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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AG]이광종호, 김신욱 머리 말고 다리를 봐라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14-09-16 07:10


인천아시안게임 축구 조별리그 예선전 한국과 말레이지아의 경기가 14일 문학경기장에서 열렸다. 한국 김신욱이 말레이지아 문전에서 헤딩을 하고 있다.
인천=정재근 기자cjg@sportschosun.com/2014.09.14/

'와일드카드' 김신욱(26·울산)을 100% 활용하기 위한 방법은 간단하다. 머리보다 발에 볼을 주면 된다.

이광종호는 14일 말레이시아와의 첫 경기에서 3대0 완승을 거뒀다. 3골이나 뽑았지만 공격 과정은 매끄럽지 않았다. 김신욱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광종 감독은 이번 아시안게임 대표팀을 꾸리며 김신욱 카드를 전면에 내새웠다. 박주호(27·마인츠)와 김승규(24·울산), 두 와일드카드는 선발까지 고심했지만, 김신욱은 이견이 없었다. K-리그와 월드컵을 통해 검증된 김신욱을 믿었다. 무엇보다 김신욱의 탈아시아 신체조건에 주목했다. 1m96의 김신욱은 적어도 신장면에서는 아시아 무대에서 적수가 없다. 상대의 밀집수비를 뚫기 위한 무기로 김신욱의 머리를 택했다.

그러나 그의 신장은 이광종호 플레이에 독이 됐다. 말레이시아전에서 이광종호의 공격은 대부분 김신욱을 거쳤다. 효과적이지는 않았다. 공간 확보가 용이하지 않자 큰 키의 유혹에 빠졌다. 의미없는 롱패스가 계속됐다. 측면에서 올라오는 크로스는 속도와 타이밍이 빠르지 않으면 위력이 반감된다. 김신욱이 아무리 키가 커도 팔을 뻗은 상대 골키퍼보다 우위에 있을 수는 없다. 실제로 말레이시아의 골키퍼 로슬란은 1m75의 단신이었지만 크로스의 대부분을 막아냈다. 이런 플레이 형태로는 김신욱을 완벽히 활용할 수 없다. 상대 수비를 더 용이하게 만들 뿐이다.

김신욱은 제공권과 파워가 장점이지만, 이에 못지 않게 연계플레이와 수비가담에 능하다. 그는 수비수와 미드필더를 거쳐 공격수로 변신한 특이한 이력을 지녔다. 김호곤 전 울산 감독은 김신욱을 타깃형이라기 보다는 섀도 스트라이커로 즐겨썼다. 당시 김신욱이 수비를 몰고 나온 틈을 타 이근호, 한상운, 하피냐가 침투하는 형태를 적극 활용했다. 괜찮은 발재간과 패싱력을 갖고 있는 김신욱은 2선과 중앙을 오기며 위협적인 장면을 만들어냈다. 이광종호가 김신욱을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이같은 부분전술에 대한 연마가 필요하다.

일단 이광종호는 김신욱을 활용할 수 있는 전술적 토대는 갖췄다. 이 감독은 오른발잡이 윤일록(22·서울)을 왼쪽에, 왼발잡이 안용우(23·전남)를 오른쪽에 기용하는 '반대발 윙어' 카드를 주 공격전술로 삼았다. 크로스보다는 슈팅으로 승부를 보겠다는 전략이다. 김신욱에게 볼을 띄워서는 김신욱도, 반대발 윙어도 활용하기가 어렵다. 김신욱이 2선으로 내려왔을때 이들의 움직임에 맞춘 연계플레이를 할수 있도록 발쪽에 볼이 집중돼야 한다. 후반 김신욱의 득점 장면 역시 공중이 아닌 그라운드에서 김승대(23·포항)와 절묘한 2대1 패스가 만들어낸 그림이었다. 헤딩 역시 2선과 중앙을 오가며 예측하기 어려운 움직임을 펼칠때 더욱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 전반 36분 김승대의 빠른 크로스에 김신욱이 침투를 하며 날린 헤딩 슛이 좋은 예다. 이럴때 알고도 못 막는 신체조건을 완벽히 활용할 을 수 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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