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11경기 무승' 부산, 매직이 필요한 건 지금이다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14-08-12 07:20



부산 아이파크가 10일 K-리그 클래식 20라운드 FC서울과의 홈경기에서 0대2로 패했다. 11경기 연속 무승(4무7패)의 늪에 빠졌다. 3승7무10패. 12개팀 가운데 11위(승점 16)로 추락했다. 최하위 경남(승점 15)과의 승점차는 단 1점, 진짜 강등권이다. 벼랑끝이다.

2012년 스플릿 시스템 도입 이후 단단한 조직력과 끈끈한 응집력을 바탕으로 2년 연속 상위스플릿에 자리잡았던 부산의 위기다. 지난 4월19일 성남과의 홈경기에서 1대0으로 승리한 이후 무려 네달 가까이 승리를 맛보지 못했다. 4월26일 제주 원정에서 1대2로 패한 후 11경기에서 지거나 비겼다.

부산은 여름 이적시장에서 적극적인 변화를 시도했다. 울산과 2대1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원톱 양동현을 울산에 내주고, 미드필더 김용태와 공격수 박용지를 동반 영입했다. 윤성효 감독이 수원시절부터 눈독 들여온 수원 유스 출신 센터백 연제민도 데려왔다. 오랫동안 테스트해온 브라질 공격수 짜시오와도 계약했다. 7월 말 포항과 수원에 연거푸 0대2로 패한 후 짧은 휴식기를 활용해 남해 전지훈련을 다녀왔다. 소통을 도모하고, 반전을 꾀하기 위한 자구책이었다.

2일 제주전과 6일 경남전은 희망과 아쉬움이 교차했다. 제주전에선 임상협이 선제골을 넣었지만 황일수에게 동점골을 허용했다. 임상협은 5월4일 경남전 이후 3개월만에 골맛을 봤다. 경남전에선 '특급 이적생' 박용지의 시즌 첫골이 작렬했다. 김용태와 눈빛 호흡이 통했다. 그러나 후반 시작 직후 에딘에게 또다시 동점골을 허용했다. 2경기 연속 선제골을 넣고도 비겼다. 승점 3점을 눈앞에서 놓쳤다.

윤성효 감독은 10일 리그 경기, 13일 FA컵 8강전 등 서울과의 2연전을 반전의 계기 삼았다. 리그에 재미를 불어넣고, 선수들에겐 강력한 동기로 작용할 명승부를 반겼다. 강팀에게 강한 '윤성효 매직'을 선보일 참이었다. 영화 '명량'의 카피를 패러디한 '신에게는 아직 서울전이 있나이다'라는 모토를 내걸었다. 부산아시아드경기장 곳곳엔 초대형 '성효부적'이 휘날렸다. 최용수 FC서울 감독을 상대로 통산전적 8승2무2패의 절대 우위를 지켜온 자신감을 바탕으로 반전을 노렸다. 선발 라인업도 확 바꿨다. 유지노 전성찬 황재훈 등 부상 등의 이유로 그라운드에 굶주렸던 선수들에게 기회를 부여했다. 김용태 연제민이 선발로 나섰고, 박용지는 조커로 나섰다. 윙어로 나선 유지노, 미드필더 전성찬은 사력을 다했다. 유지노가 문전쇄도하며 쏘아올린 슈팅이 골 포스트를 맞고 튕겨나온 장면은 뼈아팠다. 그러나 승리에 조급해진 선수들은 조직적인 플레이를 펼치지 못했다. 페널티킥을 내준 이후에는 더 급해졌다. 결국 종료직전 에스쿠데로에게 쐐기골까지 허용하며 0대2로 완패했다.

프로선수답게 '11경기 무승'에 대한 절박한 위기의식이 필요하다. 2008년 3월16일부터 7월19일까지 14경기 연속 무승(4무10패)를 기록한 후 6년만의 최악의 성적이다. K-리그 팬들은 부산이 지난해 말 '우승후보' 포항과 울산 등 강팀들을 어떻게 지배했는지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어린 선수들의 패기와 조직력을 바탕으로 웬만해선 지지 않는 끈끈한 팀으로 부산을 기억한다. 올시즌 부산에는 세트피스 득점이 없다. 결정적인 '한방'이 부재하다. 그라운드에서 위기상황마다 중심을 잡아줄 리더가 눈에 띄지 않는다. 치열하게 열 맞추던 끈끈한 응집력이 사라졌다. 박종우의 광저우 부리 이적 이후 중원의 공백이 메워지지 않고 있다. 2012년 승강제 도입 이후 광주FC, 상주 상무, 강원FC, 대구FC, 대전시티즌에 이르기까지 강등팀은 모두 시민구단이었다. 기업구단으로서의 위기감, 책무감은 그래서 더 무겁다.

13일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열리는 FA컵 8강전에서 또다시 FC서울과 마주한다. 부산에겐 또 한번의 서울전이 남았다. '이기는 법'을 기억해내야 한다.
전영지기자 sky4us@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