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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한달 전이다.
'변화vs와신상담' 승리 향한 동상이몽
하석주 전남 감독이 들고 나온 승부수는 변화였다. 줄부상으로 생긴 풀백 공백은 미드필더 이중권으로 메웠다. 히든카드는 한경기도 출전하지 않은 신예 이인규였다. "이인규는 올 시즌 처음으로 출전명단에 포함시켰다. 활약이 기대되는 선수다." 포항의 중원 봉쇄에 초점을 맞췄다. 자신감이 최대 무기였다. 하 감독은 "수비적으로 경기를 운영해 이길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가 가진 것을 풀어내지 못한다. 공격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미소를 지었다. 최대 목표는 포항전 무승 탈출이었다. "전남은 아직도 약체다. 징크스가 많기 때문이다. 조금씩 깨지고 있지만, 포항 징크스는 유효하다. 오늘 꼭 깨고 싶다."
반면교사와 이명주 타임
전남은 포항 수비 뒷공간 공략에 집중했다. 스테보의 파워 넘치는 돌파와 이종호의 2선 공격 가담으로 풀어갔다. 그러나 포항은 김원일-김광석의 협력수비로 스테보를 봉쇄하면서 첫 맞대결에서 얻은 교훈을 그대로 실천에 옮겼다.
이명주는 작심한 듯 그라운드를 뛰어 다녔다. 수비부터 예사롭지 않았다. 과감한 태클로 전남 수비진을 괴롭혔다. 경기 초반부터 전남 선수들과 신경전이 벌였다. 9경기 연속 공격포인트 기록과 대표팀 탈락의 부담은 없었다. 전반 26분 문전 왼쪽에서 수비수 두 명을 두고 지체없이 시도한 왼발슛이 골망을 갈랐다. 프로축구 31년사의 첫 10경기 연속 공격포인트라는 대기록 탄생의 순간이다. 포항 선수단은 모두 모여 이명주를 무등 태우며 축하했다. 활약은 멈추지 않았다. 후반 5분 코너킥 상황에선 강수일의 추가골을, 후반 49분엔 원터치 패스로 김승대의 쐐기골을 도왔다. 포항은 3골을 얻었고, 이명주는 1골-2도움으로 모든 상황에 관여했다. 포항-전남전 90분은 이명주 타임이었다.
전남의 지역방어는 자충수였다. 이인규, 이중권 승부수도 침묵했다. 후반 19분 전현철의 중거리슛으로 1골차로 따라붙은 뒤 경기운영도 아쉬웠다. 포항 수비진 사이서 무력했던 스테보-이종호 조합의 공격패턴 변화가 없었다. 빠르게 위기 상황을 수습한 포항의 노련한 경기 운영을 이겨내지 못했다. 경험의 차이였다.
장군멍군, 세 번째 맞대결이 기다려진다
황 감독은 덤덤했다. "첫 맞대결은 여러가지 부분에서 마음에 들지 않았다. 오늘은 완벽한 조합으로 나선 승부였기 때문에 충분히 좋은 모습을 보여줄 것으로 봤다. 선수들이 제 몫을 충실히 해줬다." 원맨쇼를 펼친 이명주를 두고는 "대단히 만족스럽다. 경기에 임하는 자세나 활약 모두 뛰어났다"고 격려했다. 다가오는 전북과의 ACL 16강 2차전도 올인을 외쳤다. 황 감독은 "큰 변화는 없다. 전북전은 우리 어린 선수들에게 시험무대다. 냉철하게 준비해 목표를 향해 나아가겠다"고 다짐했다.
하 감독은 허탈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포항전 징크스를 깨지 못해 아쉽다." 결정력의 차이를 패인으로 꼽았다. 그는 "포항은 기회를 잘 살린 반면, 우리는 그러지 못했다. 순간 실수로 실점을 내줬다"고 아쉬워 했다. 이명주의 전담마크를 두고는 "마크맨을 붙이면 되려 전술이 엉킬 것 같았다. 어떤 상황이 되든 잘 마크하라고 지시했는데 선수들이 잘 따라주지 못했다"고 말했다.
장군멍군이다. 9월 10일 광양축구전용구장서 펼쳐질 포스코 형제 맞대결은 과연 어떻게 마무리 될까.
포항=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