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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기에전 정조준 홍정호-김영권, 투혼을 아로새겼다

박상경 기자

기사입력 2014-06-25 11:32 | 최종수정 2014-06-25 11:33



알제리전을 마친 김영권(24·광저우 헝다) 홍정호(25·아우크스부르크)의 얼굴은 백지장 같았다.

생각지 못한 2대4의 완패에 망연자실 했다. 멍한 표정으로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을 빠져 나갔다. 취재진의 인터뷰 요청도 고사했다. 홍명보호의 든든한 방패를 자처했던 이들에게 전반전 3실점은 축구인생을 통틀어 가장 치욕적인 상처였다.

둘은 소문난 단짝이다. 비슷한 체격과 플레이 스타일, 대기만성의 기질은 동색이었다. 2012년 런던올림픽에선 함께 하지 못했다. 불의의 부상으로 낙마한 홍정호의 아픔을 짊어진 김영권은 동메달 신화의 한 축을 담당했다. 함께 출전한 2014년 브라질월드컵 본선에 대한 기대감은 그래서 더욱 컸다. 미국 마이애미 전지훈련 기간 내내 한 방을 쓰면서 훈련 및 경기 중 장단점 파악에 집중하고 소통하면서 본선 활약을 다짐해왔다. 홍정호가 튀니지와의 평가전에서 부상하면서 아픔이 반복될 것처럼 보였지만, 러시아와의 본선 조별리그 1차전에서 선방하면서 값진 무승부에 공헌했다. 단짝의 오랜 꿈은 16강 진출이라는 성과로 실현될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포르투알레그레 참사'가 모든 것을 앗아갔다. 4실점 모두 책임을 면키 어려웠다. 경기 종료 후 다리가 풀려 그라운드에 주저앉은 두 선수는 가슴으로 울었다.

아직 끝난 게 아니다. 벨기에전에 실낱같은 희망이 숨어 있다. 김영권-홍정호 콤비에겐 명예회복의 기회다. 홍명보호는 5월 평가전부터 본선 2경기까지 4경기 연속 실점 중이다. 벨기에 공격진은 유럽에서도 정상급에 속한다. 로멜루 루카쿠, 케빈 미랄라스(이상 에버턴) 아드난 야누자이(맨유) 등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공격수가 즐비하다. 한국전에선 다득점을 목표로 삼고 있다. 홍명보호 수비진에겐 더 이상의 실수가 용납되지 않는다. 한 자릿수 가능성의 기적을 살리기 위해선 득점이 지상과제다. 단 한 골이라도 내줄 경우 골의 가치가 반감된다. 공격수들의 부담감 역시 커진다. 어느 때보다 수비수들이 집중력을 발휘할 필요가 있다. 김영권-홍정호의 역할이 그만큼 중요하다.

본선 전 김영권은 "2009년 이집트청소년월드컵(20세 이하) 이후로 (홍)정호와 큰 대회에 같이 나가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설레고 기대된다"고 활짝 웃었다. 홍정호 역시 "(김)영권이는 수비 리딩이 좋다. 나도 많이 기대는 편"이라며 웃었다. 서로를 지탱하는 신뢰의 힘은 강하다. 알제리전의 눈물로 잃었던 힘을 깨워야 한다.

아직 해피엔딩을 쓸 기회가 남아 있다. 김영권-홍정호의 투혼에 달려 있다.
상파울루(브라질)=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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