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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Y 매치업]감독-코치였던 클린스만-뢰브, 16강 앞 지략 대결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14-06-26 06:30


ⓒAFPBBNews = News1

둘은 동반자였다. 자국에서 열린 2006년 독일월드컵 우승을 위해 감독과 코치로 함께 했다. 둘은 객관적 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지 못하던 독일을 3위에 올려놓았다. 8년이 흘렀다. 상황이 바뀌었다. 한명은 미국의 지휘봉을 잡았고, 한명은 코치에서 감독으로 승격했다. 16강 문턱에서 지략대결을 펼치는 위르겐 클린스만 미국 감독(50)과 요아킴 뢰브 독일 감독(54) 이야기다.

독일 최고의 스타였던 클린스만, 평범한 선수였던 뢰브

클린스만은 우베 젤러-게르트 뮐러-칼 하인츠 루메니게로 이어지는 독일 스트라이커 계보를 잇는 최고의 공격수였다. 슈투트가르트, 바이에른 뮌헨, 인터밀란, 삼프도리아, AS모나코, 토트넘 등을 거치며 수많은 골을 기록했다. 대표팀에서도 80경기에 나서 38골을 넣었다. 팬들은 금발 머리를 휘날리며 역동적인 움직임으로 골을 잡아내는 그에게 '금발의 폭격기'라는 별명을 지어줬다. 한국팬들에게는 1994년 미국월드컵 한국전에서 2골을 넣으며 확실한 인상을 남겼다.

뢰브는 그저 그런 선수였다. 영리한 공격형 미드필더였을 뿐이었다. 하위권팀과 2부리그를 전전했다. 프라이부르크에서 그나마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다. 독일 대표팀에 한번도 선발되지 못했다. 1979년 21세 이하 대표팀에 선발된 것이 전부였다. 감독이 된 후 빛을 봤다. 슈투트가르트 감독이 된 뢰브는 발라코프, 에우베르, 보비치의 '매직 트라이앵글'을 앞세워 1996~1997시즌 DFP 포칼 우승, 1997~1998시즌 컵위너스컵 준우승이라는 성과를 거뒀다.

동반자에서 적으로

클린스만은 유로2004에서 참패를 당했던 독일 대표팀의 지휘봉을 잡았다. 독일월드컵을 앞두고 '독일의 부활'이라는 중책을 받았다. 클린스만은 곧바로 코칭스태프 구성에 나섰다. 올리버 비어호프 등 스타플레이어 출신을 대거 중용한 가운데, 놀라운 선택을 했다. 한동안 독일 축구계를 떠나 있던 뢰브를 수석코치로 임명했다. 클린스만과 뢰브는 2003년 코칭스쿨에서 만났다. 뢰브 감독의 축구철학에 깊은 인상을 받은 클린스만은 당시의 기억을 떠올려 뢰브를 데려왔다. 팬들과 전문가들은 '가뜩이나 감독 경험이 없는 클린스만이 자신을 보좌할 수석코치마저 부족한 사람을 뽑았다'며 비판적인 반응을 보였다. 초반 평가전에서 좋지 못한 모습을 보이며 질타를 받았던 둘의 파트너십은 독일월드컵이 가까워질수록 위력을 발휘했다. '독일의 부활은 공격축구에 달려있다'는 공통 목표로 팀 체질개선에 나섰다. 클린스만은 선수시절부터 보인 강력한 카리스마를 바탕으로 팀 전체를 조율했고, 지략가인 뢰브는 세부 전술을 가다듬었다. 클린스만과 뢰브는 바스티안 슈바인슈타이거, 필립 람, 루카스 포돌스키, 페어 메르테자커 등 젊은 선수들을 대거 중용하며 독일을 젊은 전차군단으로 바꾸는데 성공했다. 그 결과는 독일월드컵 3위라는 성적표로 돌아왔다.

클린스만은 독일월드컵 이후 독일 지휘봉을 내려놨다. 후계자는 뢰브였다. 뢰브는 클린스만이 시작한 세대교체를 가속화하며 독일을 역동적인 팀으로 탈바꿈시켰다. 독일은 뢰브 아래서 유로2008 준우승, 2010년 남아공월드컵 3위, 유로2012 4강이라는 놀라운 성과를 거뒀다. 클린스만은 2011년 미국대표팀 감독에 임명됐다. 초창기 부진을 거듭하던 미국은 브라질월드컵 북중미예선부터 본궤도에 올랐다. 클린스만식 공격축구가 완전히 자리잡았다.

'히혼의 수치'는 없다


나란히 1승1무를 거둔 미국과 독일은 비기기만 해도 16강에 진출한다. 호사가들은 둘의 인연을 들어 '암묵적으로 무승부 전략을 펼치는 것이 아니냐'는 말을 하고 있다. 독일은 1982년 스페인월드컵 히혼에서 열린 오스트리아와의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1대0으로 승리, 2라운드에 진출했다. 전반 10분 흐루베쉬의 선제골로 앞서나간 독일은 오스트리아와 함께 자기진영에서 공을 돌리며 시간을 보냈다. 독일이 승리하면 오스트리아와 함께 2라운드에 올라갈 수 있었다. 이 경기는 월드컵 사에 '히혼의 수치', '히혼의 불가침조약'으로 남았다. 이 경기 후 국제축구연맹은 조별리그 최종전을 같은 날 같은 시간에 열기로 했다.

클린스만과 뢰브는 선의의 대결을 강조했다. 클린스만은 "'히혼의 수치'는 수십 년이나 지난 일이다"며 "뢰브는 그의 일을 할 것이고 나는 나의 일을 할 것이다. 우리는 독일을 꺾고 16강에 오르기 위해 모든 것을 쏟아낼 것이다"고 잘라 말했다. 뢰브 역시 "우리는 승리만을 원한다"고 했다.

미국, 독일과 함께 G조에 속한 가나와 포르투갈도 최종전에 나선다. 두 팀은 나란히 1무1패 중이다. 최종전에서 승리를 거둔 뒤, 미국-독일전 결과에 따라 16강에 진출할 수 있는 실낱같은 가능성이 있다. 이래저래 중요한 클린스만과 뢰브의 대결이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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