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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브라질월드컵 4강전.
1978년 폴란드 태생인 클로제는 아버지를 따라 프랑스로 이주했다. 그의 아버지 요세프는 1978년 프랑스 리그2(2부리그) 오세르에서 데뷔, 1986년 은퇴했다. 이후 독일에 정착해 독일 국적을 따냈다. 클로제 역시 아버지를 따라 독일 국적을 땄다. 당시까지만 해도 클로제가 아는 독일어는 '예(ja)'와 '감사합니다(danke)' 정도였다. 서툰 말솜씨와 폴란드 출신이라는 편견에 휩싸인 클로제의 돌파구는 축구 뿐이었다. 처음부터 재능을 발휘하진 못했다. 19세까지 7부리그 블라우바흐에서 뛰었지만, 목공수로 '투잡'을 해야 했다. 동네에서 볼 좀 차는 그저 그런 아마추어 선수였다.
기회는 우연찮게 찾아왔다. 1998년 클로제의 가능성을 눈여겨 본 5부리그 홈부르크가 러브콜을 보냈다. 클로제는 곧바로 두각을 드러냈다. 한 시즌 뒤 3부리그 소속이었던 카이저슬라우테른 2군팀에 합류하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1군 무대로 초고속 승진했다. 이후 탄탄대로가 펼쳐졌다. 클로제는 카이저슬라우테른에서만 5시즌을 뛰면서 142경기 57골을 기록했다. 모국 폴란드로부터 대표선수 제의를 받았지만, 독일 대표팀의 꿈을 버리지 않았고, 결국 한-일월드컵에 나서 머리로만 5골을 터뜨려 '헤딩머신'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독일 대표팀은 브라질에 패해 준우승에 그쳤지만, 클로제는 '녹슨전차'의 구원자로 발돋움 했다.
클로제는 "나는 독일 대표팀에서 특별하면서도 엄청나고 인상적인 시간들을 보냈다"며 "(브라질월드컵을 통해) 팀의 목표 뿐만 아니라 개인적인 목표도 이뤘다"고 은퇴 소감을 드러냈다. 그는 "공격수의 역할은 골을 넣는 것이다. 나는 그동안 동료들의 많은 도움을 받았다. 그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한다"며 파란만장했던 축구인생과 함께 했던 동료들에게 공을 돌렸다.
출발은 초라했지만, 마지막은 누구보다 빛났다. 프로 무대에서 마지막 불꽃을 태울 클로제가 걷는 길은 새로운 역사가 될 전망이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