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국 "득점왕+2관왕 도전" 그러나 변수는?

하성룡 기자

기사입력 2014-08-08 07:15


사진제공=전북 현대

'라이언 킹' 이동국(35·전북)의 화려한 질주가 시작됐다.

드디어 시즌 첫 멀티골을 작렬시켰다. 이동국은 6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수원과의 K-리그 클래식 19라운드에서 헤딩으로 두골을 뽑아내며 전북의 3대2 승리를 이끌었다. 총 9골로 득점 선두인 이종호(전남)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득점수와 경기 출전수(19경기)에서 이종호와 동률을 이뤘지만 교체수(11경기)에서 1경기 뒤져 득점 2위에 자리했다.

그렇지만 세 배의 기쁨이 찾아온 날이었다. 이동국은 멀티골로 득점왕 경쟁에 본격 가담했다. 전북은 수원을 꺾고 클래식 선두를 유지했다. 지긋지긋했던 수원전 징크스에서도 탈출했다.

의미있는 승리에 이동국도 감춰뒀던 속내를 드러냈다. "득점할 선수가 많다보니 나에게도 득점 기회가 더 늘어나고 있다. 이런 추세로 간다면 시즌 마지막에는 가장 많은 골을 넣는 것에 도전해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동국이 올해 득점왕을 차지한다면 2009년 이후 5년 만에 타이틀을 되찾게 된다.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더 높은 곳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이동국은 "올해 정말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에서 우승을 하고 싶었다. 그러나 이미 불가능해졌다. 이제 K-리그 클래식과 FA컵에서 동시에 우승하는 것이 목표다"라고 덧붙였다.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다. 전북은 후반기에 더욱 힘을 내고 있다. 99일만에 포항을 제치고 리그 선두를 탈환했다. 8~9월에 빡빡하게 짜여진 경기 일정을 벼텨낼 더블 스쿼드도 갖춰져 있다. FA컵 8강에서는 내셔널리그의 강릉시청을 상대한다. 세 번만 더 승리하면 FA컵 우승컵을 품는다. 이동국은 "후반기에 경기력이 상당히 좋아졌다. 1위를 지켜나가면 마지막에 우승 트로피를 들 가능성이 커진다. 8월과 9월에 경기 수가 많아 선수층이 두터운 전북이 더 유리할 것"이라며 2관왕을 머릿속에 그렸다.


수원전에서 자신의 두 번째 골을 성공시킨 뒤 세리머니를 하고 있는 이동국.
사진제공=전북 현대
'득점왕+2관왕'을 위해서는 강철 체력이 필수다. 걱정은 없다. 올시즌 전북의 리그 19경기에 모두 출전한 35세의 '철인' 이동국은 "특별히 경기 다음날 못 움직일 정도로 힘들지 않다. 솔직히 힘든걸 못 느껴봐서 모르겠다. 나중에 힘든걸 느끼면 그때 말하겠다"며 강철 체력을 자랑했다. 필드 플레이어에게 30대 중반의 나이는 환갑이나 다름없다. 의심할 여지없이 체력이나 기량이 쇠퇴할 시기지만 그는 35세에도 세월을 거스르고 있었다. 최강희 전북 감독에게도 이동국의 체력은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다. 최 감독은 "이동국을 경기 후반에 빼주려고 지시를 했는데 본인이 끝까지 하겠다고 하더라. 체력은 정말 타고난 것 같다. 30대 중반이면 경기 다음날 회복에 어려움을 겪는데 20대 선수보다 이동국의 회복 속도가 더 빠르다. 체질을 타고 났다고 밖에는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며 혀를 내둘렀다.

그러나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마지막 변수를 이겨내야 한다. 부상이다. 순위 경쟁이 가장 치열해질 시기에 다치면 타이틀 도전은 물거품이 된다. 최 감독도 부상을 가장 경계했다. "이동국이 최근 몇년간 9~10월에 부상을 자주 겪었다. 여름에 경기 일정이 많아지면서 그 여파가 후반기 부상으로 나타난다. 경기력보다 부상을 막는게 관건"이라고 했다. 이동국은 2009년 11월, 2011년 10월, 2013년 9~10월에 각각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한 경험이 있다. 우려가 현실이 됐다. 이동국은 수원전 종료 직전 헤딩 경합을 펼치다 착지 과정에서 발목을 다쳤다. 얼음찜질에도 통증을 느꼈다. 이동국은 '큰 부상'을 직감했다. 그러나 7일 검진 결과, 다행히 가벼운 왼쪽 발목 염좌 진단이 나왔다. 일주일 휴식을 취하면 정상 출전이 가능하다.

지난 4월 광저우 헝다(중국)와의 ACL 조별리그 경기 중 발등이 찢어지는 부상을 하고도 풀타임 활약했던 이동국이다. 이번에도 통증을 참고 뛰려 했지만 최 감독의 만류에 고집을 꺾었다. 대신 일주일 동안 이동국은 완벽하게 재충전을 할 계획이다. 목표로 삼은 '득점왕+2관왕'을 향한 질주를 위해서다.
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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