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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명보호의 등번호가 화두다.
등번호는 단순한 식별의 의미를 넘는다. 팀 내 역학구도를 상징하기도 한다. 11명이 뛰는 축구에서는 오래 전부터 등번호와 포지션의 상관관계가 이어져 왔다. 최후방의 안방마님인 골키퍼는 1번, 해결사인 스트라이커는 9번이나 10번, 11번을 즐겨 받았다. 시대가 바뀌면서 21번, 18번, 20번, 22번 등 선수들의 등번호에서도 개성이 묻어났다. 그러나 1번부터 11번까지가 주전을 상징하는 번호였다. 1번부터 23번까지 제한이 되는 월드컵에서는 베스트11의 윤곽을 엿볼 수 있는 게 등번호다. 반대로 지도자가 부여하는 등번호는 번호의 무게감 만큼의 기대치를 반영하기도 한다.
17일 파주NFC(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에서 소집 5일차 훈련에 나선 선수들의 희망사항은 제각각이었다. 이근호는 11번을 외쳤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번호는 11번이다." 해결사의 상징이자 에이스를 의미하는 번호다. 특별한 사연이 숨어 있다. 200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6월 29일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이라크전에서 이근호는 11번을 달고 A매치 데뷔전을 치렀다. 후반 40분 이천수의 패스를 받아 골망을 출렁이면서 새로운 공격수의 탄생을 알렸다. 이근호는 "A대표팀에 처음 승선했을 때 달았던 번호가 11번이다. 이후에도 가장 많이 달았던 번호"라고 애착을 드러냈다. 그러면서도 "아직 몇 번을 받을 지 정해지진 않았다. 팀에서 정해주는 번호대로 받을 것"이라고 미소를 지었다. 개인보다는 팀을 강조하는 대표팀의 기조, 어느덧 팀 내 고참급이 된 위치에서 헌신하겠다는 자세 등이 결합되어 있다. 김신욱은 소속팀 울산에서의 활약이 대표팀까지 전해졌으면 하는 바람을 드러냈다. 그는 "그동안 9번이나 18번을 달았다. 번호에 크게 연연하진 않는다"면서 "울산에서 9번을 달고 줄곧 뛰었다. 이번에도 9번이나 18번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9번과 18번 모두 공격수가 주로 다는 번호들이다.
김보경은 다소 달랐다. 피하고 싶은 번호를 이야기 했다. "14번만 달지 않았으면 좋겠다. 예전에 한 번 달고 뛴 적이 있었는데 플레이가 그다지 좋지 못했다." 김보경은 박지성의 후계자로 지목된 선수다. 박지성이 대표팀을 떠난 현재 7번의 주인이 누가 될 것인지를 놓고 갑론을박이 오가고 있다. 후계자 김보경이 7번을 달게 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김보경은 "7번을 달면 기분은 좋겠지만, 특별히 번호에 연연하진 않는다"고 미소를 지었다.
파주=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