 빼고 정광석을 내보내면서 마지막 승부수를 던졌다. 한국은 연장전반 7분 문전 혼전 상황에서 김승대가 천금같은 기회를 잡았으나, 슛이 크로스바 위로 넘어가면서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인천=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