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포르투갈]독일의 '히든카드' 제로톱 통했다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14-06-17 02:51


사진출처=독일축구협회 홈페이지

독일의 이번 브라질월드컵 히든카드는 '제로톱'이다.

어느정도 예견된 카드다. 요아킴 뢰브 감독은 독일 최종엔트리에서 전문 포워드는 미로슬라프 클로제 단 한명만을 포함시켰다. 클로제 역시 득점력보다는 미드필드진과의 연계플레이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독일의 공격형 미드필더 자원은 풍부하다 못해 넘쳐흐를 정도이다. 루카스 포돌스키와 메주트 외질, 토마스 뮐러 같은 기존 공격형 미드필더들에 토니 크로스, 마리오 괴체, 율리안 드락슬러 등 신예 공격형 미드필더까지 즐비하다. 독일의 레전드 베켄바워는 "공격형 미드필더 포지션에 뛰어난 선수들이 즐비한 데 굳이 최전방에 전문 공격수를 배치할 필요는 없다"고 했다.

독일은 가장 중요했던 포르투갈과의 G조 조별리그 첫 경기부터 제로톱 카드를 꺼내들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독일은 17일(한국시각) 사우바도르 아레나 폰테 노바에서 열린 포르투갈과의 2014년 브라질월드컵 조별리그 G조 1차전에서 완승을 거뒀다. 무엇보다 제로톱이 통했다는 것이 만족스러웠다. 뢰브 감독은 뮐러, 외질, 괴체를 전방에 포진시켰다. 뮐러가 원톱 역할이 가능한 선수지만 스트라이커 유형은 아니다. 뮐러는 외질, 괴체와 수시로 위치를 바꾸며 찬스를 만들어냈다.

제로톱은 기본적으로 문전으로 진입하는 선수가 누구든 스트라이커가 될 수 있다는 발상에서 출발했다. 수비수는 공격수의 움직임에 맞출 수 밖에 없다. 포워드가 미드필드 진영으로 내려가면 센터백은 자기의 마크맨을 잃게 된다. 2명의 센터백이 빈공간을 막아야 하는 비효율적인 상황에 처하게 된다. 이 때 센터백 중 한명이 미드필드까지 올라온다면, 그 공간에 다른 미드필더가 침투하며 공략할 수 있다. 이때 골문 앞으로 침투하는 선수가 스트라이커 역할을 하게되는 것이다. 미드필드 숫자를 늘려 상대와의 허리 싸움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으며, 지속적이고 창의적인 침투로 상대 수비진의 혼란을 야기하는 것이 제로톱의 기본 골자다.

뮐러, 괴체는 이 역할을 완벽히 해냈다. 뮐러는 2골을 뽑았으며, 괴체는 수시로 중앙으로 이동하며 포르투갈을 괴롭혔다. 외질도 찬스메이킹에 주력하지 않고 득점을 노렸다. 이들은 미드필드에 합류하며 허리싸움에서 완승을 거뒀다. 최전방 트리오를 받춰준 중앙 미드필더들의 움직임도 좋았다. 크로스, 사미 케디라, 필립 람이 간격을 유지하며 패싱게임을 주도했다. 전문적인 수비형 미드필더는 없었지만, 지능적인 수비로 상대를 방해했다.

독일은 이번 브라질월드컵서 제로톱을 활용한 첫 국가다. 제로톱을 가장 잘 활용하는 국가인 스페인 조차 네덜란드와의 첫 경기에서 디에고 코스타 원톱을 활용했다. 미래의 전술로 각광받던 제로톱은 최근들어 주춤한 모습이다. 바르셀로나와 바이에른 뮌헨이 2013~2014시즌 유럽챔피언스리그에서 아쉬운 성적을 남겼다. 하지만 독일이 이번 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다면, 제로톱은 다시 전면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