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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의 아성 드디어 무너졌다. 전북 99일만의 1위 탈환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14-08-03 21:17


사진제공=전북 현대

포항 스틸러스의 아성이 깨졌다. 전북 현대가 99일만에 선두에 등극했다.

전북은 3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전남 드래곤즈와의 2014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18라운드에서 전반 15분 이재성과 전반 36분 한교원의 연속골을 앞세워 2대0 완승을 거뒀다. 승점 35점(10승5무3패)을 확보하며 같은 날 수원 삼성에 1대4로 패한 포항(승점 34)을 제치고 선두로 뛰어 올랐다. 4월26일 이후 딱 99일만에 1위 자리를 되찾았다.

그동안 클래식은 포항 천하였다. 당초 우승후보로 분류되지 않았던 포항은 이명주 김승대를 중심으로 한 '스틸타카'가 완벽히 자리잡으며 선두를 질주했다. 4월12일 처음 선두에 등극한 포항은 4월27일부터는 한차례도 1위를 놓치지 않았다.

그런데 월드컵 휴식기 이후 기류가 바뀌었다. 포항은 '에이스' 이명주를 아랍에미리트(UAE)의 알 아인으로 보내며 특유의 패싱게임에 균열이 왔다. 전반기처럼 압도적인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전반기 8승1무3패를 거둔 포항은 휴식기 후 2승3무1패에 그쳤다.

반면 개막 전 '절대 1강'으로 평가받던 전북이 여름과 함께 본 궤도에 올랐다. UAE의 알자지라에서 뛰던 수비형 미드필더 신형민을 영입하며 중원에 무게감을 더했다. 특유의 닥공도 살아나기 시작했다. '라이언킹' 이동국이 5경기 연속 공격포인트를 기록하며 포효하기 시작했다. 이승기가 부상 복귀 후 날카로운 공격력을 과시했고, 레오나르도와 한교원의 측면 공격도 힘을 받았다. 전북은 휴식기 후 치른 6경기에서 무려 15골을 퍼부엇다. 4승2무의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간 전북은 마침내 선두 탈환에 성공했다.

사실 최강희 전북 감독은 이른 선두 등극 보다는 2위권을 유지하고 싶다는 뜻을 내비쳤다. 최 감독은 "일찍 선두로 올라가면 또 '절대 1강 맞지 않냐'라는 얘기가 나올 것이 뻔하다"고 특유의 농담을 던진 후, "사실 지금 순위도 중요하지만 진짜 싸움은 마지막 10경기를 남겨두고 펼쳐진다. 일찍 선두에 올라서 매경기 상대의 견제를 받으면 피곤해진다. 봄보다는 여름, 여름보다는 가을에 더 힘을 내야 한다. 지금은 순위보다는 부상자 없이 좋은 경기력과 분위기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팬심은 달랐다. 전광판에 수원이 골을 넣었다는 소식이 전해질때마다 뜨거운 함성이 쏟아졌다.

전북이 최 감독의 의지(?)와 상관없이 선두로 뛰어오르며 우승경쟁은 한층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빡빡한 일정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3일 경기를 마친 전북과 포항은 6일 주중 경기에 이어 9일, 20라운드를 치른다. 일주일에 3경기를 치르는 강행군이다. 최 감독은 "날씨가 너무 더워서 선수들의 컨디션과 경기 스케줄 관리가 대단히 중요하다. 어느 경기에 초점을 맞출지 잘 고민해야 한다. 매 경기 베스트11을 투입하는 것은 무리"라고 했다. 하석주 전남 감독 역시 "최소 6경기가 예정된 8월을 슬기롭게 보내는 팀이 남은 일정을 유리하게 보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일단 더블스쿼드를 자랑하는 전북이 선수층이 얇은 포항 보다 유리한 것은 사실이다. 포항은 20일과 27일 서울과 아시아챔피언스리그 8강전도 치러야 한다. 하지만 포항은 이미 지난시즌 체력 변수를 슬기롭게 극복하며 K-리그 사상 첫 더블(리그+FA컵 우승)을 달성한 바 있다. 최 감독은 "이제 원정에서 공격축구로 승리를 거두기 쉽지 않다. 예상보다 빠르게 1위에 올랐다. 이제 상대의 견제가 심해지는만큼 전술적으로, 정신적으로 더 많이 준비해야 한다"고 각오를 다졌다. '2강' 전북과 포항 밑에는 수원(승점 32), 제주 유나이티드(승점 31), 전남(승점 30)이 나란히 포진해 있다. 선두권과 승점차가 크지 않다. 한, 두차례 연승만 이어진다면 우승경쟁은 또 한번 요동칠 가능성이 높다. 클래식의 우승경쟁은 지금부터다.


전주=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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