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절대 강자가 존재할 때 상대적으로 약자가 강자를 이겨주기를 바라는 응원심리를 '언더독 효과'라고 한다.
김병수 영남대 감독은 몸을 낮췄다. 대학 팀으로는 유일하게 FA컵 8강에 올랐지만, 프로와의 실력차를 인정했다. 김 감독은 '칼레의 기적'에 대한 질문에 "복권을 사면 당첨이 될 것 같은데 한 번도 되지 않더라. 그것처럼 (프로 팀을 이기는 것은) 아마 불가능한 일"이라고 했다. 그래도 공은 둥글다. 결과는 예측하기 힘들다. 김 감독은 경기 내용보다 결과에 집중했다. 8강 전략은 '선수비 후역습'이었다. 대학 무대와 16강전까지 구사하던 영남대판 '닥공'(닥치고 공격)을 과감히 포기했다. 스리백 카드를 꺼낸 김 감독은 "우리 축구를 접었다. 아무래도 결과도 챙겨야 하기 때문에 수비 쪽에 무게를 뒀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6골을 넣겠다"며 큰소리를 친 이 감독대행의 말에 대해서는 "3골로 줄여줬으면 좋겠다"며 웃었다. 대학 팀이 FA컵 8강에 오른 것은 역대 세 번째다. 1998년 동국대와 2009년 호남대가 8강 무대를 밟은 적이 있다.
뚜껑이 열렸다. 확실히 프로와 아마의 차이가 드러났다. 영남대 선수들은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다. 성남은 노련했다. 전반 22분 이창훈의 선제골이 터진 뒤에도 덤비지 않았다. 무턱대고 공격만 하지 않았다. 조직력 안정에 신경쓰며 영남대의 공격을 잘 막아냈다. 후반 31분 김동섭의 페널티킥 골로 여유있게 앞서간 성남은 후반 35분 추격골을 허용했지만 강한 집중력을 앞세워 2대1로 승리, 4강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성남=김진회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