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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시타카', 일본 축구의 환상이었다. 하지만 세계 축구의 흐름은 '스시타카'와는 달랐다.
쉴새없이 빠른 패스를 주고받으며 상대를 무너뜨리는 스페인식 '티키타카(탁구공이 왔다 갔다 하듯 공을 주고받는다는 의미의 스페인어)'를 추구하며 아시아에서 가장 창조적인 경기 운영을 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일본의 대표적인 음식 초밥에 빗대 '스시타카'라는 훈장도 받았다. 가가와 신지(맨유), 혼다 게이스케(AC밀란), 오카자기 신지(마인츠), 우치다 아츠토(샬커04), 하세베 마코토(뉘른베르큰), 나카토모 유토(인터 밀란)…, 이보다 더 좋을 순 없었다. 일본 축구 역사상 가장 화려한 진용이었다. '황금세대'였다.
하지만 '티키타카'에 이어 '스시타카'도 몰락했다. 방심이 화를 불렀다. 지나친 자만심에 일본 축구는 꽃도 피우지도 못하고 지고 말았다. 세계 축구의 흐름은 변했지만 '스시타카'에 안주했다. 패스 성공률은 높았지만 '눈속임'에 불과했다. 창조적인 움직임이 부족했고, 골결정력도 떨어졌다. 일본은 조별리그 3경기에서 단 2골에 그쳤다. 특히 그리스와의 2차전에서는 수적우세에도 불과하고 허망하게 득점없이 비겼다. 측면에서의 단조로운 크로스는 번번이 장신 수비수들에게 막혔다.
콜롬비아는 후반 시작과 함께 신성 하메스 로드리게스(AS모나코)를 투입했다. 역습에 무방비였다. 10분 만에 골이 터졌다. 로드리게스(포르투)가 밀집수비를 뚫은 후 골에어리어 왼쪽에 있는 마르티네스에게 패스했다. 마르티네스가 왼발 슛으로 화답, 골망을 흔들었다. 사실상 마침표였다. 일본은 후반 체력이 곤두박질쳤다. 콜롬비아는 후반 37분 마르티네스, 44분 로드리게스가 추가골을 터트리며 대미를 장식했다.
일본이 처음으로 월드컵 무대를 밟은 것은 1998년 프랑스 대회다. 브라질은 5회 연속 월드컵 입장이다. 2002년 한-일, 2010년 남아공월드컵에서 16강에 진출했다. 두 대회 모두 첫 경기(1승1무)에서 패하지 않았다. 반면 조별리그에서 탈락한 1998년 프랑스와 2006년 독일월드컵에선 나란히 눈물을 흘렸다. 일본은 브라질월드컵 1차전에서 코트디부아르에 1대2로 역전패하며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최후도 마찬가지였다.
수비에 대한 대비없이 '스시타카'에 의존하며 몰락했다. 일본 축구의 오늘이었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