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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나전을 하루 앞둔 9일 오후, 축구계의 관심은 홍명보호에 쏠렸다. 그 시각 서올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에서는 어느 K리거의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적료 50억 원에 3년간 연봉 15억 원, 총 95억 원의 금액을 두고 '잭팟이 터졌다'는 표현이 붙었다. 가치를 인정받았다는 시선도 있었지만, 스타급 선수의 중동행 이적(알 아인, UAE)이 꺼림칙하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우려가 없는 건 아니다. '선수 본인을 더 널리 알릴 수 있는가', '(월드컵 명단과는 별개로) 대표팀 명단이 발표될 때마다 금의환향할 수 있는가'도 따져볼 필요는 있다. 이명주는 중동에서 뛰던 기존의 곽태휘, 남태희, 유병수와는 다른 케이스다. 이들은 각각 중앙 수비, 윙어, 최전방 공격수로 대표팀에서 한 번쯤 고민해본 포지션의 자원이었다. 반면 이명주가 뛸 4-2-3-1의 정삼각형 미드필더진은 유럽에서 뛰는 몇몇 자원이 붙박이로 들어선 상태다. 더욱이 아시안게임 와일드카드에 대해 이광종 감독이 "월드컵 대표팀에서 뽑는다"고 못까지 박았다. '노출'이 절실한 이 선수에게 중동은 썩 좋은 장소가 아닐 수 있다.
여기까지만 해도 '선수 개인'의 문제다. 가치관에 따라 내린 선택이 이명주 본인에게 정답이면 그만이다. 다만 K리그는 또다시 '리그 차원'의 고민을 떠안게 됐다. 어떤 생존법을 택해야 할지에 대한 '리그 포지셔닝'을 고심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데얀과 하대성이 빠진 서울이 휘청하지 않았던가. 최근 5년간을 따져봤을 때, 가장 불안한 행보임은 부인하기 어렵다. 잘하는 선수가 나가면 (팀 조직력 및 감독 지도력과는 별개로) 전력이 떨어지는 게 당연한 이치. 인정하기 싫어도 리그의 질 하락 및 하향 평준화의 문제와 직면해야 한다. 리그 최정상급 선수가 떠난 K리그의 경쟁력을 지적하는 현장 지도자는 한둘이 아니다.
5년 연속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결승 무대에 오른 아성이 얼마나 갈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있는가. 당장 지난해만 해도 광저우 헝다가 우승컵을 들어 올린 가운데, 중국 및 중동발 자금은 좋은 선수를 쉼 없이 수집하고 있다. 이대로 셀링 리그(Selling League)로 전락할 경우 마르지 않는 샘인 '유스 시스템'도 결국 '타 리그 선수 수급 도구'가 되지 말란 법이 없다. 열매가 열리는 것(선수 육성)과는 별개로 괜찮은 열매에 대한 투자(선수 영입)도 따라야 하는데, 지금은 현상 유지도 힘들어 보인다. 생존법에 대한 고민이 절실해 보인다. '중동행', '중국행'은 하나의 트렌드가 아닌, K리그의 생사와 직결된 경고다. <홍의택 객원기자, 제대로 축구(http://blog.naver.com/russ1010)>
※객원기자는 이슈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위해 스포츠조선닷컴이 섭외한 파워블로거입니다. 객원기자의 기사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