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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랜스포머' 기성용, 한국 축구 변화의 '키'를 잡다

하성룡 기자

기사입력 2014-09-10 14:05



한국 축구가 만능 키(KEY)를 찾았다.

'트랜스포머' 기성용(25·스완지시티)이다. 기성용이 9월에 열린 A매치 2연전에서 대체 불가능한 존재감을 뽐냈다. 8일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우루과이전을 관전한 울리 슈틸리케 감독은 경기를 마친 뒤 "기성용은 정말 좋은 선수다. 중앙 수비와 미드필더, 그리고 경기 후반부터는 공격수로 뛰는 모습을 볼수 있었다"며 멀티 능력에 엄지를 치켜 세웠다. 슈틸리케 신임 감독의 전술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그러나 기성용의 존재만으로도 슈틸리케 감독이 다양한 전술을 운용할 수 있는 키를 쥐게 된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베네수엘라-우루과이와의 A매치 2연전에서 기성용은 신태용 코치가 구상한 대표팀 전술의 핵이었다. 베네수엘라전에서는 4-1-2-3 포메이션에서 '1'의 위치에 자리했다. 홀로 수비형 미드필더 역할을 안정적으로 수행하며 공수의 가교 역할을 했다. 우루과이전에서는 변화무쌍했다. 기성용은 언제 어디서든 대표팀에 필요한 모습으로 변신하는 트랜스포머였다. '변형 스리백'의 3-5-2 전술에서 기성용은 '변형'의 핵심 역할을 수행했다. 중앙 수비수로 출격해 김영권(광저우 헝다) 김주영(서울)과 호흡을 맞췄다. 기성용은 2012~2013시즌 잉글랜드 리그컵 결승에서 중앙 수비수로 선발 출격한 경험이 있다. 20세 이하 대표팀 시절에도 스리백의 측면 수비수로 한 경기에 나섰다. A대표팀에서는 '첫 경험'이었다.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쳤다. 실점에 빌미를 제공한 한 차례 실수가 옥에티였지만 안정감 있는 수비로 상대 공격을 묶었다. 투지 넘치는 플레이로 상대 공격수들의 돌파를 온몸으로 막아냈고 측면 크로스는 장신을 이용한 헤딩 플레이로 걷어냈다. 진가는 공격에서 드러났다. 수비에서 공격으로 전환시 기성용이 키를 잡았다. 뒤에 김주영과 김영권을 남기고 홀로 전진했다. 순간적으로 기성용은 포어 리베로로 변신했다. 기성용은 후방에서부터 날카로운 롱패스를 찔러줬다. 또 평소처럼 좌우로 공간을 벌려주는 패스를 배달하며 공격의 시발점 역할을 소화했다. 후반 22분, 결정적인 장면이 나왔다. 수비진영 페널티박스 앞에 있던 기성용이 우루과이의 문전으로 침투하는 손흥민(레버쿠젠)에게 정확한 롱패스를 찔러줬다. 골키퍼와의 단독 찬스를 맞이한 손흥민이 득점으로 연결시키지 못했지만 기성용의 정확한 패싱 능력과 손흥민의 침투 능력이 빛을 발휘한 최고의 명장면이었다. 후반 29분 한국영(카타르SC)이 투입된 후 수비형 미드필더로 변신한 기성용은 후반 40분 이후에는 최전방 공격수 역할도 수행했다. 코너킥과 크로스를 연신 헤딩 슈팅으로 연결했다.

기성용의 멀티 능력은 대표팀의 새로운 옵션이 될 수 있다. 최대 약점으로 꼽혔던 헤딩력도 우루과이전을 통해 발전된 모습을 보이면서 공격부터 수비까지 그의 능력이 필요한 곳이라면 어디에서도 제 역할을 소화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기성용의 변신은 변화를 추구하는 한국 축구에 새로운 활력소다. 고양종합운동장을 가득 채운 3만8183명의 팬들의 환호성에서 다시 뛰는 한국 축구가 새 희망을 찾았다. 그 중심에 '트랜스포머' 기성용이 있었다. 기성용도 다시 뛰는 한국 축구를 위해 '희생'을 약속했다. "어느 자리에 서든지 기본적으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고 있다. (내가 수비수로 기용되는 것이) 옵션이 된다면 열심히 하겠다."
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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