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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안게임에 나서는 23세 이하 대표팀 감독의 어깨는 항상 무겁다. 아시아 강호를 자랑하는 한국 축구이기 때문에 목표는 언제나 금메달이다. 선수나 감독이나 이 부담감을 이겨내기란 쉽지 않았다. 지난 28년간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구경하지 못했던 이유다.
하지만 이 감독은 아쉬움을 마음속으로 삭힐 수밖에 없었다. 손흥민에 집착하다간 나머지 선수들의 자신감 결여를 불러일으킬 수 있었다. "있는 자원가지고 최선을 다해봐야죠"라는 말에서 애절함이 느껴졌다. 또 다른 문제는 부족한 훈련 시간이었다. 아시안게임 2주 전 소집으로 발맞출 시간이 부족했다. 이 감독은 프로축구연맹 관계자와 만나 1주일의 시간을 더 달라고 요청했지만 현실에 부딪혔다. 결국 규정대로 할 수밖에 없었다.
사실 이 감독은 10년이 넘도록 청소년 대표팀 지도자 생활을 하면서 자신이 원하는 선수들을 데리고 축구를 한 적이 없다. '한국형 축구'의 모범사례였다. 끈끈한 조직력을 바탕으로 경기내내 포기않는 투지로 지난해 7월 20세 이하 청소년월드컵에서 4년 만의 8강 신화를 이뤄냈다. 당시 '이광종 매직'이 화제를 모은 이유였다.
이 감독의 리더십은 1일 소집 때부터 드러냈다. '희생'을 강조했다. 그는 "대표팀에 뽑히면 국민을 위하고 나라를 위해야 한다. 팀을 위해 희생하는 게 우선"이라고 했다. 그리고 뚜껑이 열렸다. 이 감독은 말레이시아를 비롯해 사우디아라비아와 라오스를 잇따라 격파했음에도 불구하고 팬들의 거센 비난에 힘들어했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뒤지는 팀들과의 경기에서 많은 골로 승리하지 못했다는 것이 표면적인 이유였다.
하지만 이 감독은 선수들에게 많은 것을 주문하지 않았다. 한국 선수들이 가장 잘하는 축구를 강조했다. 그리고 지금 전력에서 할 수 있는 축구를 주문했다. 대회 도중 '고공 폭격기' 김신욱(울산)과 윤일록(서울)이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머지 자원들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었다. 특히 28일 일본과의 8강전은 이 감독의 능력을 제대로 맛볼 수 있었다. 거친 플레이를 기피하는 일본 축구에 맞춤형 전략을 내놓았다. 전술 부재에 대한 비난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이제 그토록 바라던 금메달까지 두 경기 남았다. 이 시점에서 김판곤 홍콩 감독의 말이 생각난다. "선수들이 잘하고 있는 것 같은데 많은 압박을 받고 있다. 이광종 감독도 그 동안 좋은 결과를 보여줬다. 의심할 필요없다. 더 좋은 팀을 만들 수 있도록 도와줬으면 한다." 이 감독의 진정한 도전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인천=김진회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