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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은 넣었지만, 아직 100%는 아니었다. 오히려 지난시즌 중반 엄청난 비난을 받았을 당시의 모습과 오버랩 됐다. '세계최고의 선수' 리오넬 메시(아르헨티나) 이야기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메시는 여전히 좋지 못한 경기력을 보였다. 메시는 3-5-2 포메이션에서 세르히오 아게로 밑에 포진한 섀도 스트라이커로 출격했다. 시작은 좋았다. 메시는 전반 3분 날카로운 프리킥으로 보스니아-헤르체고비아 수비수 콜라시나치의 자책골을 유도했다. 이 후는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센터서클로 내려오며 빌드업 작업에 집중했다. 하지만 거기서부터 이어지는 폭발적 드리블이 모두 끊기다보니 리듬이 살지 못했다. 박스 안까지 모처럼 들어가도 슈팅까지 이어지지 못했다. 무엇보다 걸어다니는 장면이 아쉬웠다. 메시는 전성기 시절 누구보다 인터셉트를 많이 했던 공격수였다. 하지만 보스니아 수비에 전혀 압박을 가하지 않았다.
다행히 후반들어 살아나는 모습이었다. 알레한드로 사베야 감독은 곤살로 이과인을 투입하며 메시를 익숙한 스리톱의 중앙공격수로 포지션을 바꿔줬다. 메시는 드리블 보다는 패스에 주력하는 모습이었다. 그 패스는 대단히 날카로웠다. 분위기를 끌어올린 메시는 후반 20분 마침내 월드컵 무득점을 끊는 골을 기록했다. 아크 정면에서 드리블을 한 후 이과인과 리턴패스를 받아 속도를 끌어올린 메시는 페널티박스 바로 앞에서 수비를 제치고 절묘한 왼발슛을 넣었다. 전형적인 메시의 골 장면이었다. 메시의 월드컵 2호골이자 지난 남아공월드컵에서 무득점에 그쳤던 굴욕을 씻는 한방이었다. 이후에도 메시는 날카로운 모습을 몇차례 더 보여줬다.
물론 이제 한경기를 치렀을 뿐이다. 하지만 2골을 모두 만들어냈지만 팬들의 욕심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활약이었다. 아르헨티나가 이번 대회 우승후보로 꼽히는 이유는 메시라는 존재 때문이었다. 오늘의 골이 그의 컨디션을 끌어올리는 기폭제가 되길 기대해본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