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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명보는 그 시간을 알고 있다

박상경 기자

기사입력 2014-05-25 10:21


◇홍명보 감독이 현역시절이던 1994년 6월 27일(한국시각) 댈러스 코튼보울 스타디움에서 열린 독일과의 1994년 미국월드컵 본선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볼을 다투고 있다. 스포츠조선DB

당연한 결과처럼 보였다.

1994년 6월 17일(한국시각) 미국 댈러스 코튼보울 스타디움에서 열린 스페인과의 미국월드컵 본선 조별리그 첫 경기. 전반전을 무실점으로 막아낸 한국은 후반 초반 4분 간 살리나스와 고이고체아에게 연속골을 내주며 끌려갔다. 5만6247명의 함성 속에 태극전사들의 투혼도 묻히는 듯 했다. '댈러스의 기적' 서막에 불과했다. 후반 40분 홍명보가 스페인 수비벽을 뚫는 오른발 프리킥으로 골망을 열었다. 후반 45분 서정원의 기적과 같은 동점골로 '붉은악마'의 투혼이 살아났다. 6월 23일 보스턴에서 가진 볼리비아전(0대0)은 아픔이었다. 하지만 6월 27일 댈러스로 돌아와 40도 무더위 속에 치른 독일전(2대3패)에서는 희망을 노래했다.

선수 홍명보에게 미국월드컵은 '영원한 리베로'로 올라선 발판이었다. 비록 16강 진출이라는 목표는 달성하지 못했으나, 2골-1도움을 기록했다. 또 한 가지 수확도 있었다. 경기를 전후한 컨디션 관리와 장거리 이동에 따른 대응 방법 등 월드컵이라는 대회를 어떻게 치러 나아가야 하는 지 몸으로 체득했다.

홍 감독은 20년 전 추억을 더듬고 있다. 20년의 세월에 걸쳐 있는 미국, 브라질 대회 일정이 거짓말처럼 닮아 있다. 홍명보호는 6월 18일 쿠이아바에서 러시아와 2014년 브라질월드컵 본선 조별리그 H조 첫 경기를 갖는다. 23일에는 포르투알레그리에서 알제리와 2차전, 3차전은 상파울루에서 벨기에와 최종전을 치른다. 만만치 않은 도전이다. 홍명보호는 5월 30일부터 6월 12일까지 미국 마이애미에서 몸을 만든 뒤 베이스캠프인 이과수로 이동한다.

전술 완성도와 부상자 방지가 본선 성공의 열쇠로 꼽힌다. 하지만 경기 일정에 따른 컨디션 사이클 조절이 필수다. 첫 경기 승리는 중요하다. 그러나 모든 힘을 쏟을 경우 다 된 밥에 재를 뿌릴 수도 있다. 미국의 추억도 마찬가지다. 스페인, 볼리비아전 오버페이스가 결국은 독일전 전반 3실점으로 연결됐다. 이번 브라질월드컵 경쟁 환경은 더욱 치열하다. 절대강자가 없다. 러시아 알제리 벨기에 모두 순간 상황에서 승부가 갈릴 팀들이다. 홍 감독이 현역시절 몸으로 익힌 감각이 더욱 주목을 받을 만한 이유다.

로드맵은 이미 완성되어 있다. 홍 감독은 2박3일 외박을 마친 21일부터 본격적인 전술 훈련에 돌입했다. 28일 튀니전을 거쳐 30일 마이애미로 출발하는 기간까지의 팀 운영 구상은 마무리 했다. 마이애미 이동 뒤에도 러시아와의 본선 첫 경기 뿐만 아니라 H조 일정 흐름에 초점을 맞춰놓고 선수들의 컨디션을 조절할 생각이다. 홍 감독은 온고지신(溫故知新)으로 브라질로 가는 길을 비추어 나아가고 있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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