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차두리 단독인터뷰 "나의 월드컵 키워드는 행복 그리고 손흥민"

김성원 기자

기사입력 2014-06-09 07:28


◇차두리 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

아시아챔피언스리그와 K-리그 클래식, 절정의 흐름이었다.

내심 기대했다. "대표팀은 축구를 그만할 때 까진 모든 선수들의 꿈이다. 월드컵은 선수라면 꼭 나가고 싶은 대회다." 팬들도 그의 승선을 꿈꿨다. 하지만 운명이 비켜갔다. 현역 선수로 월드컵은 마침표를 찍었다.

끝은 곧 새로운 시작이다. 또 다른 문이 열린다. 차두리(34·서울)가 2014년 브라질월드컵에 출격한다. 그라운드가 아닌 중계석에서 후배들과 함께 호흡한다. 아버지 차범근 SBS 해설위원과 함께 마이크를 잡는다. 스포츠조선과도 손을 잡았다. 차두리는 스포츠조선 해설위원으로 독자들에게 생생한 월드컵 이야기를 전달한다.

그는 4일 출국했다. 풍성한 소식을 싣기 위해 유럽에서 '평가전'을 치렀다. 한국의 조별리그 상대들을 철저하게 파헤쳤다. 5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알제리(루마니아전 2대1 승), 6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러시아(모로코전 2대0 승), 8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벨기에(튀니지전 1대0 승)의 평가전을 차례로 관전했다. 10일 브라질에 입성한다.

스포츠조선이 차두리를 만났다. 차두리와 월드컵은 바늘과 실이다. 월드컵과 처음 만난 것은 2002년 한-일월드컵이었다. 22세, 대학생 때였다. '형'들과 함께 4강 신화를 달성했다. 2006년 독일월드컵에선 고배를 마셨다. 대신 해설위원으로 첫 경험을 했다. 2010년 남아공월드컵에서 부활했다. '차미네이터' 신화를 연출하며 사상 첫 월드컵 원정 16강 진출을 이룩했다. 두 차례 월드컵 출전, 4강과 16강 진출이 그의 성적표다. "월드컵은 항상 행복했다. 선수로 가서는 항상 조별리그를 통과했고, 못 갔을 때인 2006년에는 해설을 할 수 있었다. 너무나 많은 사랑을 주셔서 월드컵에 못 나간 아쉬움을 팬들의 사랑으로 치유했다. 항상 안 좋았을 때도 다른 경험을 할 수 있어서 좋았다."

차두리는 매사 긍정적이다. 브라질월드컵 최종엔트리 제외에 대해선 '쿨'했다. 그는 "물론 아쉽다. 하지만 성격상 지나간 일을 마음에 두지 않는다. 2006년에 한 번 경험을 했다. 이번에는 어느 정도 예상을 했다"며 미소를 지었다.


몸은 밖에 있지만 차두리도 홍명보호 '원팀'의 일원이다. 박주영(29·아스널) 기성용(25·스완지시티) 이청용(26·볼턴) 정성룡(29·수원) 등과는 남아공에서 함께 그라운드를 누볐다. 특히 기성용과는 스코틀랜드 셀틱에서 한솥밥을 먹었다. 태극전사들의 정신적인 지주이자 든든한 응원군이다. 차두리는 "역시 러시아와의 첫 경기가 가장 중요하다. 하지만 젊은 선수들이라 걱정을 안한다. 성격들이 다들 밝다. 긴장하거나 겁먹는 게 없는 것 같다. 다들 당당하다. 상대가 누가 되든 부담을 안 느끼는게 지금 세대의 선수들"이라며 엄지를 세웠다. 오른쪽 윙백에서 경합한 이 용(28·울산) 김창수(29·가시와)를 향해서도 "팀에서 하는 것 처럼 편안하게 했으면 좋겠다. 자신들이 가진 능력을 극대화 시키기를 바란다"며 웃었다.

홍명보호는 사상 첫 월드컵 원정 8강 진출을 그리고 있다. 예상 성적을 묻자 "4강까지 갔는데 불가능은 없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쉬운 조가 아니다. 16강만 가도 대단한거라 생각한다. 그 다음부터는 분위기 싸움이다. 2002년에도 그랬지만 분위기를 타면 걷잡을 수 없이 갈 수 있다. 남아공 때도 16강에 가니까 우루과이와 대등한 경기를 했다. 후반에는 우리가 더 좋은 경기를 했다. 운도 따라야 한다"고 했다.


차두리는 해설위원답게 이미 상대 전력 분석을 마쳤다. "아자르가 가장 '핫'하고, 루카쿠도 있고 하니 개인적으로 벨기에전까지 안 갔으면 좋겠다. 마지막 경기라는 부담을 갖기 전에 16강 진출이 결정됐으면 한다. 러시아는 정말 조직력이 좋은 팀이다, 가장 위험한 요인이자 팀의 플러스는 좋은 감독(파비오 카펠로)이다. 러시아도 우리나라를 잘 분석할 것이다. 이미 한 번 경기를 해 봐 감독이 대응책을 가지고 나올 것이다. 알제리는 첫 경기 영향을 많이 받을 듯하다. 워낙 개인기량과 힘이 있는 선수들이다. 알제리의 기를 살려주면 위험하다. 아프리카 팀들은 정말로 못하면 한없이 못하다가 잘하면 너무 잘한다. 어떤 팀도 잡을 수 있는게 아프리카 팀이다."

홍명보호에서 가장 기대되는 선수로는 손흥민(22·레버쿠젠)을 택했다. 그는 "유럽에서 자리잡은 선수들이 많은 데다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 기대가 된다. 그래도 뽑자면 손흥민이 아닌가 싶다. 지난 시즌과 올시즌 좋은 경기를 했다. 국내 축구인들하고 얘기하면 흥민이에 대한 평가는 반반이다. 우리나라보다 유럽에서 더 높은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선수다. 흥민이는 우리나라에서는 잘 볼 수 없었던 플레이어다. 저돌적이고 빠르고, 마무리 능력까지 갖췄다. 굉장히 파괴력 있고, 위협적이라고 본다"고 했다.

차두리는 가장 기억에 남는 월드컵 경기로 2002년 한-일월드컵 조별리그 첫 경기 폴란드전(2대0 승)을 꼽았다. "5분 정도 뛰었지만 첫 무대였다." 인생의 전환점은 '차미네이터'가 탄생한 남아공월드컵 그리스(2대0 승)와의 1차전이었다.

현시점의 태극전사들은 어떤 심정일까. 그는 "23명만 소집돼 비교적으로 편할 것이다. 지금은 부상없이 컨디션을 끌어올리는 것이 중요하다. 월드컵이라는 큰 무대를 앞두고 있으니 이미지 트레이닝으로 큰 꿈을 꿀 것 같다. 월드컵에서 활약하면 더 좋은 팀으로 갈 수 있고 자신을 업그레이드 시킬 수 있다. 지금은 좋은 생각만 해야 하는 시기"라고 강조했다.

차두리는 마지막으로 스포츠조선 독자들에게 '월드컵 인사'를 건넸다. "드디어 기다리던 월드컵이 시작됐습니다. 브라질 현지에서 생생한 이야기들을 전하겠습니다. 독자 여러분들도 많이 응원해주시고, 스포츠조선도 많이 봐 주세요."

그라운드는 밟지 못하지만 차두리의 월드컵은 무지개 빛이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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