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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언 킹' 이동국(35·전북)의 화려한 질주가 시작됐다.
의미있는 승리에 이동국도 감춰뒀던 속내를 드러냈다. "득점할 선수가 많다보니 나에게도 득점 기회가 더 늘어나고 있다. 이런 추세로 간다면 시즌 마지막에는 가장 많은 골을 넣는 것에 도전해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동국이 올해 득점왕을 차지한다면 2009년 이후 5년 만에 타이틀을 되찾게 된다.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더 높은 곳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이동국은 "올해 정말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에서 우승을 하고 싶었다. 그러나 이미 불가능해졌다. 이제 K-리그 클래식과 FA컵에서 동시에 우승하는 것이 목표다"라고 덧붙였다.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다. 전북은 후반기에 더욱 힘을 내고 있다. 99일만에 포항을 제치고 리그 선두를 탈환했다. 8~9월에 빡빡하게 짜여진 경기 일정을 벼텨낼 더블 스쿼드도 갖춰져 있다. FA컵 8강에서는 내셔널리그의 강릉시청을 상대한다. 세 번만 더 승리하면 FA컵 우승컵을 품는다. 이동국은 "후반기에 경기력이 상당히 좋아졌다. 1위를 지켜나가면 마지막에 우승 트로피를 들 가능성이 커진다. 8월과 9월에 경기 수가 많아 선수층이 두터운 전북이 더 유리할 것"이라며 2관왕을 머릿속에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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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마지막 변수를 이겨내야 한다. 부상이다. 순위 경쟁이 가장 치열해질 시기에 다치면 타이틀 도전은 물거품이 된다. 최 감독도 부상을 가장 경계했다. "이동국이 최근 몇년간 9~10월에 부상을 자주 겪었다. 여름에 경기 일정이 많아지면서 그 여파가 후반기 부상으로 나타난다. 경기력보다 부상을 막는게 관건"이라고 했다. 이동국은 2009년 11월, 2011년 10월, 2013년 9~10월에 각각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한 경험이 있다. 우려가 현실이 됐다. 이동국은 수원전 종료 직전 헤딩 경합을 펼치다 착지 과정에서 발목을 다쳤다. 얼음찜질에도 통증을 느꼈다. 이동국은 '큰 부상'을 직감했다. 그러나 7일 검진 결과, 다행히 가벼운 왼쪽 발목 염좌 진단이 나왔다. 일주일 휴식을 취하면 정상 출전이 가능하다.
지난 4월 광저우 헝다(중국)와의 ACL 조별리그 경기 중 발등이 찢어지는 부상을 하고도 풀타임 활약했던 이동국이다. 이번에도 통증을 참고 뛰려 했지만 최 감독의 만류에 고집을 꺾었다. 대신 일주일 동안 이동국은 완벽하게 재충전을 할 계획이다. 목표로 삼은 '득점왕+2관왕'을 향한 질주를 위해서다.
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