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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의 전반기는 혹독했다.
13경기서 단 1승에 그쳤다. 지난해 스플릿 그룹A 진입의 영광을 썼던 '김봉길 매직'은 신기루처럼 사라졌다. 후반기 초반까지 무승의 그림자가 따라다녔다. 잘 막다가도 한 방 얻어맞으면 그대로 주저 앉았다. 그렇게 무너질 것 같던 인천이 다시 날개를 폈다. 울산을 2대0으로 완파한데 이어 전남까지 2대1로 제압했다. 탈꼴찌에 이어 강등권 탈출이라는 선물까지 얻었다. '마법'의 기운이 다시 인천을 감쌌다.
김 감독이 다시 미소를 지었다. 경남을 2대0으로 잡고 3연승에 도달했다. 후반 승부수로 내놓을 생각이었던 진성욱이 날아올랐다. 후반 8분 선제골에 이어 후반 추가시간 페널티킥 기회 획득까지 원맨쇼를 펼쳤다. 전반전 경남의 파상공세에 흔들렸던 수비라인까지 안정을 찾으면서 무실점 승리에 기여했다.
경기 후 기자회견장에 들어선 김 감독은 물을 벌컥벌컥 들이키며 90분 내내 쌓였던 긴장감을 씻어냈다. "우리도 경남처럼 절박할 때가 있었다. 배수의 진을 치고 나설 것으로 생각했다. 그래서 더 긴장했다. 전반전을 잘 버티고 후반전에 승부를 볼 생각이었다. 철저히 준비한 것을 다 풀어내고 끝까지 투혼을 보인 점에 찬사를 보내고 싶다."
김 감독이 밝힌 3연승의 비결은 분위기 반전이다. 패배의식에 젖었던 선수단 분위기가 살아나면서 성적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짚었다. 김 감독은 "전반기 9경기 연속 무득점 때 나와 선수들 모두 고민이 많았다"며 "월드컵 휴식기에 움직임, 부분전술을 가다듬는데 주력했다. 그 땀의 결실이 후반기에 나오는 듯 하다"고 말했다. 또 "전반기에 정말 희망이 없어 보였다. 하지만 젊은 선수들이 훈련장, 경기장에서 누구보다 투혼을 발휘해주고 있다"며 "선수들에게 '주장(박태민)만 주장이라고 생각하지 마라. 강등이라는 역사에 이름을 남기는 사람이 되지 말자'고 말했다. 그동안 서로 말수가 적었는데 오늘 경기(경남전) 전에는 서로 모여 미팅을 하고 있다. (선수들에게) 감사하고 있다"고 미소를 지었다.
꿈같은 3연승이다. 절실했기에 기쁨도 두배다. 잠을 설쳐온 김 감독에겐 숙면의 계기가 될 법하다. 김 감독은 고개를 흔들었다. "오늘 경기를 또 보고 싶다. 잘한 경기 아닌가. 분석관에게 영상을 달라고 해서 보고 싶다. 오늘은 잠을 안자도 좋을 것 같다." 이어 그룹A의 꿈을 노래했다. "현재 중하위권 승점차가 크지 않다. 지난해 그룹A에서 성적이 좋진 않았지만, 부담은 없었다. 올해 역시 매일 얻어맞아 코피가 터지더라도 그룹A에서 싸우고 싶다. 강등권 싸움보단 낫지 않느냐."
인천의 근성이 되살아났다. 오랜 기간 숨죽였던 '김봉길 매직'이 다시 기지개를 켜고 있다.
인천=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