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삭발투혼'주세종,3년만의 데뷔골"박종우형 공백은 내가..."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14-08-20 13:33


◇부산 미드필더 주세종이 17일 성남전에서 데뷔골, 데뷔 어시스트를 기록하며 부산의 4대2 승리를 이끌었다. 2골을 터뜨린 임상협과 함께 11경기 무승을 끊어낸 일등공신이다. 주세종은 8월 첫경기 제주전을 앞두고 삭발을 감행하며 슬럼프 탈출의 투혼을 불태웠었다.  사진제공=부산아이파크

"한번만 승리하면 분명히 반전할 것이다. 선수들을 믿는다."

부산은 지난 10-13일 서울과의 2연전에서 2연패했다. 이튿날 클럽하우스에서 만난 '서울 킬러' 윤성효 부산 감독은 리그 11경기 무승의 늪에서도 흔들림이 없었다. 선수들을 향한 무한 신뢰를 나타냈다. 어린선수들이 많은 부산을 이끄는 윤 감독은 '덕장'이다. 무승 속에서 단한번도 선수들을 탓하거나 윽박지르지 않았다. 도전과 경쟁속에 '내용이 있는 팀' '성장하는 팀'을 만들겠다는, 느리지만 뚜렷한 꿈은 변함없었다. 미드필더 주세종과의 일화를 이례적으로 언급했다. "나는 준비된 선수들은 신인이라도 과감하게 기용한다. 선수의 장점을 본다. 작년에 전선수들에게 한번씩 기회를 줬는데 단 한사람, (주)세종이에게만 기회를 못줬다. 태국 동계훈련때 미안하다고 했다. 잘하고 있으면 올시즌엔 꼭 기회를 주겠노라고 약속했다."



◇주세종은 지난달 16일 하나은행 FA컵 수원FC와의 16강전에서 프로 첫 골을 쏘아올리며 3대2 승리를 이끌었다.  사진제공=부산 아이파크

◇17일 부산-성남전 후반 인저리타임, 3년만의 리그 데뷔골, 팀의 4번째 골을 성공시킨 부산 미드필더 주세종이 관중석의 부모님을 향해 손을 번쩍 들어올리는 세리머니를 선보이고 있다.  사진제공=부산 아이파크
지난 17일, K-리그 클래식 성남전 후반 17분 2-1로 앞선 상황에서 '윤성효의 선택'주세종이 교체투입됐다. 눈부신 30분이었다. 데뷔골, 데뷔 어시스트를 한꺼번에 기록했다. 후반 38분 임상협을 향해 날카로운 킬패스를 찔러넣으며 첫 도움을 기록했다. 후반 인저리타임 '적으로 만난 친구' 임채민의 수비실수를 놓치지 않았다. 질풍처럼 볼을 뺏어낸 후 왼발로 골망을 흔들었다. 부산은 4대2로 승리했다. 지긋지긋한 11경기 무승을 끊어낸, 승리의 축포였다. 3년차 주세종의 리그 데뷔골, 부활을 알리는 짜릿한 축포였다.

주세종은 건국대 시절인 2011년,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올림픽대표팀을 오갔던 U-리그 에이스 출신이다. 날카로운 킥력과 영리한 패스로 전국체전 우승을 이끌며 능력을 인정받았다. 2012년 드래프트 1순위로 부산 유니폼을 입었다. '중원사령관' 박종우와의 호흡이 기대감을 모았지만, 첫시즌은 잔혹했다. '과욕'이 발목을 잡았다. 2012년 7월 데뷔전 직후 훈련중 왼발목이 부러졌다. 1년여의 재활후 훈련장에 복귀했지만, 한경기도 나서지 못했다. 2014년 윤 감독의 '약속'을 주세종은 믿었다. 성실하게 준비했다. 그리고 약속은 지켜졌다. 지난달 13일 인천전(2대2 무)에 선발출전한 후 리그 7경기에 나섰다. 지난달 16일 수원FC와의 FA컵 16강전에선 프로 첫골을 쏘아올리며 8강행을 이끌었다. 사력을 다해 뛰었다. 목포 전훈 직후 2일 제주전(1대1 무)을 앞두고는 삭발을 감행했다. 투혼은 그라운드에 오롯이 투영됐다. "감독님께서 '힘든 상황에도 무너지지 않고 성실하게 올라서려 노력하는 모습이 고마웠다. 그래서 기회를 줬는데 잘 잡았다'고 칭찬해주셨다"며 웃었다.

3년차지만 신인의 마음 그대로다. 우여곡절이 많았다. 힘든 시간을 버티게 해준 가장 큰 힘은 가족과 절친이었다. 주세종은 다섯살 때부터 '축구애호가' 아버지가 재봉틀로 직접 만든 조기축구회 유니폼을 입고 뛰어놀았다. 축구도시 안양LG의 열렬한 팬이었던 아버지 덕분에 초등학교 3학년때 안양LG 유소년팀에서 처음 축구를 접했다. "부모님이 여기까지 뒷바라지 해주셨는데 여기서 포기할 순 없었다"고 했다. 성남전 데뷔골 직후 주세종은 관중석의 부모님을 향해 힘차게 손을 흔들었다. 지난 2년간의 아픔이 씻겨내려간 '치유의 순간'이었다. 일본 J2리그 야마가타에서 뛰고 있는 능곡고-건국대 동기 김범용은 형제 이상의 친구다. "축구라는 게 잘될 때도 있고, 안될 때도 있으니까… 힘들 때마다 서로를 위로하고 응원하며 같이 이겨내왔다"고 했다.

'걸출한 선배'인 박종우(광저우 부리)의 빈자리를 메우는 것이 목표다. "부산에 오기전 종우형과 연습경기, 올림픽대표팀에서 만났다. 그때 내가 많이 부족하다는 걸 느꼈다. 보고 배운 게 많다"고 말했다. "같이 뛰는 그림을 그릴 수 없게 된 것은 아쉽지만, 이제는 그 빈자리를 채우고 싶다"고 당차게 말했다. "부산팬들은 종우형에 대한 그리움이 크다. 올시즌에는 그 공백을 메우는 것을 목표로, 그리고 1~2년안에 최선을 다해 공백을 지워내는 것을 목표 삼겠다"고 답했다. "박종우가 없어도, 주세종으로 메울 수 있구나라는 팬들의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담담한 말투속에 당당한 패기가 넘쳤다.

부산의 반전을 약속했다. "부산아이파크라는 팀은 끈끈한 팀이다. 올시즌 잘하다가 이상하게 골 먹고 지고 비기는 경기가 많았다. 이제 그 끈끈함이 살아나지 않을까 생각한다. (임)상협이형 (박)용지 파그너 등 좋은 공격수들도 있다. 우리는 충분히 위로 더 치고 올라갈 수 있다"고 단언했다. '강등권'이라는 말을 단호히 거부했다. "강등은 당연히 없다. 부산아이파크인데…." '윤성효의 선택' 주세종의 자신감이 믿음직했다.
전영지기자 sky4us@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