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룡영화상후보작

스포츠조선

[인천AG]'이광종 매직' 이제부터 시작이다

김진회 기자

기사입력 2014-09-28 19:26



아시안게임에 나서는 23세 이하 대표팀 감독의 어깨는 항상 무겁다. 아시아 강호를 자랑하는 한국 축구이기 때문에 목표는 언제나 금메달이다. 선수나 감독이나 이 부담감을 이겨내기란 쉽지 않았다. 지난 28년간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구경하지 못했던 이유다.

이광종 인천아시안게임대표팀 감독(50)도 그랬다. 출발부터 산뜻하지 못했다. 선수 차출에 난항을 겪었다. 2014년 브라질월드컵을 통해 한국 축구의 대들보로 성장한 손흥민(22·레버쿠젠)의 차출이 끝내 불발됐다. 레버쿠젠 측에 두 차례 차출을 위한 공문을 발송했지만, 모두 거절당했다. 레버쿠젠은 국제축구연맹(FIFA) 캘린더 상에 없는 대회 참가를 위한 대표팀 소집에 응할 수 없다는 원칙적인 입장을 표명했다.

이명주(24·알아인)의 와일드카드 발탁도 벽에 막혔다. 고민이 커질 수밖에 없었다. 보강을 해야 다른 포지션이 많았기 때문에 손흥민과 이명주의 공백은 더없이 아쉬웠다.

하지만 이 감독은 아쉬움을 마음속으로 삭힐 수밖에 없었다. 손흥민에 집착하다간 나머지 선수들의 자신감 결여를 불러일으킬 수 있었다. "있는 자원가지고 최선을 다해봐야죠"라는 말에서 애절함이 느껴졌다. 또 다른 문제는 부족한 훈련 시간이었다. 아시안게임 2주 전 소집으로 발맞출 시간이 부족했다. 이 감독은 프로축구연맹 관계자와 만나 1주일의 시간을 더 달라고 요청했지만 현실에 부딪혔다. 결국 규정대로 할 수밖에 없었다.

사실 이 감독은 10년이 넘도록 청소년 대표팀 지도자 생활을 하면서 자신이 원하는 선수들을 데리고 축구를 한 적이 없다. '한국형 축구'의 모범사례였다. 끈끈한 조직력을 바탕으로 경기내내 포기않는 투지로 지난해 7월 20세 이하 청소년월드컵에서 4년 만의 8강 신화를 이뤄냈다. 당시 '이광종 매직'이 화제를 모은 이유였다.

이 감독의 리더십은 1일 소집 때부터 드러냈다. '희생'을 강조했다. 그는 "대표팀에 뽑히면 국민을 위하고 나라를 위해야 한다. 팀을 위해 희생하는 게 우선"이라고 했다. 그리고 뚜껑이 열렸다. 이 감독은 말레이시아를 비롯해 사우디아라비아와 라오스를 잇따라 격파했음에도 불구하고 팬들의 거센 비난에 힘들어했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뒤지는 팀들과의 경기에서 많은 골로 승리하지 못했다는 것이 표면적인 이유였다.

하지만 이 감독은 선수들에게 많은 것을 주문하지 않았다. 한국 선수들이 가장 잘하는 축구를 강조했다. 그리고 지금 전력에서 할 수 있는 축구를 주문했다. 대회 도중 '고공 폭격기' 김신욱(울산)과 윤일록(서울)이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머지 자원들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었다. 특히 28일 일본과의 8강전은 이 감독의 능력을 제대로 맛볼 수 있었다. 거친 플레이를 기피하는 일본 축구에 맞춤형 전략을 내놓았다. 전술 부재에 대한 비난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이제 그토록 바라던 금메달까지 두 경기 남았다. 이 시점에서 김판곤 홍콩 감독의 말이 생각난다. "선수들이 잘하고 있는 것 같은데 많은 압박을 받고 있다. 이광종 감독도 그 동안 좋은 결과를 보여줬다. 의심할 필요없다. 더 좋은 팀을 만들 수 있도록 도와줬으면 한다." 이 감독의 진정한 도전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인천=김진회기자 manu35@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