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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은 스타]'유스 출신 1호'에서 '제주의 미래'로, 장은규 스토리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14-09-05 07:08


사진제공=제주 유나이티드

4월20일 제주-인천 경기가 펼쳐진 제주월드컵경기장.

송진형 윤빛가람 등 스타급 선수들이 즐비한 제주의 중원에 낯선 얼굴이 보였다. 등번호 37번을 단 신예가 베테랑 오승범과 에스티벤을 대신해 그라운드를 누볐다. 데뷔전은 대박이었다. 강력한 압박과 안정된 패싱력으로 제 몫을 톡톡히 했다. 낯설어 했던 관중들은 후반 22분 교체돼 나오는 그에게 갈채를 보냈다. '제주의 미래' 장은규(22)의 시작이었다. 이후 장은규는 제주 미드필드의 한축을 담당하고 있다. 박경훈 제주 감독은 "장은규가 있고 없고에 따라 경기력의 차이가 크다"며 "향후 2~3년 내 최고의 미드필더가 될 것이다"고 장담했다.


사진제공=장은규
통영에서 서울로

장은규는 통영 유영초등학교 5학년에 축구를 시작했다. 축구동아리 활동을 했던 장은규는 통영 유소년 축구 프로젝트팀의 눈에 띄어 선수생활을 시작했다. 당시 장은규를 발굴했던 이가 바로 이도영 현 제주 수석코치다. 이 코치는 "통영에 국가대표가 많이 배출됐다. 대를 잇기 위해 통영 출신 유소년들을 키우는 작업을 시작했다. 은규를 초등학교 5~6학년 동안 지도했다. 그 때도 기술이 좋은 선수였다"고 했다. 장은규는 이 코치의 지도에 따라 서울 중동중학교로 옮겼다.

우여곡절이 있었다. 중동중으로 가기 위해서는 서울에 있는 초등학교로 먼저 전학을 해야 했다. 서울 영희초등학교에서 졸업식을 한 장은규는 서류상의 문제로 중동중에 입학하지 못했다. 학교는 다른 곳을 다니고 훈련은 중동중에서 하는 생활을 3개월이나 했다. 가뜩이나 서울생활 적응이 힘든 중학생에게는 너무 힘든 일이었다. 다행히 친구들의 배려로 빠르게 적응했다. 숙소에 있지 않을때는 친구집에서 머물기도 했다. 통영까지 가는 길이 너무 멀었기 때문이다. 축구생활은 평탄했다. 워낙 조용한 성격이었던데다 축구 밖에 몰랐기 때문이다. 대표선수 생활은 하지 못했지만, 팀에서는 없어서는 안될 선수로 성장했다.


사진제공=장은규
서울에서 제주로

중동중을 마치고 중동고등학교로 진학한 그에게 서귀포고등학교에서 제안이 왔다. 그의 기량을 눈여겨 본 설동식 전 서귀포고 감독의 설득이 이어졌다. 서귀포고가 제주 유스팀인만큼 프로 진출이 쉬워질 것이라고 유혹했다. 고개를 끄덕인 부모님과 달리 장은규는 가기 싫었다. 장은규는 "중동고에는 중동중부터 함께 한 친구들이 많았다. 이제 겨우 서울 생활에 적응했는데 또 제주도에서 적응해야 한다고 생각하니까 너무 막막했다. 울기도 많이 울었다"고 했다. 싫었던 제주는 생갭다 나쁘지 않았다. 바다로 둘러쌓인 제주는 통영과 비슷한 느낌이었다. 마음을 다잡은 장은규는 고3때부터 두각을 나타냈다. 백록기 대회가 정점이었다. 맹활약을 펼친 그를 박경훈 감독이 점찍었다. 박 감독은 고등학교 졸업 후 장은규를 곧바로 영입하고 싶었지만, 장은규는 건국대학교 진학이 예정돼 있었다.

재밌는 것은 장은규가 건국대 진학 당시에도 마음이 내키지 않았다는 점이다. 장은규는 "당시 건대가 선이 굵은 축구를 했다. 나는 체격도 작고 아기자기한 축구를 펼치는 편이라 안맞을거라 생각했다. 건대에서 잘해야지 프로에 갈 수 있다고 생각해 체력, 체격적인 부분에서 많이 노력했다. 덕분에 프로에서 잘 하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건대에서 3년을 마친 장은규는 2014년 마침내 제주 유니폼을 입었다.


사진제공=제주 유나이티드

'유스 출신 1호'에서 '제주의 미래'로

'제주 유스 출신 1호' 장은규는 많은 기대 속에 동계 훈련을 시작했다. 생갭다 선배들의 벽은 높았다. 제주의 미드필드는 K-리그에서도 손꼽히는 수준이다. 설상가상으로 울산에서 최고의 수비형 미드필더로 불렸던 에스티벤까지 영입됐다. 장은규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막상 겪어보니까 실력 차이가 더 컸다"고 했다. 전반기 경기에 나서지 못한 장은규는 월드컵 휴식기 동안 가진 목포전지훈련에서 이를 악물었다. 눈에 띄기 위해 오버까지 했다. 에스티벤의 패싱력 부족으로 고민하던 박 감독은 장은규를 눈여겨 봤다. 기회를 받은 장은규는 100점짜리 활약을 펼쳤고, 박 감독은 에스티벤을 일본으로 이적시켰다. 장은규의 기량을 믿기에 내린 결정이었다.

장은규는 제주 중원의 핵심으로 자리잡았지만, 스스로는 여전히 발전할 부분이 많다고 손사레를 쳤다. 장은규는 "원래 많이 뛰는 스타일이 아니다. 학창시절에는 공격적인 패스를 즐겼다. 하지만 K-리그에서 뛰는 다른 미드필더들이 워낙 잘하니까 내가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부분이 많이 뛰는거 밖에 없더라"며 "여기에 템포조절과 과감한 전진패스가 더해져야지 더 좋은 선수가 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욕심이 많다. 훈련 때마다 송진형 윤빛가람의 플레이를 배우기 위해 눈을 떼지 않는다. 몸관리를 위해 외출도 거의 하지 않는다.

그는 큰 욕심을 세우기 보다는 단계를 밟는 것을 즐긴다. 프로 데뷔전과 주전이라는 목표는 이미 달성했다. 다음 목표는 공격포인트다. 그 다음에는 제주가 아시아챔피언스리그에 나가는 것이고, 그 위에는 국가대표라는 꿈이 있다. 장은규는 "아직 큰 꿈을 그릴 때가 아니다. 한경기 한경기가 소중하다. 지금 부모님이 내 기사 스크랩하시면서 좋아하는 모습만 봐도 행복하다. 열심히 노력한다면 감독님이 기대하시는대로 제주의 중요한 선수로 성장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웃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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