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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AG]남은 것은 15분 뿐, 한국 0-0 북한(연장전반종료)

박상경 기자

기사입력 2014-10-02 22:12


대한민국 축구대표팀과 북한 축구대표팀의 2014인천아시안게임 축구결승전이 2일 인천문학축구장에서 열렸다. 한국의 이종호가 북한의 심효진과 치열한 볼경합을 벌이고 있다.
인천=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4.10.02/

36년 만의 남북더비가 끝날 줄을 모르고 있다.

이광종 감독이 이끄는 한국이 2일 인천 문학경기장에서 펼쳐진 북한과의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남자축구 결승전에서 전후반을 0대0 무승부로 마친 뒤 돌입한 연장 전반에도 득점포를 쏘아올리지 못했다. 36년 전인 1978년 방콕 대회에선 남, 북이 연장전에서도 승부가 갈리지 않아 공동 금메달을 차지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엔 다르다. 연장에서도 갈리지 않으면 승부차기라는 '러시안 룰렛'이 기다리고 있다. 결국 남은 연장 후반 15분에서 결정을 짓지 못하면 승부차기 사선에 서야 한다.

이 감독은 결선 토너먼트 내내 유지했던 전형을 그대로 들고 나왔다. 이용재(23·나가사키)를 최전방에 세우고 이재성, 김승대(23·포항), 이종호(22·전남)를 2선에 배치했다. 더블 볼란치 자리에는 손준호(22·포항) 박주호(27·마인츠), 포백라인에는 김진수(22·호펜하임) 김민혁(22·사간도스) 장현수(23·광저우 부리) 임창우(22·대전), 골문에는 김승규(24·울산)를 세웠다. 김신욱(26·울산)은 벤치에서 대기했다. 윤정수 북한 감독은 4-4-2 카드를 들고 나왔다. 박주호와 바젤(스위스)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박광룡을 리혁철과 함께 투톱으로 내세웠다. 2선에는 정인관의 빈 자리에 서경진을 내세워 중원에서 리용직과 호흡을 맞추게 했다. 좌우 측면에는 윤일광, 서현욱이 배치됐다. 포백라인에는 변화가 있었다. 강국철 대신 김철범을 왼쪽 풀백 자리에 내세웠다. 오버래핑 능력이 좋은 심현진은 오른쪽 풀백으로 선발 출전했고, 중앙수비에는 장성혁-장국철 듀오가 낙점됐다. 골문은 A대표팀 수문장인 와일드카드(24세 이상 선수) 리명국에게 맡겼다.

경기 초반 분위기는 한국이 주도했다. 전반 1분 김승대의 돌파, 2분 이종호의 오른발슛으로 분위기를 달궜다. 북한도 지지 않았다. 전반 9분 박광룡이 왼쪽 측면에서 올린 크로스를 서현욱이 헤딩슛으로 연결하는 등 만만치 않은 공격력을 선보였다.

전반 15분 이광종호가 흔들렸다. 김철범과 오른쪽 측면에서 볼 경합을 하던 중 왼쪽 어깨가 짓눌렸다. 이재성은 사이드라인 바깥에서 치료를 받은 뒤 다시 그라운드를 밟았으나, 더 이상 뛸 수 없다고 판단한 벤치에서 교체지시를 내렸다. 이재성을 빼고 김영욱(23·전남)을 투입했다.

분위기는 점점 거칠어졌다. 김철범이 오른쪽 측면 돌파를 하던 이용재의 얼굴을 어깨로 가격했다. 전반 21분에는 문전 쇄도하던 김승대가 북한 골키퍼 리명국을 밀어 넘어뜨렸다가 거센 몸싸움을 펼쳐야 했다. 이라크 출신의 아딥 알자위 주심이 양팀 주장을 불러 냉정을 호소했지만, 달아오른 분위기는 좀처럼 수그러들 줄 몰랐다.

후반전도 마찬가지였다. 후반 1분 김승대의 크로스를 문전 쇄도하며 헤딩슛으로 연결하려던 이종호가 리명국의 펀칭에 얼굴을 맞고 쓰러지자 또 험악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4분 뒤 북한 벤치 앞에서 이종호가 북한 윤일광에 밀려 넘어지자 이 감독이 달려가 주심에게 거칠게 항의하기도 했다.

가슴철렁한 순간도 있었다. 후반 29분 심현진이 오른쪽 측면에서 올린 코너킥을 문전 쇄도하던 박광룡이 헤딩슛으로 연결했다. 슛이 크로스바를 강타하고 나오면서 이광종호는 놀란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윤 감독은 윤일광, 리혁철을 빼고 림광혁, 조 광 등을 투입하면서 분위기 반전을 시도했다. 하지만 이미 한 장의 교체카드를 쓴 이 감독은 차분하게 승부를 지켜보면서 때를 기다렸다. 90분을 모두 돈 시계가 멈췄다.


연장전반도 헛심공방이었다. 연장전반 2분 김영욱이 북한 진영 왼쪽에서 올린 크로스는 리명국의 품에 안겼다. 1분 뒤 주심 판정에 항의하던 북한 코치가 퇴장 명령을 받고 관중석으로 올라갔으나, 북한은 흔들림이 없었다. 윤 감독은 후반 교체로 투입했던 림광혁을 빼고 정광석을 내보내면서 마지막 승부수를 던졌다. 한국은 연장전반 7분 문전 혼전 상황에서 김승대가 천금같은 기회를 잡았으나, 슛이 크로스바 위로 넘어가면서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인천=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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