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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이번 브라질월드컵 히든카드는 '제로톱'이다.
제로톱은 기본적으로 문전으로 진입하는 선수가 누구든 스트라이커가 될 수 있다는 발상에서 출발했다. 수비수는 공격수의 움직임에 맞출 수 밖에 없다. 포워드가 미드필드 진영으로 내려가면 센터백은 자기의 마크맨을 잃게 된다. 2명의 센터백이 빈공간을 막아야 하는 비효율적인 상황에 처하게 된다. 이 때 센터백 중 한명이 미드필드까지 올라온다면, 그 공간에 다른 미드필더가 침투하며 공략할 수 있다. 이때 골문 앞으로 침투하는 선수가 스트라이커 역할을 하게되는 것이다. 미드필드 숫자를 늘려 상대와의 허리 싸움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으며, 지속적이고 창의적인 침투로 상대 수비진의 혼란을 야기하는 것이 제로톱의 기본 골자다.
뮐러, 괴체는 이 역할을 완벽히 해냈다. 뮐러는 2골을 뽑았으며, 괴체는 수시로 중앙으로 이동하며 포르투갈을 괴롭혔다. 외질도 찬스메이킹에 주력하지 않고 득점을 노렸다. 이들은 미드필드에 합류하며 허리싸움에서 완승을 거뒀다. 최전방 트리오를 받춰준 중앙 미드필더들의 움직임도 좋았다. 크로스, 사미 케디라, 필립 람이 간격을 유지하며 패싱게임을 주도했다. 전문적인 수비형 미드필더는 없었지만, 지능적인 수비로 상대를 방해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