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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 자존심 지킨 성남, '언더독효과' 못 본 영남대

김진회 기자

기사입력 2014-08-13 21:56


2014 하나은행 FA컵 8강전 성남FC와 영남대의 경기가 13일 탄천종합운동장에서 열렸다. 성남 김동섭과 이청웅이 공중볼을 다투고 있다.
성남=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4.08.13/

절대 강자가 존재할 때 상대적으로 약자가 강자를 이겨주기를 바라는 응원심리를 '언더독 효과'라고 한다.

13일 탄천종합운동장에서 벌어진 성남FC와 영남대의 FA컵 8강전에서도 '언더독 효과'가 화두였다. 누가봐도 객관적인 전력이 뒤진 대학 팀 영남대의 승리를 바라는 팬들의 목소리가 높았다.

혈투를 앞둔 양팀 사령탑의 분위기는 '극과 극'이었다. 이상윤 성남 감독대행의 얼굴에는 자신감이 흘렀다. 프로의 자존심을 얘기했다. "'이것이 프로다'라는 것을 보여주겠다. 6대0 대승을 기대해본다." 출전 명단에서 여유가 느껴졌다. 임채민 김동희가 경고누적으로 결장했지만, 김철호 김태환 등 일부 주전 선수들에게 휴식을 부여했다. 1.5군으로 맞섰다. 이 감독은 "'칼레의 기적'이 오히려 선수들에게 자극제가 됐다. 미팅할 때도 '패하면 용납이 안된다'고 강조했다"고 말했다. 엄포도 놓았다. 이 감독대행은 "제파로프에게도 '프로다움'을 강조했다. 팀에 동화가 되라고 주문했다. 제대로 못할 경우 출전 기회를 주지 않겠다는 말까지 했다"고 전했다.

김병수 영남대 감독은 몸을 낮췄다. 대학 팀으로는 유일하게 FA컵 8강에 올랐지만, 프로와의 실력차를 인정했다. 김 감독은 '칼레의 기적'에 대한 질문에 "복권을 사면 당첨이 될 것 같은데 한 번도 되지 않더라. 그것처럼 (프로 팀을 이기는 것은) 아마 불가능한 일"이라고 했다. 그래도 공은 둥글다. 결과는 예측하기 힘들다. 김 감독은 경기 내용보다 결과에 집중했다. 8강 전략은 '선수비 후역습'이었다. 대학 무대와 16강전까지 구사하던 영남대판 '닥공'(닥치고 공격)을 과감히 포기했다. 스리백 카드를 꺼낸 김 감독은 "우리 축구를 접었다. 아무래도 결과도 챙겨야 하기 때문에 수비 쪽에 무게를 뒀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6골을 넣겠다"며 큰소리를 친 이 감독대행의 말에 대해서는 "3골로 줄여줬으면 좋겠다"며 웃었다. 대학 팀이 FA컵 8강에 오른 것은 역대 세 번째다. 1998년 동국대와 2009년 호남대가 8강 무대를 밟은 적이 있다.

뚜껑이 열렸다. 확실히 프로와 아마의 차이가 드러났다. 영남대 선수들은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다. 성남은 노련했다. 전반 22분 이창훈의 선제골이 터진 뒤에도 덤비지 않았다. 무턱대고 공격만 하지 않았다. 조직력 안정에 신경쓰며 영남대의 공격을 잘 막아냈다. 후반 31분 김동섭의 페널티킥 골로 여유있게 앞서간 성남은 후반 35분 추격골을 허용했지만 강한 집중력을 앞세워 2대1로 승리, 4강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경기가 끝난 뒤 이 감독대행은 FA컵 우승을 꿈꿨다. 그는 "FA컵에서 우승하고 싶다. 아시아챔피언스리그에 나간다는 것은 재정적으로 도움도 되고 선수들에게 동기부여가 된다. 간절하다"고 강조했다.

성남=김진회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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