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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고양종합운동장. 홍콩과의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16강전을 앞두고 두 킬러가 그라운드에 나란히 섰다. 손짓, 발짓을 섞으며 끊임없이 의견을 주고 받았다. 이광종호의 공격수 이용재(23·나가사키)와 김신욱(26·울산)이었다.
하지만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했다. 지난해 8월 프랑스 3부 레드스타로 이적했던 이용재는 6개월 만인 지난 2월 일본 J2(2부리그) 하위권인 V-바렌 나가사키 유니폼을 입으며 와신상담했다. 올 시즌 리그 8경기에 나서 2골을 넣으며 부활의 신호탄을 쐈다. 이광종 아시안게임 대표팀 감독은 공격진의 마지막 퍼즐로 이용재를 낙점했다.
28년 만의 금사냥은 시련이었다. 마음고생이 엄청났다. 이광종호 공격 부진의 책임을 홀로 떠안았다. 사우디아라비아와의 조별리그 A조 2차전에서 김신욱과 윤일록(22·서울)이 잇달아 부상하자 대체자원으로 급히 투입됐다. 하지만 사우디 수비진에 막혀 아무런 활약도 보여주지 못한 채 그라운드를 떠났다. 라오스전은 악몽이었다. 원톱으로 낙점받아 90분 풀타임을 뛰었다. 그러나 단 3개의 슈팅, 무득점의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비난의 화살이 이용재를 향했다.
이용재의 활약으로 일본과의 8강전을 앞둔 이광종호의 부담감은 크게 줄어들었다. 김신욱이 8강전 출전을 장담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용재가 홍콩전까지 침묵했다면 원톱 난맥상을 뚫기 힘들었다. 이용재가 홍콩전에서 감을 잡은 게 이 감독 입장에선 반가울 수밖에 없다.
이용재는 이번 대회에 나선 일본을 가장 잘 아는 선수다. 일본은 21세 이하 국내파 주축으로 이번 대회에 나섰다. J2 소속의 주전 대부분이 이용재의 리그 맞상대다. 일본 무대에서 칼을 갈아온 이용재에게 '극일의 선봉장'이라는 중책을 혼쾌히 맡길 만하다.
고앙=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