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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출격이다.
홍명보호는 28일 튀니지와 평가전을 치렀다. 0대1로 분패했다. 결과는 중요하지 않았다. 오히려 첫 판에서 드러난 과제들을 뜯어 고치면 보약이 될 수 있다. 홍 감독도 "이번 경기가 우리 팀에 큰 교훈을 줄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전체적으로 모든 것을 다 펼쳐보였다고 하기는 어렵다. 꼭 체크해야 하는 중요한 부분이 있었는데 그런 부분은 여기서 말하기 보다는 선수들과 공유하면서 준비할 생각"이라며 말을 아낀 후 "전술, 전략적인 부분 보다는 컨디션을 중점적으로 체크했다. 지금 상태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 남은 기간 잘 준비해서 대비하겠다"고 강조했다.
러시아전까지 이제 20일이 남았다. 사상 첫 월드컵 원정 8강 진출을 위해선 알제리(6월 23일 오전 4시)와 벨기에(6월 27일 오전 5시)도 넘어야 한다. 마이애미에서 중점적으로 보완해야 할 3가지 포인트를 짚어봤다.
러시아, 알제리 그리고 벨기에, 쉬운 상대도, 어려운 상대도 없다. 그러나 튀니지보다는 분명 전력이 우세하다.
홍명보호의 첫 번째 과제는 수비 조직력 점검이다. 튀니지전에선 왼쪽보다 오른쪽이 더 부실했다. 왼쪽 윙백 윤석영(QPR)은 크로스의 정확도는 떨어졌지만 오버래핑의 속도와 수비력은 무난했다. 반면 오른쪽의 이 용(울산)은 배후 침투를 허용하며 순식간에 무너졌다. 공격시에도 템포를 죽였다. 이 용이 흔들리며 시작된 수비 불안은 실점으로 이어졌다.
월드컵에서 만날 러시아의 알렉산드르 코코린(디나모 모스크바), 알제리의 이슬람 슬리마니(스포르팅 리스본), 벨기에의 에당 아자르(첼시) 등은 왼쪽 측면을 지배한다. 이 용이 만날 상대들이다.
결국은 조직력으로 고개를 넘어야 한다. 이 용의 탓으로 돌릴 수도 없다. 이청용(볼턴) 손흥민(레버쿠젠) 등 측면 미드필더들의 수비 가담도 더 적극적이어야 한다. 중앙의 경우 공간 싸움의 면역력을 키워야 한다. 중앙 수비와 '더블 볼란치(두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가 일사불란하게 움직여야 한다. 두 포지션의 간격이 벌어질 경우 상대에게 허를 찔릴 수밖에 없다.
수비는 개인이 아닌 조직력이 우선시 돼야 한다. 또 부상을 우려해 튀니지전에선 압박이 느슨했지만 월드컵에서는 달라져야 한다.
공격은 더 과감해야 한다
튀니전에서 볼점유율은 한국이 55대45로 우세했다. 그러나 슈팅수는 4대5로 뒤졌다. 전반 초반 짧은 패스 위주로 상대 수비수들을 유린한 장면은 위력적이었다. 연계 플레이도 돋보였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집중력은 떨어졌다. 선수들간의 패스 타이밍과 호흡이 맞지 않았다. 반박자 느렸다. 측면의 과감한 돌파도 적었다. 마무리 능력 또한 신통치 않았다. 결론적으로 효율적인 공격을 펼치지 못했다.
축구는 더 많은 골을 넣는 팀이 이기는 경기다. 상대의 거친 압박은 현실이다. 이겨내야 한다. 공격은 더 과감해야 한다. 자신감이 공격의 원천이 돼야 한다. 중거리 슈팅도 아껴서는 안된다. 돌파도 두려워 할 필요가 없다. 계속해서 두드려야 빈틈이 생기고, 골문도 열 수 있다.
세트피스 선택 아닌 필수다
4년 전 남아공월드컵에서 허정무호가 사상 첫 월드컵 원정 16강 진출을 이룬 데는 세트피스가 한몫했다. 6골 가운데 3골이 세트피스에서 나왔다. 세트피스는 가장 쉽게 골을 넣을 수 있는 루트다. 튀니지전에선 전반 14분 기성용(스완지시티)의 코너킥을 김영권(광저우 헝다)이 헤딩으로 응수한 것 외에는 위력적인 장면이 없었다. 세트피스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좀 더 세밀한 약속이 필요하다.
반대로 세트피스는 가장 쉽게 실점할 수도 있는 통로다. 수문장 정성룡(수원)이 한 차례 타이밍을 놓쳤고, 맨투맨 수비도 다소 헐거웠다. 세트피스는 집중력과의 싸움이다. 단 한 순간 고삐를 늦출 경우 실점으로 연결된다. 상대 세트피스시 대응 능력도 키워야 한다.
러시아전까지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이다. 이젠 실전모드다. 운명은 스스로 개척해야 한다. 홍명보호의 숙제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