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반기 초반 장마 변수, 누가 불리할까?

박상경 기자

기사입력 2014-07-09 06:29



축구는 계절의 영향을 받지 않는 대표적 종목이다.

하지만 장마는 껄끄럽다. 굵은 빗줄기에 그라운드는 평소보다 많은 물을 머금는다. 선수들의 발은 물렁해진 그라운드 속에서 천근만근이 된다. 매끄럽던 패스도 종잡을 수 없이 튄다. 때문에 체력부담이 커지고 예기치 않은 부상 문제까지 한꺼번에 터진다. 경기 외에도 훈련 및 이동 일정이 복잡해지는 경우가 비일비재해 컨디션 조절도 쉽지 않다. 매년 프로축구는 7~8월이 분수령이었다. 지난해 더블(리그-FA컵 동시우승)을 달성했던 포항도 7월에 울산에게 선두 자리를 내주면서 위기를 맞았다. 지난 주말 재개된 K-리그 클래식은 후반기 초반 주중, 주말을 오간다. 2014년 브라질월드컵 휴식기로 인해 밀린 일정 탓이다. 장마 변수는 올 시즌 더욱 커졌다.

제주는 장마가 야속한 팀이다. 제주도가 연고지다보니 시즌 일정 절반을 비행기 안에서 보낸다. 평상시에도 날씨에 민감한 하늘길은 장마철엔 고행길로 변한다. 육지 연고팀처럼 버스나 열차로 이동을 할 수 없다. 하루가 꼬박 걸리는 뱃길은 애초부터 머릿 속에서 지웠다. 비바람 탓에 하늘길이 막히면 육지에 눌러 앉는 것 외엔 방법이 없다. 집 떠나 타지 생활도 하루 이틀이다. 심신의 피로는 곱절로 쌓인다. 제주는 9일 전북, 13일 성남을 만난 뒤 제주도로 돌아가 서울(19일), 전남전(23일)을 치른다. 원정 2연전-홈 2연전이 이어지는 일정이라 하늘길 이동 부담은 덜었다. 그러나 변화무쌍한 장마철 날씨는 언제든 제주의 발목을 잡을 수 있는 최대변수다. 반대로 제주 원정을 떠나야 하는 서울과 전남도 이동 계획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스쿼드가 얇은 팀들도 장마철이 버겁다. 피로누적과 부상 변수가 한꺼번에 터지면 천길 낭떠러지에 빠진다. 주전 절반 이상이 부상으로 빠진 선두 포항이 전전긍긍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서울(9일·홈) 울산(12일·원정) 부산(20일·홈) 인천(23일·원정) 등 상대팀 면면도 녹록지 않다. 황선홍 포항 감독이 "후반기 초반 일정을 잘 넘겨야 한다"고 강조하는 이유다. 포항과 달리 대체자원이 풍부한 전북, 울산, 서울은 장마 변수를 틈타 반전을 꿈꾸고 있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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