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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식 반납 특훈, 홍명보호 GK가 사는 법

박상경 기자

기사입력 2014-05-25 10:21


◇정성룡(왼쪽)이 24일 파주NFC에서 허리에 고무밴드를 감은 채 김봉수 골키퍼 코치가 차는 슛을 막아내고 있다. 파주=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빨리 움직여!"

24일 오전 파주NFC(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 고요한 그라운드에 코칭스태프들의 불호령이 쩌렁쩌렁 울려 퍼졌다. 허리에 굵은 고무밴드를 감은 정성룡(29·수원)은 땀을 비오듯 흘리면서도 볼을 노려보면서 방어 자세를 취했다. 김봉수 골키퍼 코치가 쉴새없이 날리는 슛을 막기 위해 골문 구석을 뛰었다. 고무밴드로 인해 활동폭이 좁을 수밖에 없었다. 있는 힘껏 팔을 뻗으면서 볼을 막았다. 체력 소모는 평소에 비해 훨씬 클 수밖에 없다. 가쁜 숨을 몰아쉬면서 그라운드로 고개를 떨구자 또 불호령이 떨어졌다. 곁에서 이를 지켜보는 이범영(25·부산) 김승규(24·울산)의 얼굴에는 긴장된 표정이 역력했다. 이날 오전 필드 플레이어들은 오후 훈련에 대비해 숙소에서 각자 가벼운 훈련이나 휴식을 했다. 하지만 골키퍼들은 1시간 가량 고강도 훈련으로 몸을 달궜다.

안방마님 자리는 홍명보호 포지션 경쟁 중 가장 뜨거운 곳이다. 절대강자, 절대약자가 없다. 2010년 남아공월드컵 본선을 통해 주전으로 발돋움한 정성룡이 흔들렸다. 그 사이 후배 김승규가 무섭게 치고 올라왔다. 2012년 런던올림픽 동메달 신화의 주역 이범영도 빠르게 컨디션을 끌어 올렸다. 세 선수는 지난 12일 홍명보호 첫 소집 때 나란히 파주NFC의 문을 열면서 주전경쟁의 신호탄을 쐈다.

승자는 오리무중이다. 오는 6월 18일(한국시각) 브라질 쿠이아바에서 열릴 러시아와의 2014년 브라질월드컵 본선 조별리그 H조 1차전에 누가 주전으로 나설 지 안갯속이다. 홍명보호 안방마님 자리는 격전지였다. 매 순간 명암이 교차했다. 홍명보 감독이 A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뒤 치러진 14차례 승부에서 정성룡이 9회, 김승규가 5회 출전했다. 오는 28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릴 튀니지전과 6월 9일 미국 마이애미에서 치를 가나전에서 3명의 선수가 모두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다짐은 제각각이다. 맏형 정성룡은 초심을 강조했다. "남아공월드컵 때는 내가 도전자였다. 당시 마음처럼 도전하겠다." 피할 수 없는 경쟁은 즐겨야 살아 남는다. 정성룡은 "(경쟁이) 남아공월드컵 때보다 더 힘들 수도 있다. 하지만 경쟁을 통해 나 뿐만 아니라 후배들도 성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도전자인 김승규는 런던올림픽 당시 부상으로 낙마한 경험이 있다. 아픔을 되풀이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김승규는 "월드컵은 올림픽보다 더 큰 무대다. 올림픽의 기억은 이미 잊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대표팀에 승선한) 골키퍼들이 다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울산과 대결할 때 더 잘하는 것 같았다"며 경계심을 숨기지 않았다. 마지막 주자 이범영은 장점 극대화를 선언했다. 그는 "런던올림픽처럼 페널티킥을 막는 연습을 많이 하겠다"며 "정성룡 선배는 안정감이 돋보이고, 김승규는 순발력이 뛰어나다. 나는 1대1 방어와 페널티킥 방어에 자신이 있다"고 강조했다.

실력으로 이겨낼 수밖에 없다. 골키퍼들의 무한경쟁 결말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파주=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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