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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 첫 승' 맨유는 어떻게 달라졌나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14-09-16 07:10


◇루니의 세 번째 골일 터지자 웃음꽃도 만발했다. 맨체스터=ⓒAFPBBNews = News1

루이스 판 할 신임 맨유 감독이 모처럼 미소를 지었다.

맨유가 마침내 시즌 첫 승을 거머쥐었다. 맨유는 15일(한국시각) 영국 맨체스터 올드트래포드에서 벌어진 2014~2015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4라운드 퀸즈파크레인저스(QPR)와의 홈경기에서 4대0으로 대승했다. 개막 후 2무1패의 부진에 허덕이던 맨유는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는 귀중한 첫 승을 따냈다. 판 할 감독은 "오늘 네 골이나 넣었다. 사실 스완지전 패배와 선덜랜드와 번리전 무승부 때도 더 좋은 경기를 한 건 우리였다. 우리의 시즌은 지금부터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판 할 감독은 기존의 스리백 대신 포백 카드를 꺼냈다. 미드필드진을 다이아몬드 형태로 구축하며 변화를 줬다. 실험은 대성공이었다. 2600억원을 들여 새롭게 영입한 선수들이 최고의 경기력을 펼쳤다. 마르코스 로호가 라인업에 들어간 포백은 안정감을 더했다. 수비에서도 빼어난 모습을 보인 로호는 92%의 패스성공률을 보이며 매끄러운 공격 전환을 이끌었다. 압권은 미드필드진이었다. 판 할 감독은 기술과 패싱력을 겸비한 '판타스틱4' 앙헬 디 마리아, 안데르 에레라, 달레이 블린트, 후안 마타를 함께 기용하기 위해 이들을 다이아몬드 형태로 배치했다.

왼쪽에 포진한 'EPL 최고 이적료의 사나이' 디 마리아는 왼쪽과 중앙을 오가며 경기를 주도했다. 돌파력은 여전했으며, 날카로운 패스로 여러차례 찬스를 만들어냈다. 그는 1골-1도움을 올리며 몸값을 해냈다. 오른쪽에 포진한 에레라 역시 여유있는 경기운영을 선보이며 맨유 미드필드의 밸런스를 유지했다. 데뷔전을 치른 블린트는 그야말로 '꿀영입'이었다. 당초 왼쪽 윙백 혹은 센터백 기용이 유력했던 블린트는 아약스 시절 주 포지션인 수비형 미드필더로 나서 맹활약을 펼쳤다. 왼쪽, 중앙, 오른쪽을 가리지 않는 폭넓은 움직임으로 공수를 이끌었다. 부진했던 마타 역시 제 몫을 해냈다. 맨유는 이날 무려 91%에 달하는 패스 성공률과 69%의 볼 점유율을 보이며 완벽한 경기력을 선보였다.

포백과 다이아몬드 전술의 성공으로 판 할 감독이 사용할 수 있는 옵션이 한가지 더 추가됐다. 판 할 감독은 올시즌 3-5-2 포메이션을 주력으로 사용할 뜻을 내비쳤다. 하지만 크리스 스몰링, 필 존스 등 중앙 수비수들의 연이은 부상을 수비자원이 부족한 상황에서 꺼내든 4-4-2 카드의 대성공으로 보다 유연한 전술 활용이 가능해졌다. 판 할 감독이 경기마다 다양한 전술을 꺼내드는 지략가 스타일임을 감안하면 기존 선수들의 빠른 전술 적응은 향후 리그 운영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여전히 문제는 산재해 있다. 일단 수비진은 정비가 필요해 보인다. 루크 쇼가 복귀할 경우 왼쪽에 힘이 더 실어지지만 중앙 수비진은 여전히 부실해 보인다. 로호는 포백 보다는 스리백에 더 어울리는 선수다. 일단 맨유는 1월 이적시장에서 도르트문트의 마츠 훔멜스 영입을 시도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블린트가 원볼란치(한명의 수비형 미드필더)로 나서 최고의 활약을 보였지만, 첼시, 맨시티 등 화력이 좋은 팀을 상대로 혼자 중원을 커버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마루앙 펠라이니와 마이클 캐릭, 대런 플레처 등 기존자원과 함께 활용할 방법을 찾거나 새로운 파트너를 영입해야 한다. 현지 언론은 맨유가 네덜란드 대표 시절 판 할 감독의 애제자로 불린 '전투적인 수비형 미드필더' 케빈 스트루트만(AS로마) 재영입을 시도할 것으로 전망했다.

QPR전에서 데뷔전을 치른 라다멜 팔카오의 활용도도 고민이다. 25분 정도 그라운드를 누빈 팔카오는 아직 베스트 컨디션이 아니었다. 후반 39분 그답지 않은 실수로 골장면을 놓치기도 했다. 팔카오를 기용하기 위해서는 로빈 판 페르시와 웨인 루니 조합에 변화를 줘야 한다. 팔카오-판 페르시는 모두 전문 골잡이 유형으로 움직임 동선이 겹칠 가능성이 높다. 둘을 선발로 쓸 경우 루니를 내려야 하는데 이 경우에는 마타가 희생해야 한다. 마타는 벌써부터 이적설에 시달리고 있다. 하지만 3710만파운드를 들여 영입한 선수를 1년도 돼지 않아 내치기란 쉽지 않다. 결국 판 할 감독은 이들을 모두 활용할 수 있는 전술을 다시 한번 고심해야 한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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