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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축구협회가 차기 감독 선임 작업의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 역설적이지만 '신속하게', '신중하게' 준비하고 있다.
새 감독을 선임하기에 앞서 2014년 브라질월드컵에서의 실패를 정밀 분석하고 반성한 뒤 개혁도 이뤄져야 한다. 이미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지난 10일 홍명보 월드컵대표팀 감독의 사퇴 기자회견 직후 '기술위 개편' '반성을 통한 도약' '빠른 후임 감독 선임'을 국민들에게 약속했다. 이를 위해 대한축구협회의 안기헌 전무 등 실장급 실무진이 오전 9시부터 오후 1시까지 4시간 동안 '마라톤 회의'를 가졌다. 월드컵 참패의 여파로 회의 분위기는 무거웠지만 신중한 논의가 이어졌다. 회의의 주된 내용은 축구협회가 만들고 있는 '월드컵 백서'와 거수기로 전락한 기술위원회의 역할에 대한 논의였다. 축구협회는 지난해 6월 홍 감독이 부임한 이후 1년간의 월드컵 준비과정을 모두 기록하는 백서 사업을 추진해왔다. 협회 기획팀과 기술위원회, 기술교육실, 미래기획단이 모두 참여했다. 1년동안의 준비 과정이 총망라된 백서는 기술과 의무, 행정, 운영 등 큰 분야로 나뉘어지고 행정 지원, 기술위의 활동, 훈련 계획, 전술 운영 등 세밀한 분석 내용이 담길 예정이다. 이를 위해 각 분야 수장들이 모여 마라톤 회의를 통해 백서의 진행상황을 살피고, 어떤 내용을 추가로 담을지 논의했다. 이 관계자는 "지금까지 백서 제작이 진행되고 있었지만 다음 월드컵을 위해 어떤 내용이 더 담겨야 하는지 논의가 있었다"고 말했다.
또 축구협회는 백서 작업과 동시에 기술위원회의 역할과 개혁에 대한 논의도 진행하기로 했다. 다만, 황보관 기술위원장의 사퇴는 우선 순위에 둔 백서 작업과 원활한 인수 인계를 위해 잠시 보류하기로 했다. 이 관계자는 "사퇴 의사를 밝힌 황보관 기술위원장은 백서 작업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월드컵 분석이 먼저이기 때문에 당분간 백서 작업에 전념하고, 기술위원회의 개혁과 역할에 대한 논의가 마무리된 뒤에 자연스럽게 인수인계를 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고 덧붙였다.
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