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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축구연맹(FIFA)랭킹 11위의 벨기에는 2014년 브라질월드컵에서 우승을 넘볼 수 있는 '다크호스'로 꼽혔다. 개인 능력이 뛰어난 선수들이 대부분이다. '벨기에의 호날두'로 불리는 에덴 아자르(첼시)를 비롯해 로멜루 루카쿠(에버턴) 마루안 펠라이니(맨유) 케빈 더브라위너(볼프스부르크) 뱅상 콩파니(맨시티) 등 유럽 빅리그에서도 손에 꼽히는 선수들로 대표팀이 꾸려졌다. '황금세대'를 이룬 벨기에의 전력은 브라질월드컵 조별리그 1,2차전을 통해 공개됐다. 2연승으로 16강행을 조기 확정했다. 그러나 벨기에의 전력은 결과와 비례하지 않았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벨기에는 고평가된 팀이었다. 공격과 수비에 모두 허점이 많았다.
공격할수록 넓어지는 수비-미드필드 간격
벨기에의 중원 조합은 펠라이니, 더브라위너, 위첼로 꾸려진다. 위첼이 수비형 미드필더로 수비를 조율하고, 펠라이니와 더브라위너가 공격 전개의 첨병 역할을 한다. 그러나 펠라이니와 더브라위너가 공격지향적인 성향이 강해, 위첼이 홀로 수비에 남겨지는 경우가 잦다. 더구나 공격형 미드필더 출신인 위첼까지 공격적으로 전진하면 미드필드와 수비 사이의 폭이 상당히 넓어진다. 무사 뎀벨레(토트넘)와 스테번 드푸르(FC포르투)가 그 자리를 대신해도 성향은 비슷하다. 이는 공격시 최대의 강점이 될 수 있지만 역습 상황에서는 '쥐약'이다. 역습이 빠른 팀이 벨기에의 1선 압박만 뚫어낸다면 상대의 포백라인까지 도달하기가 쉬워진다. 알제리전에서도 이 공간이 실점의 빌미가 됐다. 알제리의 역습 상황에서 롱패스에 중앙 미드필드 라인이 무너졌고 파우지 굴람(나폴리)의 롱크로스까지, 단 두번 만에 문전까지 공격을 허용했다. 소피앙 페굴리(발렌시아)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페널티킥을 얻어내 득점으로 연결했다. 러시아전에서도 같은 문제점을 노출했다. 역습시 수비진영에서 뻗어나오는 롱패스에 넓어진 미드필드와 수비 사이의 빈공간이 뻥뻥 뚫렸다. 러시아의 골 결정력이 뛰어났다면 결과는 바뀌었을 수 있다.
벨기에는 알제리, 러시아전에서 승리를 거두긴 했지만 고전을 면치 못했다. 완성된 조직력으로 선수비-후역습을 전개하는 상대팀의 전술에 말려 들었다. 특히 상대의 빠른 역습에 대한 대처 능력이 부족했다. 상대의 역습은 주로 측면을 파고 들었다. 벨기에를 연구한 알제리, 러시아팀들의 전략이 한국에도 많은 도움을 준다. 바로 벨기에는 측면 수비가 구멍이다. 중앙 수비수 출신들이 자리한 측면은 수직적 움직임보다 수평적 수비에 익숙하다. 때문에 측면 공격수들의 빠른 측면 돌파에 순간적으로 돌아서는 민첩성이 떨어진다. 왼쪽 풀백 페르통언은 알제리전에서 낙제점을 받았고, 러시아전에 출전한 베르마엘렌은 부상으로 쓰러졌다. 더 큰 문제는 마땅한 백업이 없다는 것이다. 오른쪽 풀백인 토비 알데르바이럴트(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스피드에 약점을 갖고 있다. 벨기에의 측면 수비는 선수 구성이나 능력에서 벨기에의 최대 취약 포지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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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기에전 승리 전략은 경기 운영에 있다. 다득점 승리를 위해서는 무실점 수비가 우선되어야 한다. 러시아처럼 수비조직력이 좋은 팀을 상대로 벨기에가 전반에 고전했던 모습을 분석, 참고해야 한다. 러시아는 볼점유율에서 47대53으로 근소하게 뒤졌지만 슈팅수에서는 13대11로 앞섰다. 조직적으로 빠르게 전개하는 역습으로 벨기에를 효과적으로 공략했다. 역습 전개 속도를 높여야 한다. 공을 달고 뛰는 스피드가 빠른 손흥민(레버쿠젠)이 역습에 선봉에 서야 한다. 장거리 패스에 능한 기성용(스완지시티)의 정확한 볼 배급이 역습의 시발점이다. 물론 골결정력이 뒷받침이 되어야 전술의 완성도가 높아진다. 순발력이 떨어지는 풀백의 대처 능력을 감안해 측면 공격수의 빈도를 높이고 풀백의 과감한 오버래핑이 전개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90분간 유지할 수 있는 강철체력이 필요하다. 체력은 한국의 전통적인 강점이었다. 강한 정신력이 바탕이 된다. 벨기에의 공격은 러시아의 수비가 지친 후반 30분 이후 불을 뿜었다. 체력이 떨어진 모습을 노출하는 순간, 새롭게 투입된 교체 자원들의 힘이 발휘된다. 한국이 가장 경계해야 할 부분이다.
리우데자네이루(브라질)=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